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5년 충남 아산 출생<br>● 서울대 상대 졸업<br>● 중소기업은행, 한국과학연구원 근무<br>● 現 문화미래포럼 대표<br>● 1987년 가상 역사소설 ‘碑銘을 찾아서’로 등단<br>● 저서 : 소설 ‘역사속의 나그네’ ‘파란 달 아래’, 평론집 ‘소수를 위한 변명’ ‘이념의 힘’ 등
계산을 하는 식당 직원에게 그는 금액도 묻지 않고 지갑을 통째로 내밀었다. 알아서 빼가라는 말이었다. 당황스러워하던 직원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이 떠올랐다.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고 쌀값도 묻지 않는 것이 양반이라는 내용이다. 그 식당에서 본 복거일씨의 태도는 글자 그대로 ‘양반’의 태도였다.
그는 진정한 선비다. 그가 돈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서울대 상대를 나온 그의 학력이나 능력으로 미루어 보수가 좋은 직장에 갈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십수년간 가난한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그를 선비답게 만드는 것은 용기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복거일의 태도다. 도끼를 짊어지고 상소를 올렸다는 올곧은 선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과거의 선비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있다. 옛날 선비들이 사회를 가난으로 몰고 간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몰두했다면 복거일의 사상은 대중을 잘 먹고 잘살게 하려는 방법들로 가득 차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자유주의 이론가다. 수학과 물리학과 생물학에서부터 경제학과 법학과 역사학으로, 그리고 문학과 음악과 미술로 뻗쳐가는 그의 지식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희곡작가다. 그런 바탕 위에 정립된 사상이기에 그의 자유주의는 깊고 넓다. 8월29일 오후 여의도 자유기업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자유인’과의 대화 첫 손님으로 그를 청한 이유다.
김정호 자유주의란 사람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상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생명과 신체와 재산을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도 지켜야겠지요. 이 때문에 자유주의자는 타인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합니다. 다른 시민들의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정부의 강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개인의 자유가 보장됩니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정부는 작은 정부입니다.
개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자유주의의 생활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작은 정부와 스스로 책임지는 개인,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시장경제가 탄생합니다. 그래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앞뒷면을 이룹니다.
인류사 대부분의 기간에 자유주의는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왕의 명령에 전체 사회가 복종해야 했고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 자유주의가 자리잡았고 그에 따라 물질적으로 번영하지만, 오래지 않아 사회주의의 격랑에 떠밀립니다. 20세기 초에는 인류의 3분의 1이 자유와는 거리가 먼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게 됩니다. 자본주의 국가도 사회주의를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수정자본주의라고 불렀지만, ‘절반의 사회주의’인 셈이지요. 그런 사회에서 자유주의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세계가 이제 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소련이 레이건과의 대결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후 공산권 국가들이 과거의 껍질을 벗고 자유와 시장을 선택했고 그것으로 번영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중국과 베트남, 동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렇습니다. 이제 프랑스와 독일마저 사르코지와 메르켈을 내세워 자유를 선택한 것만 봐도 자유주의는 가히 세계적 정신이고,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