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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21세기형 진보’의 등장 한·미 부조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라

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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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셋째, 새 행정부가 신자유주의 과잉으로부터 일부 물러서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존중할 것이라면 오바마의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특히 한미 FTA의 향배를 전망하는 일은 우리에게 최우선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민주당 진영의 무역정책은 자국민의 일자리 관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세계화의 부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자국 내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거나 무역의 결과로 국내 실업문제가 악화된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분명 이에 적극 대처하고자 할 것이다.

FTA정책과 관련해서도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 1995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난하면서 한미 FTA의 경우에도 자국의 자동차 시장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한국의 시장개방 의지가 충분치 않다고 비판한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와 맞물려 FTA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강화됐고, 한미 FTA의 경우에도 한국 자동차의 대미수입관세 철폐 조항을 핵심으로 일정 부분 수정사항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오바마가 추구할 무역정책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공정주의’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더욱이 FTA 문제만 해도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과연 우리의 전략적 대응범위를 벗어나느냐 아니면 전략적 자율성의 범위 안에 있느냐다.

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2007년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종 타결된 직후 김현종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카란 바티아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공조체제가 절실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이 일방주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호주의적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자국의 산업보호와 글로벌 경제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적정한 수준에서 연계-분리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미국적 이익과 글로벌 이익을 모두 포기하지 않는 정책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규율적 시장주의’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자율’보다는 시스템 정비와 규범적 책임감을 강조하되 ‘규제’보다는 자유주의 정신과 성장 동력의 활성화를 인정하는 규율적 시장경제(Disciplinary Market Economy)의 원칙과 정책이 예견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미FTA와 관련해서도 ‘위기가 곧 기회’라는 진부한 조언이 새롭다. 민주당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의 결합은 오히려 우리의 전략적 대응에 따라 의회 비준 문제가 쉽게 처리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탈냉전기 이후 국제질서에 투영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클린턴의 시대’는 세계 유일 패권국가로서 민주주의의 확산과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통해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국제사회 곳곳에 연착륙시키려고 시도한 시기였다. 바로 그 연착륙의 매력에 사로잡혀 1차 북핵 위기를 성급하게 매듭짓기도 했고, ‘친절한 패권’이라는 말이 레토릭 수준에 머무르면서 어떻게 힘과 도덕을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도 했다.

두 번째 단계인 ‘부시의 시대’에는 자국의 힘을 글로벌 이슈에 과도하게 투사했다. 그 실천과정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의심받았고 국제사회로부터 명분 있는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 후반기에 들어 공공외교(public diplomacy)가 강조되고 몇몇 뜻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군사력의 한계를 넘어선 ‘스마트 파워(smart power)’의 실천을 강조하는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이미 미국 국민과 세계 시민의 마음이 떠난 후였다.

리더십의 갈등, 국익의 갈등

2009년 1월이면 오바마의 미국, 새로운 ‘진보의 시대’가 시작된다. 물론 고전적 의미의 진보는 아니다.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차별이나, 물리력이나 시장 같은 근대적인 문제해결 수단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탈근대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21세기형 진보’의 탄생이다.

이를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상대적 보수성과 비교하며 한미 양국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미국 새 행정부 사이에 큰 ‘부조화(miss-match)’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박정희-케네디, 김영삼-클린턴, 김대중-부시 대통령이 카운터파트를 이루던 시기에 경험했던 부조화는 엄밀히 따지자면 리더십 대 리더십의 갈등이었지 국가이익 대 국가이익의 갈등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한국은 이제 동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생명력 강한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했고 글로벌 책임감을 고민하는 중견국가로 성장했다.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도 집권세력 간의 견해차를 전략적으로 해결할 외교수단이 생겨나고 있다.

당장은 북핵 문제와 한미 FTA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고,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선택할 진보주의적 경제정책은 분명 한국 정부에 외교적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는 구조적 상황과 이슈의 특수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가변적이라는 속성을 갖는다. 대공황 이후 최악

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박인휘

1967년 경북 김천 출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미 피츠버그대 석사(국제관계학), 노스웨스턴대 박사(정치학)

한미교류협회 연구위원 역임

現 이화여대 국제학부 부교수, 외교통상부 정책평가위원, 한국정치학회 편집이사

저서 및 논문 : ‘한미 FTA와 한국의 외교전략 : 교훈과 과제’(편저) ‘한국적 싱크탱크의 가능성’(편저) ‘미국의 동아시아 VS 동아시아의 미국’ 외


의 금융위기 극복, 국제협조체제의 복원 등이 오바마 행정부가 처한 구조적 상황이라면, 한미 FTA와 자국의 자동차시장 보호는 이슈의 특수성일 것이다. 양자가 어떤 형태로 결합할지, 그 결합이 외교정책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요구될 따름이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오바마 당선자는 케냐, 백인, 흑인,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정체성이 혼재하는 소위 세계시민(cosmopolitan)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 리더십의 도덕적 기반을 복원하겠다는 오바마의 의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에 대한 모범적인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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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ihpark@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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