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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수영경기 중 익사 위기, 화장실에 갇힌 탁구여왕, 아시아 여자육상 2관왕은 남자…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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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수영경기에서 익사할 뻔했던 남상남.

1981년 스페인 하카에서 벌어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한국 아이스하키는 그야말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강아지’였다. 금메달을 딴 캐나다에 31대 0의 참패를 당한 것이다. 아이스하키는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이라 선수와 팀의 기량에 따라 실력 차이가 매우 크게 나는 종목이다. 만약 캐나다가 한국을 시종일관 몰아쳤다면 70점 이상의 득점도 가능했다는 게 당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은 1피리어드 20분 만에 이미 16골을 내줬다. 남은 2, 3피리어드에서는 캐나다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한 수’가 아니라 세 수쯤 떨어지는 한국 선수들이 더 빨리 지칠 것이기 때문에 점수 차는 더 벌어질 게 뻔했다. 그런데 세계 최강의 캐나다 선수들은 2피리어드에 나선 이후 골 욕심보다는 다음 경기에 대비해 몸을 푸는 듯 골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했다.

한국 스포츠가 국제대회에서 현격한 실력 차이로 망신을 당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축구에서 스웨덴에 12대 0으로 졌고, 아시아선수권대회 야구에서는 일본에 20점차 이상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나 점수로 볼 때 아이스하키에서의 31대 0 패배는 한국의 국제대회 참가 사상 가장 비참한 경기였다.

“빨리 끌어내, 빠져 죽는단 말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적도 기니 출신의 에릭 무삼바니는 해수욕장에서나 입는 헐렁한 트렁크 차림으로 ‘개헤엄’을 쳐 화제가 됐다. 그는 예선 1위로 골인한 피터 호헨반트(네덜란드)보다 무려 1분04초08이나 뒤진 1분52초72를 기록했지만,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완주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일약 스타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는 무삼바니보다 더 놀랄 만한 선수가 있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한 남상남 선수는 당시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스타였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과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등장하기 전 한국 신기록을 밥 먹듯이 갈아치우던 남상남은 최고의 선수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남상남이 멕시코 올림픽에서 메달까지는 몰라도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웬만큼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남상남 선수는 생전 처음 보는 실내수영장에다 미국, 호주, 유럽 여자선수들의 남자 같은 체격을 보고 잔뜩 주눅이 들었다. 여자 접영 200m 예선, 8레인 중간에 선 남상남 선수의 얼굴은 멀리서 보아도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출발신호와 함께 남상남을 비롯한 8명의 선수가 일제히 물속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남상남 선수는 레이스가 진행됨에 따라 눈에 띄게 처지더니 50m 턴을 하자마자 물속으로 갑자기 가라앉았다가 다시 솟아나와서는 붕 떠오른 채 수영 동작을 멈춰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스럽게 남 선수를 바라보던 한국선수단 주치의 성낙응 박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 과장!(대한체육회 과장으로 추정) 상남이 끌어내!”

하지만 이 과장은 경기중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빨리 상남이 끌어내란 말이야. 물에 빠져 죽는다고!”

한국을 대표하는 올림픽 수영선수가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쯤 되자 경기 진행요원들도 이 과장과 합세해 물속에서 남 선수를 구해냈다. 축 늘어진 남상남은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성 박사는 재빨리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꺼내 남 선수의 코에 대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멕시코 국민과 전세계 수영인들은 이 뜻밖의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마간의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난 후 남상남 선수가 긴 숨을 내쉬면서 소생했다. 국제경기 첫 출전에 따른 부담과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시합 도중 기절하게 만든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남자 수영선수가 긴장한 나머지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실격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청중학교 3학년이던 박태환 선수. 1989년생으로 376명의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다. 당시 한국선수단 최고령은 여자 사격 서키트 종목에 출전한 43세의 김연희 선수. 겨우 열네 살인 박태환과는 엄마와 아들뻘이었다.

박태환은 비록 나이는 어려도 키 1m79cm, 몸무게 63kg, 발 사이즈 290mm로 수영 선수로는 비교적 좋은 체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자유형 400m 한 종목에만 출전신청을 했다.

8월14일 야외 수영장인 아테네 아쿠아틱센터. 박태환은 자신의 유일한 출전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레이스를 벌이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누가 봐도 박태환의 얼굴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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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영로 스포츠 해설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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