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증시 달구는 ‘대선후보 테마주’ 세계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05-22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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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터질라~ 이른바 ‘대선후보 테마주’가 가열되고 있다.
    • 어리석은 개미가 정치인 테마주에 손을 댄다.
    • 돈을 챙기는 건 작전세력과 테마주로 편입되면서 주가가 오른 해당기업 대주주. 약삭빠르게 주식을 처분해 큰돈을 챙긴 대주주가 적지 않다.
    • 안철수연구소 주식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난다.
    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검색창에 ‘김’에 이어 ‘김ㄷ’을 치니 바로 ‘김두관’에 이어 ‘김두관 관련주’가 자동으로 뜬다. 다른 잠재적 대선후보의 이름을 쳐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금융당국에서 정치인 테마주 작전세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한몫 잡아보고 싶어하는 개미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세력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마수를 뻗치고 있다.

    내친김에 김두관 경남도지사 테마주를 소개해놓은 블로그를 클릭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어 ‘금형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라고 소개된 대성파인텍을 시작으로 10여 개 업체명과 김 지사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성파인텍은 이 회사 김병준·김흥식 이사가 김 지사와 같은 동아대 출신이라 테마주로 묶였다. 모직물 사업체인 아즈텍WB 역시 허재명 대표이사가 동아대 출신이다. 이어 등장한 한국주강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나와 있지 않고 이 회사 하경식 대표이사가 하성식 함안군수의 일가인데, 하 군수가 김 지사와 친분이 두텁다며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한라IMS도 기업에 대한 설명은 한 줄도 없이 공동대표인 김영구·지석준 씨가 각각 동아대와 동아대대학원 출신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김 지사의 선거 캠프 고문을 맡은 김태랑 민주통합당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회사, 김 지사의 대학 은사로 알려진 동아대 명예교수가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까지 테마주로 떡하니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회장이 동아대 총동문회 자문위원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된 기업도 있다.

    사돈의 팔촌 주



    사실 증권가에서 특정 주제로 엮을 수 있는 주식은 모두 테마주다. 바이오주나 태양광주 혹은 월드컵 수혜주처럼 실적 호전으로 이어질 만한 계기가 있을 때 테마주가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주식투자자들이 임의로 테마주를 엮기도 한다. 특히 총선이나 대선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는 특정 정치인과 한 다리 건너 알기만 해도 정치인 테마주가 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돈의 팔촌 주’ ‘옷깃만 스쳐도 주’라고 하는데,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테마주였던 단암전자통신이 시초 격이다. 단암전자통신은 당시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장인인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의 조카가 이 회사 대표라는 이유로 이회창 테마주가 됐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디아이는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이 회사 박원호 대표이사의 아들인 가수 싸이의 결혼식 주례를 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운찬 테마주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인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널을 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테마주로 꼽히는 바른손의 주가는 지난해 말 1000원이었던 것이 5월 초 현재 50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무려 5배나 올랐지만 2월에 1만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상태다. 문구 및 캐릭터 제품 개발 업체인 바른손은 문 고문이 설립한 법무법인의 고객사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바른손 주식의 상투를 잡은 한 투자자에게 왜 그랬느냐면서 “이런 식이라면 문 고문의 고객이었던 기업이 죄다 테마주로 엮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구입한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도(일산)에 있는 회사가 서울도 아니고 부산에 있는, 그것도 대형 로펌도 아닌 작은 법무법인에 굳이 일을 맡겼다는 건 바른손 최고경영자와 문 고문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며 “그 관계의 진실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바른손이 테마주로 묶인 것은 앞으로 크게 오를 종목임을 의미한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바른손과 문 고문 사이에 깊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바른손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십수 년 전에 일로 관계를 맺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전혀 거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4∼5년 전 일이기만 해도 뭐라 할 얘기가 있을 텐데 (문 고문에 대해) 전혀 해줄 말이 없다”며 기업의 의도와 관계없이 테마주로 묶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주가가 춤을 추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설명에도 한번 테마주에 손을 댄 사람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언론이나 금융당국에서 정치인과 테마주에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할수록 오히려 친분을 감추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여긴다. 주식투자자들의 이 같은 심리는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사전매집 후 풍문 유포

    증권선물위원회는 4월 25일 정치인 테마주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세 그룹의 작전세력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전세력들은 증권 포털사이트에 허위 사실을 올리고 상한가 허수 주문이나 수백 회 단주(10주 미만)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미리 사놓은 주식을 모두 되파는 수법을 사용했다.

    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2011년 코스닥 회전율 상위를 휩쓴 정치인 테마주

    다섯 명으로 구성된 한 작전세력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증권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작성해 유포한 허위 사실 중에는 “L사 대표가 서강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척 관계”이며 “M사가 향후 대선 자금의 출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W사 대표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였으며, “문재인 상임고문이 P사의 전 최대주주 변호”를 맡았고, “U사는 문 고문이 지원하는 에이즈 수혜주”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퍼뜨렸다. 전형적인 ‘사돈의 팔촌 주’ 형태다.

    금융당국이 밝혀낸 작전세력의 주요 수법은 ‘사전 매집’ ‘풍문 유포’ ‘지속적·반복적 게시’ ‘사전에 매집한 주식 매도 및 유포기간 추가 매매’ ‘다른 종목 갈아타기’ 순으로 진행된다. 작전세력이 U사 주식을 상대로 편 작전을 들여다보면, 2011년 8월 8일 U사 주식을 대량 사들인 다음 문 고문이 U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퍼뜨렸다.

    이들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사실 유포에 유인된 일반 투자자들이 U사의 주식 거래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오르자 작전세력은 이틀 뒤인 8월 10일 미리 사둔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 이후 8월 25일까지 계속해서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며 주식을 추가로 사고팔아 챙긴 부당 이득이 총 53억 원에 달한다.

    “개미는 당해낼 수 없다”

    테마주에 손을 댔다 낭패를 본 적 있는 직장인 장모(34) 씨는 “개미는 정치인 테마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숫자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자금 규모로 보나 개미들이 작전세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 그는 “작전세력이 작정하고 흔들어대는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한 순간부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고도 말했다. 시세차익을 거두려면 하루에도 몇 번, 짧게는 몇 분 단위로 주식을 매매해야 하는 터라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통에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정치인 테마주에 손을 댔는데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애꿎은 담배만 엄청 피우고 결국 돈도 거의 다 날렸다”고 털어놨다.

    개미들이 작전세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건 금융당국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테마주 작전세력은 대부분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기로 작정하고 달려든 사람들이다. U사 주가를 뒤흔든 작전세력 5명 중 1명만 회사원이고 나머지는 뚜렷한 직업 없이 시세 조종에만 매달렸다. 또 다른 작전세력은 남매와 사촌, 친구 등 6명이 201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일 오전 7시에 한곳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매일 여러 개의 테마주를 바꿔가며 종목당 평균 5분 안팎으로 초단기 매매를 반복하며 시세를 조종한 세력도 있다. 이들은 한 계좌에서 주식을 사들인 다음 다른 계좌에서 1초 단위로 1주나 10주씩 매매주문을 내고 두 계좌 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매수세를 유인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미리 사둔 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거뒀다. 일반 투자자로선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이 작전에 동원한 자금 규모도 개미들의 소박한 밑천과는 비교가 안 된다. U사 주식을 공략한 작전세력을 적발한 황정욱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조사4팀장은 “자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직업도 없는 사람들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황 팀장은 “원래 갖고 있던 돈과 저축은행의 스톡론(stock loan)으로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광풍이라고 할 만큼 정치인 테마주의 주식시장 교란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데는 저축은행에서 주로 취급하는 스톡론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스톡론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증권계좌 예수금을 담보로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이 담보금의 50∼60%까지 대출을 해주는 데 반해, 스톡론은 담보금의 최대 3배까지 빌려준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솔로몬과 한국 등 저축은행 30개를 포함해 할부금융사, 보험사 등 총 40여 개 금융회사가 증권사와 연계해 스톡론을 취급하고 있다. 절차가 간편하고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커 스톡론 규모는 3월 말 현재 1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때 90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증가한 규모다.

    테마주 돈줄 스톡론

    증권사로선 스톡론 이용자가 늘면 거래 대금도 증가하니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대출기관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스톡론을 이용하는 것을 만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톡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은 각종 테마주 소개글 밑에 광고를 붙이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일부 저축은행은 “급등 A종목 대량 매수 기회”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부추기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을 제한하자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의 스톡론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한데다 한 번에 더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으니 믿을 만한 투자처를 알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스톡론이 꽤 유리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칫 ‘깡통 계좌’가 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담보유지비율이라는 것을 정하고 있는데, 스톡론의 담보유지비율은 대개 115%로 낮은 편이다. 스톡론으로 사들인 주식의 가치가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출기관에서 직접 주식을 매매해 원금을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하는데 종가 기준 1원이라도 부족하면 다음 날 가차 없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담보로 스톡론을 통해 100만 원을 더 빌려 주식을 매입한 경우 총 200만 원이 된 주식 가치가 115만 원(대출금 100만원×115%)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를 할 경우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라 가장 쉽게 거래될 수 있는 하한가로 내놓는다. 따라서 정치인 테마주처럼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경우 반대매매로 인해 낙폭이 더 커지고, 증시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스톡론이 대부분 테마주에 몰려 있다”고 판단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한도를 낮추고 담보유지비율은 올리는 방향으로 스톡론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에 손을 댄 사람 중 상당수가 과거에 주식 투자로 입은 손해를 만회할 목적을 가진 만큼 스톡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신용도가 낮고 자금력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인 테마주 투자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막대한 차익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테마주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누구나 말로는 “빚내서 주식 투자하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하지만, 상한가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남의 얘기로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빚내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간 정치인 테마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있나 찾아보니 엉뚱한 사람들이 배를 불리고 있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테마주로 꼽히는 아가방컴퍼니의 김욱 회장과 손석효 명예회장의 부인 김형자 씨가 2월에 188만 주를 매도해 300여억 원을 현금화했다. 이어 3월에는 손석효 명예회장이 113만 주를 매도했다. 아가방컴퍼니는 박 위원장이 저출산 관련 복지 대책을 발언한 뒤로 박근혜 테마주에 편입했다. 또 다른 박근혜 테마주인 EG의 이광형 대표도 지난해 12월 16만 주를 매각해 하루만에 86억 원을 챙겼다. EG는 박 위원장의 동생 지만 씨가 최대 주주라 2007년 대선 때도 박근혜 테마주로 불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척추수술로 유명세를 탄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도 2월 말부터 3월 초에 걸쳐 우리들생명과학 주식 500만 주를 내다팔았다. 이 이사장이 앞서 우리들생명과학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500만 주를 주당 5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한 터라 차익만 100억 원이 넘는다. 현재 이 이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김수경 우리들생명과학 회장도 이 이사장과 같은 방법으로 500만 주를 매도했다. 두 사람보다 규모는 작지만 이들의 아들과 딸, 며느리 등도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 우리들생명과학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며 지난해 8월 32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올해 2월 20일 4380원까지 치솟았다. 5월 11일 현재는 1600원대다.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기사에서 한 인사가 한 말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안철수연구소 2대 주주는 지분을 조금 팔아 100억 원 넘게 현금화했다고 해요. 이 분이 7000원대일 때부터 사서 13만 원대일 때 팔아요. 우연치고 정말 운이 좋아요. 그럼 그 가격대에 산 개미들은?”

    증권가에 나도는 이야기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 교수 지지율이 높은 건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가진 개미들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안 교수가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고 장외에서 기웃거리며 시간을 끄는 데는 안철수연구소 주식이 폭락하는 걸 막으려는 의도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며 정치와 아예 선을 긋거나 섣불리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검증 과정에서 불명예스럽게 중도 탈락이라도 할 경우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를 ‘폭탄 돌리기’에 비유했다. “작전세력과 개미들이 뒤엉켜 지금 운 좋게 버티고 있더라도 일순간 바람이 사라지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폭락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를 개미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테마주로 꼽혔던 건설회사 이화공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8월 2600원대였던 주가가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맞물리면서 한때 6만7400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대선 직후 1만 원대로 곤두박질쳤고, 5월 11일 현재 2700원대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한몫 잡는 건 감독기관의 눈을 용케 피한 작전세력이거나 양심 없는 기업가들뿐이다.

    “테마주는 폭탄 돌리기”

    고위험 고수익은 투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그렇게 볼 때 정치인 테마주는 그야말로 귀신같이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 초고위험 초고수익 투자처다. 한 인터넷 주식 투자 관련 블로그 운영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탕주의에 빠진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치인 테마주 단타매매에 참여하는 개미들에게 주식시장은 도박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정치인 테마주를 좇는 건 투자가 아닌 투기나 도박에 가까운 만큼 기업 가치나 실적과 무관한 정치인 테마주에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라”라는 부추김으로 시작하는 테마주 관련 블로그 끄트머리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본 내용은 주가와 상관관계가 확인된 바 없으며 제공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투자 판단의 참고사항이며 최종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 게시물을 열람하는 이용자에게 있습니다.”

    정중한 발 빼기다. 그래서 더 얄밉다. 뜬금없는 소문에 휩쓸려 날뛰는 정치인 테마주에 올라탔다가 굴러 떨어지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동정받기도 어렵다. 누구 말마따나 “불쌍한 개미가 아니라 어리석은 개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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