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 김재두 외 지음/한국경제신문/264쪽/1만1000원
나라가 걱정되면 이란을 먼저 이해하라
그러나 이란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단순히 지식을 넓히고 교양을 쌓는 차원이 아니라, 국운(國運)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지만 솔직히 일반인이 이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책은 이제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란에 관한 서적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국방연구원이 기획해 김재두 박사 외 9명의 전문가가 공동 집필한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라는 책은 국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물론 오늘의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는 대중을 위해서도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책이 이란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이란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이란의 국내정치, 역사 문제 등은 이 책의 연구 범위를 넘어선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이란과 북한의 연계, 이란과 미국, 이란과 중국, 핵 확산 문제와 테러리즘, 그리고 석유와 국제정치, 전쟁 및 국제경제에 관한 책이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의 안보가 오리무중인 현 상황에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 중 하나가 이란의 핵 개발이다. 이 책은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국제정치, 군사전략 및 국제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해 독자에게 이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대표 집필자인 국방연구원 김재두 연구위원은 서문에서 이란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북한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 문제를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느냐의 문제는 곧바로 미국의 대(對)북한 전략과 연계되는 것이다.
이란의 문제는 중동의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저자의 주장처럼 미국과 중국의 전 지구적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보아야 할 문제다. 중국이 없다면 이란은 고립될 것이며, 이란 없는 중국의 전략은 미국 앞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미국이 더욱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 미국이 결코 외교적으로 이란의 핵 보유 의지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예상보다 강경하고 신속하게
이란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핵 박사’로 잘 알려진 김태우 박사가 집필했다. 김 박사는 이란의 핵 개발은 그들의 말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을 지닌 것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이란의 핵 문제가 왜 군사 문제가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동기를 비롯해 이란 핵 문제 전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했다. 1960년대부터 2006년까지 날짜 순으로 배열한 이란 핵 문제 일지는 이란의 핵 개발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가 특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만일 미국이 이란 핵 문제의 좌초에 대해 강박감을 느끼고 이란과 북한 둘 중 하나에 대해 군사행동을 결심한다면 그 대상은 이란이 아니라 북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대목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책에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국제정치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대해 자연 과학자가 소상하게 집필한 논문도 수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류재수 연구원의 ‘이란의 핵 기술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그것이다. 이 논문은 핵연료주기 시설, 원자력발전소 및 연구용 원자로 등 이란의 핵시설 현황을 보여준다.
국제과학안보연구원은 이러한 핵시설 현황과 이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결과 등을 종합해 이란이 2010년부터 연간 1기 이상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