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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1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비밀

“태조 이성계 금척(金尺) 조형물인 마이산 석탑군 상징”

새 1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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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마이봉이 만나는 지점을 천왕문(天王門)이라는 이름 외에 일월문(日月門)이라고 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림의 남은 요소들에 대해서도 해석해보기로 하자. 먼저 5개의 봉우리 양쪽에는 각각 폭포가 있고, 아래쪽에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포말을 이루고 있다. 이 그림은 단지 구도상의 필요에 의해서 삽입된 것일까.

실제로 마이산 석탑군 내에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예전에는 물줄기가 더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도 물줄기들은 석탑군 내에서 발원해 흘러내린다. 좀더 차원 높은 해석도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중남부를 적시는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는 최근까지 마이산이라고 알려져 왔다. 정밀 조사한 결과 금강의 발원지는 인근 장수읍의 신무산, 섬진강의 발원지는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한 팔공산으로 밝혀졌다. 이 두 물줄기가 마이산을 지나면서 수계(水系)가 나뉜다는 게 밝혀졌으나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금강은 마이산 북쪽에서, 섬진강은 마이산 남쪽에서 발원한다고 믿고 있다. 그림의 두 폭포는 이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에서 유일한 생물체라 할 수 있는, 양쪽 가장자리의 소나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소나무들은 그림 전체와 균형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양쪽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어 전통 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들이 아니다. 그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로 그려진 것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이 소나무들은 석탑군이 소나무숲 속에 있었음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얘기가 있다. 마이산의 석탑들이 있는 자리는 1900년대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는 증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거나, 현재도 생존해 있는 진안의 고로(古老)들은 자신들이 어릴 때만 해도 석탑군 자리에는 대낮에도 캄캄할 정도로 숲이 우거져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현재도 마이산 지역의 우점종(優占種)을 이루는 식물군은 소나무다.



진안의 마이산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자취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마이산이 조선의 건국과 상당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계는 자신의 아호를 ‘송헌(松軒)’이라 했다. 송헌이란 소나무 집을 의미하는데, 새로운 왕조를 창업까지 한 임금의 호로서는 매우 평범해서 혹시 석탑군이 있던 소나무숲에서 비롯된 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금척의 상징화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일월오봉도는 마이산과 석탑군을 나타내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금척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산 석탑군이 금척의 조형물로 여겨지므로 그 석탑을 소재로 한 그림은 바로 금척의 상징화인 것이다.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이성계는 꿈속에서 받았던 대로 금척의 모형을 만들어 거기에 ‘천사금척 수명지상(天賜金尺受命之祥)’이라 새겼다고 한다. 그러나 금척 관련 사물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그림은 금척의 또 다른 상징물이며, 임금이 거리상 마이산의 석탑군을 가까이 할 수 없기에 그림으로 형상화해 늘 곁에 두지 않았을까.

새 1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비밀
최 홍

1953년 전북 남원 출생

전북대 법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작품 : ‘마이산 석탑군의 비밀’ ‘천년의 비밀 운주사’ ‘베팅 999’


왕과 왕비, 그리고 만백성을 상징하는 듯한 장중한 그림을 한낱 시골구석의 마이산과 석탑들에 연관시키려는 주장을 엉뚱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조 이성계가 진안과 마이산에 대해 갖고 있는 중량과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그럴 일이 아니다. 이성계가 자신의 장자를 ‘진안대군(鎭安大君)’으로 명명했던 사실을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그림의 무게와 권위는 상당 부분 그 규모, 그리고 보색을 이루는 선명한 색채에 기인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또한 이 그림이 임금의 통치권을 나타낸다는 것도 단지 늘 임금의 곁에 두었다는 사실에 따른 평범한 해석에 불과하다. 그러기에는 그림의 분위기가 너무도 적막하고, 양쪽의 소나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기가 난감하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왕조 왕권의 표상이자 임금과 거취를 함께했던 그림이면서도 명칭이라든지, 화가가 누구였는지, 어떤 내용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일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왕실에서 의도적으로 숨겼기 때문이라는 해석 외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림에 왕조의 비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동아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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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홍 작가 deksuri-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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