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性학자 박혜성의 ‘행복한 性’

배우자 ‘사랑의 언어’ 먼저 충족시켜라

사랑은 ‘Give and Take’

  • 박혜성 성학자

    입력2018-12-12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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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으며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고 탄식한 기억이 있다. 대학생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유혹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로 불가능했겠지만, 남자의 속성이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책을 계기로 남녀의 차이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왜 남녀가 차이 나고, 왜 그 차이를 알아야 하는지 깨닫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남녀의 차이를 모르면 처음엔 서로 ‘다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나중엔 그 ‘다름’ 때문에 대화의 절벽을 느끼게 된다. 특히 ‘미투(me too)’ 사건의 계기들을 보면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들에게서 이 점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 사유 가운데 44%가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성격 차이가 없는 부부는 거의 없고, 이혼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 가트만 박사는 ‘러브 맵(Love Map)’이라는 방을 만들어 부부들에게 집에서와 똑같이 생활하게 했다. 1972년부터 36년 동안 3000쌍 이상의 부부를 조사한 결과, 이혼하는 부부들은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은 어떻게 된 사람이 허구한 날 일요일에 잠만 자?” - 비난

    “잠 좀 자자. 요즘 얼마나 바쁜지 알아? 일요일엔 좀 쉬고 싶다고.” - 방어



    “맨날 집에서 살림만 하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있어? 회사란 말이야, 정글이라고 정글!” - 경멸

    “잘났어! 넌 정글이고 나는 꽃밭이냐? 회사 다니는 것만 힘들고 집안일은 일도 아니냐? 자라 자! 평생 죽을 때까지 자라!” - 담쌓기

    이렇게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등 관계를 망치는 대화법을 사용하는 부부의 약 94%가 이혼했다.


    먼저 상대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 충족시켜야

    또한 가트만 박사는 사람에게는 5가지 사랑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충족될 때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봉사’ ‘선물’ ‘스킨십’이 있는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이 주면 그것을 사랑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서 많은 돈을 벌어다 주어도 아내는 불만인 경우가 있다. 그녀에게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인데 남편은 일하느라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부인은 아침부터 밤까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일하면서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뒷바라지도 하는데 남편이 외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남편에게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인데 부인이 피곤하다며 스킨십을 멀리하니까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부부 사이에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받지 못하면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위기가 온다. 이때 위기의 이유를 몰라 뭘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모르는 부부가 많다. 가트만 박사는 위기의 부부에게 사랑의 언어를 체크하게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와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파악한 후, 자신이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표현해 상대방의 감정 탱크를 채우라고 말한다. 그렇게 상대방의 감정 탱크가 채워지면 상대방도 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표현해내 감정 탱크를 채워준다는 게 가트만 박사의 주장이다.


    남녀 서로 다른 ‘사랑한다’의 뜻

    여자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는 ‘같이하는 시간’ ‘선물’ 집안일을 도와주는 ‘봉사’가 많고, 남자들은 성교, 키스 같은 ‘스킨십’ ‘인정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즉, 남편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서 스킨십을 해주면, 남편도 부인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고 그 감정 탱크를 채워주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도 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소통이 되지 않고, 결국 이혼을 결정해야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전에 내가 하는 방식이 먹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잘못 파악하고 있을 수도, 혹은 사랑의 언어 표현이 아직 부족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내가 하는 사랑의 방식이 사랑으로 느껴지니?’ ‘너의 감정 탱크는 얼마나 채워졌니?’ ‘내가 하는 사랑의 언어가 너에게 잘 전달되고 있니?’ 하고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고무다리를 긁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는 ‘같이 자고 싶다’는 말일 가능성이 크지만,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는 ‘같이 영화 보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차 마시고’ ‘내가 힘드니 곁에 있어달라’는 말인 경우가 많다. 즉, 남자에게는 스킨십이 사랑의 언어이지만 여자에게는 함께하는 시간이 사랑의 언어인 경우가 많다. 여자는 같이 있어주기를 원하는데 남자는 밤새 회사 일을 하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게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 일을 90%로 줄이고 10% 정도는 그녀와 놀아주는 게 더 낫다. 여자는 열심히 일하는 남자를 위해 다른 친구와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면서 남편이 집에 오면 고생했다고 칭찬해주고,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잠을 자 주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하면 여자와 남자 모두 사랑받았다고 느낄 수 있고 행복하게 가정을 지킬 수 있다.

    모든 시간 남자를 자기 옆에 잡아두려고 하는 여자와 다른 것은 다 못 해도 스킨십만 잘 해주는 여자를 찾는 남자는 결국 늙어서 후회한다. 어느 정도껏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연인이 사랑을 못 받았다고 느낄 만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서로 소통해서 서로 사랑을 교환하는 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인간관계는 ‘give and take’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게 사랑의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다.


    박혜성
    ● 전남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행복한 성 이사장
    ● 저서 :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이색기저섹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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