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라
그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오는가. 사람들은 왜 그의 포로가 되는가. 액설로드가 중간선거 대승 후에 ‘뉴스위크’에 전한 에피소드는 그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지원유세 동안 시카고의 어느 방송사 스튜디오 대기실에서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와 마주쳤습니다. 우릴 알아보고 동석을 요청하더군요. 나와 오바마를 포함해 열 명쯤 모여 앉았는데 모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더군요. 모두 오바마의 입에 주목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분위기를 이해하면 그냥 웃음만 지어 보이는 습관이 있어요.”
그의 가장 큰 자산은 상대에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능력이다. 다른 정치인들이 장황한 논리와 현란한 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동안, 그는 상대를 온 마음으로 이해한다는 뜻의 미소로 그들에게 첫인상을 심어준다. 물론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그 미소를 뒷받침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내용’이 없다면 좋은 인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 첫 번째 만남의 힘은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다음 순간 사람들은 “이 사람은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선 예비경선이 한창이던 4월 중순, 가장 치열한 경쟁지인 펜실베이니아 경선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 액설로드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워싱턴DC의 아시아계 지역사회 활동가 100여명을 펜실베이니아 주도(州都)인 해리스버그에 1박2일 초청한 적이 있다. 필자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오바마 후보는 “여러분의 사회활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기존의 로비를 통한 시민사회와의 소통방식을 대신해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면서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면서 정책 브리핑을 했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대통령선거 다섯 번을 겪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대선본부와 직접 접촉해 후보 본인을 유세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고, 최측근 전략가의 초청을 받아 장시간 마주하는 일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다. 미국 전역의 시민사회가 왜 오바마에 열광하는지 직접 깨닫게 한 경험이었다.
필자가 처음으로 오바마 후보를 만난 것은 2004년 그가 보스턴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창 연설연습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바로 그 연설이었다. 그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Korean American Voters´ Council)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로부터 꼭 2년이 지난 후 대권 도전 결심을 굳힌 그는 다시 한번 연락을 주었다. 동부지역 아시아계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첫 포인트로 한인유권자센터를 꼽은 것이었다. 이후 필자는 한인을 대표해 집요하리만큼 줄기차게 오바마 캠프에 요청했다. 한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 내 200만 한국인이라는 요지였다.
‘정직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선거전이 본격화된 지난 2월12일, 오바마 당선자는 상원의원 자격으로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서면발언을 했다. 그 안에는 ‘한미관계는 200만 재미한인과 10만 재한미국인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의견이 유력 대선후보의 입을 통해 상원에서 공론화되고 곧바로 유세장에서 언급됐다.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무엇을 주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지고 뿌듯하다.
이렇듯 ‘당신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태도, 혹은 상대방에게 그런 믿음을 심는 그의 능력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11월4일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한 당선연설에서 오바마는 이러한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액설로드는 이 연설문을 검토하면서 오바마와 깊게 공감했다고 했다. ‘정직하게 그리고 단호하게’라는 이제까지의 원칙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도 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 연설에서 “메인스트리트(서민층)의 고통으로 월스트리트(부유층)가 풍요를 누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면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에 대해 여러분에게 솔직하게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 더욱 더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But I will always be honest with you about challenges we face. I will listen to you, especially when we disagree).”
오바마 리더십의 요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리더십이 어떻게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이 한 문장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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