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특히 복부비만은 조심해야 해요. 뚱뚱하지 않은 사람도 복부비만일 경우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허 원장이 의술을 펼친 지 올해로 만 40년. 그가 의사가 된 이유는 지극히 평범하다. 서울대 법대에 응시했으나 떨어져 재수를 하다가 ‘그냥 한번 해볼까’ 해서 들어간 곳이 다름아닌 연세대 의대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에서 내분비대사학을 선택해 갑상선과 뇌하수체질환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던 1975년 프랑스 몽펠리에 당뇨센터에 연수를 다녀오면서 당뇨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 당뇨병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허 원장이 당뇨질환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80년 중반부터. “당뇨질환은 복잡한 분야예요. 모르는 것도 많았고. 하지만 앞으로 식사문화가 변하면서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미형 인간’도 허 원장이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다. 1995년 일본 우베(宇部)에서 열린 한일당뇨병심포지엄에서 그는 “팔다리에 근육이 적은 반면 내장에 지방이 많은 복부비만형이 당뇨병과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뇨병이 단순비만과 관련이 깊다는 기존의 통념을 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