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두 문장은 오바마 당선자가 앞으로 추진할 각종 대외정책의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방법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그의 리더십이 21세기 경영자의 모델이 될 만하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능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의성, 사안에 잠재된 위험성을 계산하는 감각, 뛰어난 의사소통 기술, 포용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그의 능력 가운데 실제로 검증된 게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선 직전 만난 한 전직 미국 관료는 “매케인은 당선된다 해도 사상 최고의 대통령 반열에 들지는 못할 테지만,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도 없다. 반면 오바마에게는 최고와 최악 두 가지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다”고 촌평했다.
두 개의 평가는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오바마는 매케인뿐 아니라 민주당 다른 인사들에 비해서도 정치경력이 일천하다. 그의 급속한 부상과 대통령 당선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하곤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반면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 편집장을 지낸 정치입문 이전의 경력은 주류사회 구성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97년 이래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세 차례 연임한 후 연방상원에서 국제관계위원을 지낸 그를 정치외교 문제의 문외한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무리다.
분명한 것은 과반수의 미국인이 오바마를 미국을 이끄는 데 더 적합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즉 그의 리더십에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희망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반영돼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봐야 한다. ‘추악한 정상배(dirty politician)’의 관행에 물들지 않은, 당당한 미국의 위상을 재현해줄 변화의 선도자. 미국의 유권자들이 원한 리더십은 노련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대신 독선적인 ‘마에스트로’보다는 참신하면서도 친근한 ‘악장(樂長)’이었던 셈이다.
지속성과 차별성
이러한 국민의 바람을 명확히 꿰뚫고 있던 오바마가 선거과정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변화와 부흥, 통합으로 요약된다. 그는 미국이 국제질서의 주도국 위치를 포기하거나 국내문제에만 전념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전처럼 일방주의적 사고나 행동에 의해 끌고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2007년 7/8월호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금세기의 다양한 위협에 홀로 대응할 수 없다. 세계 또한 미국 없이는 이를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 우리는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솔선수범을 통해 모범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협력적인 태도로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오바마의 세계전략 목표는 크게 다섯 가지 구체적 정책방향을 가늠케 한다. 첫째는 군사력보다는 외교력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적(foe)이냐 동지(friend)냐라는 구분, 혹은 특정 정치지도자에 대한 개인적 호오(好惡)에 따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김으로써 미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직접적 군사력의 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바마가 이란과 북한에 대해 보다 격상된 형태(정상협의 등)의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