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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심장, 눈앞의 전설

첫 내한 공연 ‘대박’ 폴 매카트니

비틀스의 심장, 눈앞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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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무대는 꿈과 현실이 불꽃을 튀기며 결합한 거대한 화학실험실이었다. 칠순을 넘겨 드디어 한국을 찾은 폴 매카트니(73)는 4만여 한국 팬 앞에서 음악사에 남은 명곡들을 잠깐의 짬도 없이 쏟아냈다. 사라져야만 ‘전설’인가. 그는 지금도 비디오게임 엔딩 송을 만들고 젊은 팝스타와 협업하는 ‘현역’이다.
비틀스의 심장, 눈앞의 전설
비틀스는 4명(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이지만 대부분의 노래는 레넌과 매카트니가 작곡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원’에 가까워 보이는 절대적인 팝 멜로디 ‘Yesterday’ ‘Let it be’ ‘Hey Jude’의 선율을 만든 건 매카트니다. 그는 비틀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함께 현악 편곡·지휘를 한 신고전주의자이며,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실험적 명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967)를 추진한 실험가이고, 독창적인 베이스기타 연주자다. 전설에 박동하는 심장이 남아 있다면 그건 비틀스의 두 생존 멤버(스타와 매카트니) 중 하나, 매카트니다.

그가 비틀스 전성기부터 근래까지 수도 없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단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지 않은 것은 슬픈 불가사의였다. 그러나 5월 2일, 마침내 성사된 그의 첫 내한 공연은 국내 팝 애호 역사에 일대 사건이었다.

매카트니는 5월 1일, 80여 명의 스태프를 대동하고 자신의 전세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400여 명의 팬이 공항에 몰려나왔다. 그의 숙소는 서울 강남 R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매카트니 측이 한국 주관사에 “숙소는 발코니가 있는 곳으로 잡아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객실에 데이지 꽃이 담긴 화병도 놓아달라고 주문했다.

100만 원짜리 ‘사운드체크’ 티켓

비틀스의 심장, 눈앞의 전설

한국 공연 후 폴 매카트니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글.

그가 데려온 스태프 중엔 요리사들도 있었다. 1975년부터 채식을 고수하는 매카트니를 위해 이들은 매일 채소로 만든 식사를 준비한다. 해외 스태프는 물론 국내 공연 주관사 스태프들도 그의 방한 기간에 매카트니와 같은 채식 식단을 소화해야 했다.



2일 밤부터 쏟아진 ‘160분 동안 물 한 잔 안 마시고…‘할배’ 매카트니의 열정’류의 국내 리뷰 기사들은 이 칠순 팝스타의 정력을 절반만 보고 작성된 것이다. 기자는 공연 당일인 2일 낮, 매카트니를 다른 국내 매체나 팬들보다 4시간 먼저 볼 기회가 있었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사운드체크에 참석한 것.

사운드체크는 공연 리허설의 일부인데, 매카트니가 밴드 멤버들과 함께 모든 기타와 건반의 음향을 테스트하는 시간이다. 말이 ‘체크’지, 실은 소수의 팬을 위한 특별 콘서트다. 국내 티켓 예매처에서는 팔지도 않는 100만 원짜리 ‘사운드체크 패키지’를 해외 VIP 전용 예매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골수 팬 230명을 위해 매카트니는 1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연주했다. 기자와 팬들은 무대에서 50m 떨어진 안전선 밖에서 사운드체크를 지켜봤다.

매카트니는 실제 공연하듯 11곡을 내리 연주했다. 레퍼토리 대부분은 본 공연에선 연주하지 않은 곡이었다. 골수팬들의 요청을 받은 ‘Got to Get You into My Life’ ‘C Moon’ ‘Ram On’ ‘Bluebird’ ‘Honey Don‘t’ 같은 노래들. 1960년 영국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의 지하 클럽부터 55년 무대 인생을 톱스타로 보낸 그에게 다정한 인사와 동작 큰 무대 매너, 완숙한 연주로 고작 230명의 팬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니까 그는 2015년 5월 2일 서울에서 160분이 아니라 220분 동안 무대에 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밤 콘서트. 수도 없이 들은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Blackbird’ ‘The Long and Winding Road’ ‘Obladi-Oblada’를 ‘바로 그 목소리’로 들은 2시간 40분 동안 잠실은 꿈과 현실이 불꽃을 튀기며 결합한 거대한 화학실험실이었다. 더구나 비틀스의 후기 앨범인 ‘Sgt. Peppers…’ ‘The White Album’ ‘Abbey Road’ 수록 곡이 연주될 때 ‘비틀마니아’(비틀스 광팬)의 가슴은 두 배로 뛰었을 것이다.

매카트니는 1966년 미국 순회공연 이후 콘서트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해체 때까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갖가지 음향 실험에 몰두했다. 이때 비틀스는 라이브 연주에 싫증이 났고, 라이브로 연주되기 힘든 대곡을 여럿 만들어냈다.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Helter Skelter’ 같은 곡이 라이브로 구현될 때의 현장감은 기묘했다. 불꽃과 폭죽, 조명과 레이저를 활용한 화려한 무대 연출은 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 주제곡인 ‘Live and Let Die’에서 절정을 이뤘다. “한국 조와요!” “데·#48401;” “남좌들만(불러봐요)” 하는 한국어 코멘트와 동그란 눈, 귀여운 무대 매너는 그가 왜 ‘큐트 비틀’로 불리는지 새삼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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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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