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기능성 필름 화장품’으로 또 한 번 세계 제패 나선다

  •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0-07-30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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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젊어 보이는 여성이 많은 시대다.
    • 의학 발전도 한몫 단단히 했을 법하고, 각종 피부 미용 제품의 공도 적지 않았으리라. 피부 상태에 민감한 여성들은 자외선 노출로 얼굴 피부가 손상될 것을 우려해 마스크팩을 즐겨 사용한다. 마스크팩이 가는 세월까지 붙잡아두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피부 노화를 막아줘 젊음을 유지하고픈 여심(女心)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 세계적으로 마스크팩을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바로 제닉이다. TV홈쇼핑에서 ‘하유미팩’으로 널리 알려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만드는 곳이다. 마스크팩 시장에서 WORLD NO. 1 반열에 오른 제닉은 ‘기능성 필름 화장품’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세계 제패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1990년대 초반, TV 드라마에는 모녀가 얇게 썬 오이를 얼굴에 붙인 채 나란히 누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피부 미용, 특히 얼굴 피부에 민감한 여성들이 희고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오이팩을 즐겨 하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오이팩 대신 눈과 코, 입 부분만 뚫린 채 얼굴 전면을 덮는 하얀 마스크팩을 붙인 모습이 TV에 자주 등장했다. 천연 미용재료 오이에서 마스크팩으로 진화한 것이다. 마스크팩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나아가 세계무대에 한국 마스크팩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기업이 바로 제닉㈜이다. 제닉은 마스크팩의 대중화뿐 아니라 고급화도 선도하고 있다. 유현오 제닉 대표가 개발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이른바 겔 마스크팩은 기존의 시트 마스크팩의 단점을 보완하고 미용 효과면에서도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내용물이 시트에 함침돼 있는 시트 마스크팩은 내용물이 흐를 가능성이 커 팩을 붙이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그렇지만 겔 마스크팩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인 겔의 특성상 흘러내릴 염려가 없다. 김선 제닉 과장은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겔 마스크팩을 붙이고 운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침 출근길에 여성 자가운전자가 신호대기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을 종종 봐왔는데, 이제는 얼굴에 팩을 붙인 채 운전하는 여성도 보게 될 모양이다. 언뜻 생각해봐도 아침에 하는 팩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팩으로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공급한 상태에서 화장을 하면 화장발이 더 잘 받지 않을까 싶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제닉은 마스크팩 외에 아이패치도 생산한다.

    “반도체 공장보다 더 청결”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이용해본 운전자라면 ‘마스크팩 세계 1위 제닉’이라는 붉은 글씨로 된 큼지막한 광고판을 보았을 것이다. 제닉의 공장은 천안논산고속도로 변에 위치한 논산 지방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6월21일 제닉 논산공장을 찾았다. 수요가 급팽창하는 추세에 발맞춰 공장을 그때그때 증설해서 그런지, 구조가 조금 복잡하다. 공장부지 여기저기에 원자재가 쌓여 있었고 직원과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돈이 덜 돼 산만했지만, 바삐 돌아가는 모습에서 ‘잘나가는 회사’라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공장에서 만난 강창영 이사와 김무근 생산부장은 마스크팩에 문외한인 기자를 위해 시제품을 보여주며 각각의 마스크팩 특성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시트 마스크팩에는 21~23g의 에센스가 들어가지만, 하이드로겔에는 28~31g까지 들어갑니다. 더 많은 내용물이 담겨 있는 만큼 효능도 좋습니다. 함침시키는 방식의 시트 마스크팩은 흘러내리기 때문에 팩을 붙인 채 활동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겔 마스크팩은 팩을 하고서도 평소처럼 활동할 수 있습니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제닉은 마스크팩의 대중화는 물론, 고급화도 선도하고 있다.

    김 부장은 시트와 겔 마스크팩 시제품을 자신의 팔에 붙이고 제품 특성을 직접 보여주었다. 시트 팩에서는 액체가 흘러내린 반면, 겔로 된 팩은 얌전히 붙어 있었다. 기자의 팔에도 겔 마스크팩 일부를 붙여주었다. 마치 밴드를 붙인 것처럼 피부에 밀착돼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었다.

    “액상 내용물이 메시망에 투입돼 있기 때문에 흡수력도 우수할뿐더러, 팩을 착용하고서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엉겁결에 양 팔뚝에 겔 팩을 붙인 채 공장 견학에 나섰다. 제품 생산라인이 있는 공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진모와 방진복을 착용한 뒤 먼지를 제거하는 클린룸까지 거쳐야 했다. 얼굴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 그런지 고도의 위생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무근 부장은 “반도체 생산 공장 이상으로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장 천장에는 공기순환 시설이 잘 구비돼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이물질이 제품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려는 세심한 배려였다.

    강창영 이사는 “철저한 위생설비를 갖추는 데에는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며 “최적의 조건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유현오 대표의 의지가 강해 지금과 같은 첨단 위생설비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닉의 논산 공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마스크팩은 시트 마스크팩이 12만장, 겔 마스크팩이 16만장에 달한다. 특히 겔 마스크팩의 경우 3호기가 가동되는 7월 이후에는 하루 20만장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하루 30만장 이상 마스크팩 생산

    김무근 부장은 “처음 1호기를 설치할 때만해도 3~4개월 소요됐지만, 2호기 설치 때는 노하우가 생겨 기간을 대폭 단축했고, 지금 설치하고 있는 3호기는 더 빠른 시일 내에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닉이 생산설비를 늘려가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에서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마스크팩이 바로 제닉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6개월 만에 1000억원대의 판매고를 올린 제닉의 마스크팩은 납품 기일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2호기를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3호기를 도입한 것도 밀려드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부장은 “OEM으로 우리 회사에 마스크팩을 발주하는 회사 관계자들이 공장을 방문한 뒤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에 모두 만족해 한다”며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애로가 있다”고 했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시트 마스크 OEM 생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겔 마스크팩 수요가 대폭 느는 등 마스크팩 시장에도 트렌드 변화가 있다고 한다.

    시트 마스크와 겔 마스크

    시트 마스크팩과 겔 마스크팩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시트 마스크팩이 얼굴 모양의 시트 마스크가 포장지에 담긴 상태에서 내용물을 주입하는 데 반해, 겔 마스크팩은 네트 메시(Net Mesh)에 겔을 주입한 뒤 PET 필름과 필(Peal) 필름 등 세 개를 하나로 합체시켜 압착과 냉각 과정을 거친 뒤 톰슨기(성형기)로 얼굴 모양 본을 떴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사용자 편의를 고려, 팩을 위아래로 분리해 포장한다.

    마스크팩을 써본 사람이라면 일체형 마스크팩과 위아래가 분리된 마스크팩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상식에 속할지 모르는 이 같은 단순한 사실도 마스크팩 문외한인 기자에게는 의아하게 여겨졌다.

    “겔 마스크팩을 위 아래로 구분한 이유가 뭔가요?”

    “화장품 성분이 포함된 채 접혀 있는 일체형 팩을 혼자서 얼굴에 고르게 붙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위 아래로 구분해놓으면 혼자서도 손쉽게 붙일 수 있거든요. 더구나 겔 마스크팩은 흘러내리지도 않으니까요. 사용자 편의를 생각해서 구분해놓은 것입니다.”

    김무근 부장의 설명이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다보니 제품 생산 과정은 조금 더뎌졌다. 톰슨기를 거쳐 위아래로 나뉜 마스크팩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면 생산직원들은 위 아래 각각 하나씩 골라 접어서 포장용기에 집어넣는다. 마스크팩을 두 개로 분리하다보니 자동화하기 힘든 문제가 생겼던 것.

    “일체형에 비해 분리형이 더 고급형입니다.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위아래 조각을 일일이 찾아 하나의 제품으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의 편의가 우선이죠.”

    겔 마스크팩 원천기술 보유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활성화돼 있는 마스크팩 시장은 점차 더 많은 국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마스크팩 제조과정이 비교적 단순해 모방이 쉽다는 점에서 ‘어떻게 제품을 차별화하느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에 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제닉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유현오 대표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관련 논문으로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제닉이 생산하는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신기술 인증(KT마크)을 받았다. 또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특허를 획득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의 인기 비결은 ‘경피투과형 기술’에 있다. 에센스를 겔 타입의 마스크팩으로 만들어 피부에 붙이면 피부 온도에 반응해 겔 에센스가 녹아 증발하지 않고 피부 깊숙이 침투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사용으로도 다음날까지 촉촉함이 유지된다고 한다.

    기자가 제닉 논산 공장을 방문했을 때, 시제품을 팔뚝에 붙인 채 한 시간가량 공장을 둘러보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서 보니 팔뚝에 붙은 겔 마스크팩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내용물이 모두 피부에 흡수돼 메시망만 남아 있었던 것. 흘러내리지 않고 흡수율이 높아 팩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셈이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겔 마스크 팩 제조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기능성 필름 화장품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제닉은 ‘기능성 필름 화장품’ 시장에도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9·11테러 이후 비행기에 탑승할 때 100mℓ 이하의 소형 화장품만 휴대토록 한 규정 때문에 많은 여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필름 화장품은 액체 화장품을 집적해 물 함유량이 적은 고체의 박막 필름으로 제조한 것이다. 제닉이 개발한 기능성 필름 화장품은 비행기에 보관된 물이나 휴대하고 있는 소형 화장수를 이용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6월22일. 유현오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제닉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유 대표가 제닉에서 개발한 필름 화장품을 기자의 손등에 올려놓고 생수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내 필름이 녹으며 화장품으로 변했고, 손가락으로 고르게 문지르자 금세 피부에 흡수됐다.

    유 대표는 “기능성 필름 화장품의 가장 큰 특징은 화학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수분 함유량이 적은 필름 화장품은 화학방부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색소나 알코올을 넣지 않고서도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물에 잘 녹는 필름 화장품 기술을 응용한 제품으로는 주름 개선을 위한 ‘셀더마 매직 나이트 필름 프로그램’이 있다. 고농축 앰풀과 녹는 필름을 눈가 주름에 붙이고 자면 밤 사이 주름이 개선된다고 한다. 또한 기미 등 칙칙한 부위를 하얗게 하기 위한 화이트닝 프로그램 ‘스킨사이언스’도 있는데, ‘스킨사이언스’는 로레알과 SK-Ⅱ에 이어 제닉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필름 코스메틱으로 상품화한 것이다. 제닉이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고농축 기능성 필름 화장품은 지난해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물 없이 감는 샴푸

    겔 마스크팩과 기능성 필름 화장품에 이어 제닉이 보유한 특허 제품으로는 물 없이도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가 있다. 제닉은 본사 차원에서 ‘물을 아끼고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물 없이 샴푸하는 ‘에코 제닉 물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면도 거품처럼 생긴 워터리스 샴푸를 머리 곳곳에 바르고 손으로 머리를 감듯 비벼준 뒤 수건이나 휴지 등으로 닦아내면 물로 머리를 감았을 때와 비슷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이나, 물을 구하기 어려운 곳을 여행할 때 휴대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제닉은 올해 초 규모 7.0의 강진으로 물 부족과 식수난으로 고통 받던 아이티에 워터리스 샴푸 1000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편 마스크팩과 패치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발돋움한 제닉은 스파 프랜차이즈 분야에도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교대역에 1호점을 연 스파 프랜차이즈 ‘뮬’은 히노키 반신욕에서 시작해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기기 피부 관리, 그리고 전신 마사지인 아쿠아 테라피와 사운드 테라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신개념 스파다. ‘뮬’에서는 그동안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 등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보디스킨케어, 다이어트 서비스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격 부담이 적어 인근 사무직 여성은 물론,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과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여성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제닉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정혜영 이사는 “뮬이 고급 스파 서비스를 1만5000원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셀프 서비스로 운영되는데다, 화장품 등 제품 개발과 생산을 본사인 제닉이 직접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닉 유현오 대표이사

    “노력의 대가는 어떤 형태로 반드시 돌아온다”


    겔 마스크팩으로 전세계 여성 얼굴 감싼 제닉
    유현오 대표가 대학원 재학 시절 연구한 주제는 겔(Gel) 타입의 약물 전달 기술이었다. 멀미를 예방하는 키미테를 떠올리면 된다. 상처 치료용 하이드로겔을 개발했지만, 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들여 까다로운 임상 실험 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화장품으로 사업을 전환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바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대학원을 마칠 때쯤 IMF 경제위기가 왔다. 대기업에서는 사원을 뽑지 않아, 아이벡스라는 미국계 바이오 벤처 기업을 선택했다. 사업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뒤 제닉을 창업했다. 창업 당시에는 1인 기업이었다.”

    1인 창업이라?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다소 무모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불가능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경험도 적고 가진 돈도 많지 않았겠지만 열정과 패기를 앞세워 창업한 유 대표의 배짱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제닉이 가능했다. 유 대표는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한번 부딪쳐보자’는 도전정신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키토산을 건강보조식품으로만 활용하던 바이오업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키토산과 젤라틴을 합성해 생분해성과 항균성, 약전성이 우수한 생체친화성 연질 겔을 제조하면서 주목받았다. 생체친화성 겔은 의약제나 약제, 첨가제 등으로 사용할 경우 상처를 보호하고 상처 치료를 돕는 피복제 효과를 냈다. 생체친화성 연질 겔로 2002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상처 치료용 패치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시장에 곧바로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 콘셉트를 찾기 위해 각종 외국 전시회를 돌아다니면서 관련 샘플을 모았다.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피부과와 피부관리숍도 돌아다녔다. 시장조사 끝에 여성용 마스크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유 대표는 대학 시절 호주 여행 때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돼 곤란을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당시 호주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없던 시트형 마스크팩을 상한 얼굴에 덮어줘 진정시켜줬던 일이 생각난 것. 이때부터 유 대표는 상처 치유가 아닌 뷰티 아이템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품을 개발해도 적절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데….

    “화장품 업계에 근무한 경험도 없었고, 국내 유통망도 전혀 갖고 있지 않던 내게 판로는 처음부터 막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고 보니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인맥이나 브랜드 밸류가 없으면 접근조차 어려웠다. 현실적 제약 때문에 국내시장을 뚫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외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해외에서는 국내 대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봤다. 2003년에 미국법인(uGenic)을 설립하고, 3개월간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국 전역의 전시회를 발로 뛰어다녔다”

    미국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유 대표는 제조공장도 없으면서 있는 척한 경우도 있었고, 막무가내로 고객이 될 만한 회사를 물색해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 거점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은, 한국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에 미국은 버거운 시장이었다.

    다행히 열심히 뛴 덕에 유 대표는 미 동부 보스턴에 개설된 공동물류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회사 가운데 하나인 스파 사이언스와 10년간 1000만달러 수출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유 대표의 미국 진출기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결과만 바라는 세태와 유 대표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선명히 대비됐다. 두드려야 문이 열리고, 복권을 사야 당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지 않던가.

    고군분투하던 유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하이서울’ 브랜드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비상의 날갯짓을 하게 된 것. 서울지역 우수기업 브랜드인 ‘하이서울’은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이서울’브랜드 선정 이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고, 장영실상과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것 같다.

    “매출도 많아지고, 회사 규모도 커졌다. 그러다 3년 전 교만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종교를 갖게 됐고 ‘겸손해야 한다’는 다짐을 늘 가슴에 품고 지낸다.”

    논산 공장과 양재동 서울사무소 한켠에는 제닉이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시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치 그때의 실패 경험을 잊지 않으려는 듯.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창업을 고민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반드시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노력의 대가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아온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으로 성공을 거둔 유 대표는 기능성 필름 화장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을 얇은 필름으로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피부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술을 응용하면 상처치료용 의약품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유 대표의 사업 계획을 듣고 있자니. 이번에는 겔 마스크팩 1위 업체 취재를 위해 만났지만, 다음에는 신개념 의약품 1위 업체 대표로 다시 마주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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