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토보유세’ vs 이낙연 ‘토지소유상한제’
추미애·김두관 ‘부동산 양극화 및 투기 차단’
정세균의 ‘반값APT’’ vs 홍준표 ‘¼APT’
유승민·원희룡 ‘임대차 3법 폐지’ 한목소리
윤석열·최재형·유승민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
이재명의 ‘기본주택’ vs 윤석열의 ‘청년원가주택’
8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극화 해소 위해 토지 관련 규제와 세제 강화
그렇다면 내년 대선을 겨냥하는 여야의 주자와 후보들은 과연 끝도 없이 올라가는 집값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워놓고 있을까. 우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주택의 대량 공급을 해법으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여당 후보들의 정책은 대체로 가진 자의 과세 부담을 늘리고 독과점을 막는 등 규제 강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권 지지율 상위 3인은 주택과 별개로 토지 소유를 제한하거나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가운데 100만호 이상을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으로 공급해 장기임대공공주택(토지임대부 분양 포함)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실거주 외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지사는 8월 3일 기본 공약을 발표하면서 “망국적 부동산투기를 막으려면 토지거래세를 줄이고, 0.17%에 불과한 실효 보유세를 1% 선까지 늘려야 한다. 국토보유세 부과에 따른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세수 전액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 공공 주도 주택 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토지공개념 3법 발의, △주택부 신설, △택지소유상한제를 부동산 공약으로 내놨다. 이 전 대표는 8월 9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토지공개념 3법은 주택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이라며 “자산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있으니 제동을 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주택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주택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거나 “토지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토지를 과다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거기서 나오는 재원을 서민들의 주거복지와 국가 균형발전에 쓰겠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대개혁을 통한 보유세 강화와 택지조성원가 연동제 시행을 약속했다. 추 전 장관은 “주택 과다 보유자와 불필요한 토지 소유자에 대해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에서 얻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택지를 사들인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택지조성원가 연동제를 시행해야 LH사태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고, 공급가액이 낮은 양질의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규모 주택 물량 공급에 중점을 두고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280만 호(연간 5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공공분양주택 30만 호 가운데 절반은 반값으로, 나머지 반은 반값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지분형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역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수도권 부동산 투기 차단’과 ‘지방분권 가속화’ ‘무주택 서민을 위한 국책모기지 조성’을 약속했다.
주택공급 활성화 위해 규제와 과세 완화
야당 후보들의 공약은 규제를 완화하고 과세 강도를 낮춰 주택 거래와 공급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개발·개건축 용적률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3주택 이상 보유자 대출 규제를 공약했다.윤 전 총장은 7월 중순 방송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수요 통제만 하다 보니) 일단 시장에 매물도 적게 나오고, 가격 신고제를 실시하니 또 (오른 가격이) 공시가 돼 전반적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존중해서 기존 매물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공급 물량을 늘려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안정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은 8월 29일 △임기 5년 동안 전국에 250만호 이상, 수도권에 130만호 이상 신규주택 공급 △무주택 2030세대에 건설원가의 ‘청년원가주택’ 30만호 공급 △신혼부부에게 ‘역세권 첫집주택’ 20만호 공급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원가주택은 건설원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한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으로 분양가의 20%를 매수자가 부담하고, 80%를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세의 50~70% 수준인 역세권 첫집주택을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도 대규모 주택 공급과 부동산 과세 완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원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택지 개발 등을 통해 20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1주택자의 보유세, 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야 하며 취득세 인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보유세를 양도소득세에서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고, 공시지가를 시가와 일치시킨다는 목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다주택자들이 보유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며 “양도세와 취득세를 인하하고 기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촉진을 위한 용적률을 완화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도권에 민간주택 100만 호, 공공임대주택 50만호를 공급하고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는 정책을 병행해 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임대차 3법 폐지’를 공약했다. 이들은 “임대차 3법이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등 폐해가 크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임대차 3법과 함께 1가구 1주택자 보유세도 폐지해야 한다”며 무주택 신혼부부 주택 매입가 절반을 국가가 공동 투자(지분 절반을 국가가 소유)하는 정책과 실수요에 맞는 공급대책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놨다.
홍준표 의원은 주택을 ‘싸게, 많이’ 공급하는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강북지역 대규모 재개발’ ‘시세 4분의 1 값 아파트 공급’ ‘반값 아파트 법안(토지 임대부 주택 분양제도 전면 도입 등) 부활’이 대표 공약이다.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주택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해빙기 민관 합동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 제공]
‘부자 과세 강화’ 학습효과로 대선에 독 될 수도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학계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100만호가 넘는 대규모 주택 공급과 공사원사 수준 주택 공급을 공약한 데 대해 “구체적인 근거 없이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가격만 낮추면 주택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꼬집었다. 여당 후보들이 내놓은 ‘부자 과세 강화’ 정책이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 후보들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 그 혜택을 서민층에게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하며 내놓은 과세 강화 공약은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면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고 세금을 인하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 후보들이 규제와 세제 강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현 정부의 기조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규제나 세제를 강화하는 것이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정권에서 학습했기 때문에 여당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으로 표심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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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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