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벌어진 타격기 황제 미르코 크로캅(왼쪽)과 UFC 챔피언 출신 레슬러 마크 콜먼의 경기. 크로캅의 KO승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사내는 누굴까. 최고의 내공을 쌓았으면서도 속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술 고수를 찾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마치 올림픽처럼 무술의 최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세계 3대 메이저 격투대회인 K-1, 프라이드(PRIDE), UFC는 바로 이런 꿈이 실현되는 무대다(‘신동아’ 2005년 2월호 496쪽 참조). 과연 누가 최강자인지 3대 메이저 격투대회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K-1은 그라운드 기술이나 관절기를 배제하고 오로지 주먹과 발(다리)을 사용해 실력을 겨루는 입식타격기 대회다. 치고 때리는 기술(striking)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1993년에 시작된 K-1은 2004년까지 연도별 그랑프리 대회를 열두 번 치렀다.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들을 살펴보면 세계에서 주먹질과 발차기가 가장 뛰어난 사나이를 일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네스토 호스트(Ernesto Hoost)킥복싱, 무에타이 / 네덜란드, 1965년생, 195cm, 103kg

로킥의 마술사 어네스토 호스트.
‘최강’ 호스트 두 번 꺾은 괴력
195cm의 큰 키와 긴 다리를 지닌 호스트는 스피드와 유연한 몸놀림, 채찍처럼 휘감으며 상대의 허벅지를 공략하는 강력한 로킥, 빈틈을 보인 상대에게 소나기처럼 퍼붓는 양손 훅을 주무기로 대부분의 K-1 선수들을 제압해 승리를 거둔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미스터 퍼펙트(Mr. Perfect)’라는 별명처럼 호스트는 후배 킥복서들에겐 교과서와 같은 존재다.
단점이라면 강력한 펀치를 주무기로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에 약한 면을 보인다는 점이다. 1993년 결승에서 프랑코 시가틱의 펀치 한 방에 실신해 KO를 당했다거나, 오로지 힘으로 달려드는 K-1의 ‘야수’ 보브 샙에게 어이없이 패배한 사실은 호스트의 경력에 흠집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볼 때 현재 K-1 격투가들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는 단연 호스트다.
피터 아츠(Peter Aerts)킥복싱, 무에타이 / 네덜란드, 1970년생, 192cm, 106kg

강력한 스트레이트와 하이킥이 일품인 피터 아츠.
아츠는 파워를 바탕으로 강력한 스트레이트와 화려한 하이킥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며 KO시키는 스타일. 스무 살 때 당시 세계 최강의 킥복서로 군림하던 미국의 모리스 스미스를 꺾고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천재 격투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제1회 K-1 대회가 개최될 때만 해도 아츠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8강전에서 호스트에게 판정패했다. 하지만 이후 1994, 1995년 대회를 연패(連覇)하며 최강의 킥복서라는 명성을 굳혔다.
1996년, K-1 최고의 펀치로 소문난 마이크 베르나르도에게 두 차례의 KO패를 포함, 3연패를 당하며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술과 마약에 빠져 살던 아츠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드라마처럼 재기에 성공한다. 1998년 K-1 그랑프리에서 전 경기를 1회 KO로 이기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그해 프랑스의 신예 시릴 아비디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면서 입은 허리 부상으로 이후 전성기의 화려한 하이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츠의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의 부활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