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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가 ‘삼성전자’에 몰린 진짜 이유

포스트 코로나 승부 가를 시스템·AI반도체에 모두 걸었다

  • 이경민 전자신문 기자 kmlee@etnews.com

‘동학개미’가 ‘삼성전자’에 몰린 진짜 이유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파운드리 시장 놓고 국가·업체 간 각축전
    ●삼성전자·TSMC·구글·인텔 반도체 경쟁
    ●코로나19 이후 시스템반도체 시장 재편 움직임
    ●“반도체는 심장” 시진핑 주도 하에 ‘반도체 자급화’ 나선 중국
    ●AI가 냄새도 구분? ‘뉴로모픽 컴퓨팅’의 미래
전동석 서울대 융합
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2019년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 뇌의 연산
특성을 반영한
인공지능(AI) 반도체다(왼쪽).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을 발표한 평택캠퍼스 전경.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삼성전자 제공]

전동석 서울대 융합 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2019년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 뇌의 연산 특성을 반영한 인공지능(AI) 반도체다(왼쪽).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을 발표한 평택캠퍼스 전경.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3월 19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 때 1439.43을 찍었다.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도 장중 419.55까지 무너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6월 초 주식 시장 상황은 사뭇 다르다. 코스피지수 2100, 코스닥 700선을 회복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빛을 발했다.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주식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코로나19로 증시 폭락이 거듭되는 가운데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10조 원어치 매도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9조 원 가까이 사들이며 공방전을 펼쳤다. 

당시 동학개미운동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앞 다퉈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바탕에는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강국이고 미래에도 이런 흐름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 트렌드가 확산하면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시스템 반도체에 도전장 내민 삼성전자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 장치로 PC나 휴대폰, 서버 등에 꽂아 사용한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기계가 운용되도록 하는 장치다.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전력반도체, 용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드는 주문형반도체(ASIC)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통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램(Random Access Memory, RAM)과 롬(Read Only Memory, ROM)으로 구분되는데, 램은 기록된 정보를 읽을 뿐 아니라 바꿀 수도 있는 반면, 롬은 이미 기록된 정보를 읽을 수만 있고 새로 기록하거나 바꿀 수 없다. 삼성전자는 1983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4킬로바이트 D램을 개발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때로 부침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업계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8%에 이른다.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혔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공개했고 올 5월 21일엔 비메모리 사업의 한 축인 파운드리 사업(반도체 위탁생산)을 확대하고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총 투자액을 8조~9조원 상당으로 추정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는 게 현실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이 지금 파운드리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는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현재는 양자 가운데 TSMC가 크게 앞서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4.1% 점유율로 2위 삼성전자(15.9%)를 크게 따돌린 상태다.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내건 중국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2019년 인간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기술과 기존 기계학습을 결합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국제학
술지 네이처를 통해 공개했다. [네이처 제공]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2019년 인간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기술과 기존 기계학습을 결합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국제학 술지 네이처를 통해 공개했다. [네이처 제공]

삼성전자가 이 차이를 따라잡으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하자 TSMC도 투자 규모를 늘리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TSMC는 5월 15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nm)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가 2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눈에 띄는 것은 TSMC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로 그날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점이다. 앞으로 미국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한 업체는 미국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TSMC 반도체를 이용해 스마트폰 등을 제조해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그러잖아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당장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고 하는 등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 위기 국면에 가장 빠르게 진입했던 중국은 현재 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탈출하며 반도체 분야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중국 반도체 업체 가운데는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가장 앞서가고 있는데, 이들이 연구개발 중인 제품을 연내에 성공적으로 생산한다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3년 안팎으로 좁혀질 거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반도체산업이 국제통상 이슈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면서 “이는 국내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이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놓고 각국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공방 또한 가속화할 모양새다. 그동안 AI 연산 처리에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은 그래픽처리장치(GPU)다. 보통 컴퓨터에 쓰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데이터 입력 순서에 따라 정보를 순차 처리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에는 연산 속도와 전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CPU가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제어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속도가 느려지고 전력 소모량 또한 막대하게 발생한다. 이를 해소한 것이 GPU다. 세계 최고 GPU 업체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는 2017년 GPU 컴퓨팅 아키텍처 ‘볼타’에 기반을 둔 프로세서 ‘테슬라 V100’을 공개했다. 당시 ‘테슬라 V100’은 CPU 100대와 같은 수준의 딥러닝을 구현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성능, 저전력 기술 갖춘 인공지능 반도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5월 18일 중국 시안(西安)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 생산라인을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5월 18일 중국 시안(西安)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 생산라인을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후 GPU 중심으로 이뤄지던 AI 기술이 최근에는 AI 전용 시스템반도체 개발로 진화하는 추세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차원이 다른 고성능·저전력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간 바둑 경기 당시 중앙처리장치(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280개를 동원했다. 그러나 같은 해 인공지능 딥러닝 구현에 널리 사용되는 SW 플랫폼 ‘텐서플로’를 하드웨어로 구현한 텐서프로세서유닛(TPU:Tensor Processor Unit) 1세대를 개발했다. 이듬해에는 TPU 1세대를 개선해 기계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TPU 2세대를 선보였다. 2017년 10월 구글이 공개한 ‘알파고 제로’의 경우 AI 전용반도체 TPU 4개만 사용해 구동했다. 그 결과 전력 소모량이 GPU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바이두도 지난해 AI 개발자 컨퍼런스 행사에서 AI 연산용 반도체 ‘쿤룬(Kunlun)’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AI 전용 반도체 개발이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9820’에 탑재했다. 삼성은 향후 NPU 기술을 고도화해 사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SK텔레콤은 고성능 서버에 활용할 수 있는 AI 반도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지능형 폐쇄회로(CCTV), 음성인식 등을 서비스하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장기적으로는 초저전력·초고성능의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뉴로모픽은 생물학적 신경 네트워크를 모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컴퓨터가 뉴런과 시냅스를 병렬적으로 연결하는 뇌 구조를 모방하면 훨씬 적은 전력으로 방대한 정보 처리가 가능해진다. 1980년대 말 카버 미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공대 교수가 논문에서 이 개념을 최초로 언급했고, 2014년 IBM이 100만개 이상의 인공 신경세포와 2억6000만개 이상의 신경세포 접합부(시냅스)를 모사한 뉴로모픽 반도체 ‘트루노스’를 개발했다. 이후 퀄컴, 인텔 등 여러 기업이 실험실 수준의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뉴로모픽 시대가 온다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하면 AI가 인간 두뇌의 핵심 기술인 ‘패턴인식’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두뇌는 안구를 통해 입력된 수많은 광자 데이터를 접수해 방대하고 무질서한 시각 데이터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내며 이를 빠르게 추상화해 사물을 인지하고 구별한다. 청각이나 후각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음파의 패턴이나 화학물질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패턴을 추상화해 대상을 판별한다. 

올해 3월 인텔과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동물의 생물학적 후각 체계를 구현한 수학 알고리즘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동물이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반응에서 알고리즘을 도출해 하드웨어 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이 장치는 아세톤, 암모니아, 메탄 등 10가지 냄새를 학습해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기계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던 후각이 점차 AI 영역에 들어오는 셈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 시장은 기존 글로벌 반도체 기업부터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테슬라 등 비반도체 글로벌 기업까지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업 간 협업으로 여러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아야 시장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이경민 전자신문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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