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
특히 여성의 정신질환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장애 정도보다 더 크다고 보고돼 있으며, 주요 우울증의 장애 정도는 시력 상실 또는 사지마비에 의한 장애와 거의 비슷할 정도다. 조현병, 양극성장애 등과 같이 남녀 간에 유병률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도 있지만, 주요 우울증의 경우 여성은 20% 정도로, 남성의 10%에 비해 두 배가량이나 높다. 특히 15세에서 44세의 가임기 여성에게서는 정신장애, 그중에서도 우울증이 질병 부담 1순위로 보고돼 있다.
가임기 여성 우울증, 질병 부담 1순위
여성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성 정신건강과 여성 우울증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들이 더욱 활발히 진행됐으며, 남녀 간 차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진다. 남녀 간 차이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동기에 가정폭력, 성폭행, 신체적 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확률이 높으며, 자라면서 아내, 어머니, 노부모를 돌보는 양육자 등으로 다중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의 노출이 여성에게는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발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로는 생물학적 요인이다. 여성과 남성의 정신질환은 사춘기 이후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성은 가임기와 폐경 이후에 각종 정신질환의 유병률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은 또한 생식주기에 따른 월경 전, 임신, 산후, 폐경 등과 같이 호르몬의 변화가 있는 시기에 우울증이 더욱 쉽게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어 남성에 비해 취약성을 보인다.
이러한 남녀 간 차이, 여성의 특수성에 따라 정신건강의 유병률 외에 증상과 치료, 예후에도 남녀 간 차이를 보인다. 여성에게서는 심한 정도의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 시도가 남성에 비해 많지만, 실제 자살 성공률은 남성에게서 더 높게 보고된다. 여성에게서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보다는 지나친 식욕 증가, 체중 증가, 수면 과다 등과 같은 비전형적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많으며 불안과 함께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남성보다 정신과적 치료 더 찾아
‘웃음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폭소를 터뜨리는 여성 참석자들.
조현병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생 연령이 늦다. 조현병 여성은 임신 중, 출산 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양극성장애의 경우 출산 후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여성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여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생물학적, 심리사회적 요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성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 뇌 신경전달물질 등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연구와 함께, 성호르몬 치료 등과 같은 임상적 노력도 활발히 진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여성은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여성의 정신건강은 아동과 노인의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정신건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신질환은 건강한 삶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 즉 임신·출산 시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기 발견,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더욱 깊은 연구를 통해 여성의 정신질환에 대한 위험 요인과 방어 요인을 밝혀내고, 여성의 정신건강이 공중보건의 주요 문제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