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민둥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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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억새
마디 굵은 손가락 사이로

비탈진 삶을 적시며

아라리 가락이 흐르는 강원도 정선 땅

나무도 풀도 없는 벌거숭이 민둥산에

억새들 무리 지어 꺼이꺼이 목놓아 운다.



그리움으로 길게 목을 뽑고

푸른 피 돌던 젊은 날의 꿈과 사랑

한 줌 바람이 되어 허공에 사라지고

흔들리는 생애끼리 부대끼며

할퀴고 꺾인 아물지 않는 상처

삭은 뼈마디마다 눈물로 고인다.

허옇게 흩날리는

갈대꽃마저 성긴 세상 밖으로 떠나면

빈 대궁으로 남아 작은 불씨 다독인다.

민둥산 억새
이규섭

1946년 경북 풍기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중앙대 석사(신문방송학)

국민일보 논설위원, KBS ‘라디오 24시’ 시사평론

‘한맥문학’ 신인상

現 칼럼니스트

저서 : 시집 ‘바람멀미’ ‘판소리 답사기행’ ‘사라지는 풍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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