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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산 넘어 산 ‘이재용 삼성’

‘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산 넘어 산 ‘이재용號’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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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휴브리스(hubris, 자만심)’가 엘리엇 공격 불렀다
  • ● “법대로 했다” vs “승계 프리미엄 이용했다”
  • ● ‘이재용폰’ 갤럭시S6, 절반의 성공?
  • ● 바이오, 사물인터넷, B2BC…탄탄한 미래사업 될까
‘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5월 27일 KBS 인터넷 뉴스에는 ‘19년 새 1000배 이상 몸값 오른 나는 누구?’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나’는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48억 원을 주고 산 에버랜드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그 하루 전날 발표된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안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새 합병회사(사명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될 예정이다. 이는 ‘나’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제일모직 지분(23.2%)의 본체가 바로 ‘나’이기 때문. ‘나’는 1996년 이 부회장에게 팔린 뒤 곧 주식으로 전환됐고, 동시에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된다. 지난해 7월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12월 주식시장에 데뷔한다. 9만 원대에서 시작한 주가는 날로 상승해 ‘나’의 시장가격은 5조8975억 원(5월 26일 제일모직 종가 18만8000원 기준)이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7월 17일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성공하면 삼성가(家)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의 9할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의 지분을 합치면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가(家) 지분은 30%가 조금 넘는다.

“가장 유리한 시점에…”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운용자산 29조 원)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지배구조 재편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재용의 삼성’이 직면한 첫 과제가 해외자본의 반대를 넘는 일이 된 것이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에 이어 일성신약(2.05%)과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 0.35%) 등도 이번 합병안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합병 자체는 찬성하지만 합병비율에는 반대하는 APG는 삼성물산 보유 지분은 적어도 500조 원이 넘는 연기금을 관리하는 세계적 기관이라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들 ‘반대파’가 문제 삼는 것은 1:0.3500885로 정해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삼성물산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 채 합병 비율을 산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9조 원대이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만 해도 8조원 대(3월 말 기준)”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일모직 적정 주가는 9만 원대로 추산됐지만 이 회사가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것이란 시장 전망으로 합병 직전 16만~17만 원까지 올랐다”며 “엄청난 승계 프리미엄이 붙은 제일모직 주가를 이용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유경 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는 “(삼성 측이) 이 수준의 합병비율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실망”이라며 “합병을 어느 시점에 할지는 이사회가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인데, 삼성물산 이사회는 이와 관련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합병비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 창문과 도둑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를 가지고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법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소버린의 SK 공격 사례에서 보듯 엘리엇은 헤지펀드 속성상 단기 차익 실현이 목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며 “주총 때까지 주주들에게 두 회사 합병을 통한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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