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곽해선, 동아일보사)은 경제·경영 부문에서 소리 소문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1998년 초판이 나온 이래 매년 개정판을 내며(따끈따끈한 경제뉴스를 삽입하기 위해) 8판에 이르렀다. 누적 판매부수가 10만부를 훌쩍 넘는다. 경기, 물가, 금융, 주식·채권 환율, 국제수지, 무역 등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평이하게 풀어 쓴 경제학 원론 교과서 또는 호흡이 긴 경제용어 사전에 가깝다. 이 책이 이리도 생명력이 긴 이유는 경제기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올 때마다 교과서나 사전처럼 곁에 두고 참고하기 좋아서다.
경제학 열풍, ‘선구안’이 중요하다
요즘은 딱딱한 경제 원리에다 일상에서 뽑아낸 이야기로 당의정을 입힌 책이 점점 늘고 있다. ‘서른살 경제학’(유병률, 인물과 사상사), ‘여자 경제학’(유병률, 웅진지식하우스)이 대표적이며,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등도 유사하다. ‘서른살 경제학’과 ‘여자 경제학’이 좀더 경제학 교과서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면, 뒤의 두 책은 에피소드를 앞세우고 경제 이론을 뒤로 숨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괴짜 경제학’은 목차만 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 책인가 싶을 만큼 엉뚱하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가?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종잡을 수 없는 질문을 던져놓고 퍼즐을 맞추듯 독자를 경제학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스타벅스의 경영 전략’을 책머리에 놓은 ‘경제학 콘서트’의 서술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책들은 경제학이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매력적인 학문인지 알려준다. 막연하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볼까 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한 진로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전문분야를 대중소설만큼이나 재미있게 서술한 저자의 글솜씨도 압권이다(그 점에서 ‘괴짜 경제학’이 ‘경제학콘서트’보다 한 수 위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학 책으로는 ‘롱테일 경제학’(크리스 앤더슨 지음, 랜덤하우스)과 ‘행동 경제학’(도모노 노리오 지음, 지형)을 꼽을 수 있다. 그래프에서 판매곡선이 긴 꼬리처럼 내려가 밑바닥에 닿을 정도로 뻗어나가는 것을 가리키는 ‘롱테일’은 디지털 혁명으로 매스마켓이 수백만개의 틈새시장으로 세분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롱테일 현상은 아직 아마존(책), 아이튠스(음악), 넷플릭스(영화), 구글(검색) 등 온라인 문화산업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그동안 기업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선택과 집중 원칙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행동 경제학’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너먼 교수의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에 과한 연구’ 등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경제학 책의 색인에서 ‘감정’이라는 항목을 찾아보라. 있을 턱이 없다.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로버트 프랭크가 ‘미시경제학과 행동’이라는 책에서 경제학 세계에 감정을 도입했다. 이것이 행동 경제학의 시초다. ‘롱테일 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 모두 주류경제학의 세례를 흠뻑 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자, 경제학 책이 다 같은 경제학으로 보이는가? 제목에 속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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