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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心은 朴心에 깨지면서 진화한다?

‘차기 1위’ 김무성 대망론의 허와 실

武心은 朴心에 깨지면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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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5년의 절반(올해 8월 25일)을 향해 나아가는 박 대통령은, 마음은 급한데 몸은 따라가지 않는 형국이다. 여태 국민의 가슴에 팍 와 닿는 업적이 없다. 올해 안에 뭔가 한 건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강력한 태클로 거의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사실상 레임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듯한 징후도 행정부에서 나타나다. 이제 박 대통령이 믿을 건 집권당의 협조밖에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은 김 대표에게 호기다.

박 대통령은 예전같이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챙겨주기 힘들다. 사정기관을 통해 정치인들을 힘으로 누를 수도 없다. 정치자금을 대줄 형편도 아니다. 대통령이 집권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도구는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다. 집권 초엔 높은 지지율을 지렛대로 삼아 국회를 압박하고 집권당을 통제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엔 큰 차이가 없다.

울려 퍼지는 ‘김무성 찬가’

따라서 김 대표가 자기 개인기로도 ‘차기’에 다가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4·29 재보선 때 마치 대선을 치르듯 뛰더라”고 말했다. 요즘 새누리당 곳곳에선 이런 ‘김무성 찬가’가 울려 퍼진다. 이 당직자는 김 대표를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김 대표는 자리를 맡을 때마다 진화하는 것 같다.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요직에 올랐어도 그때마다 새롭게 진가를 발휘하더라.”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김 대표가 요즘 즐기던 술도 끊고 과외공부를 많이 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 국방, 안보, 심지어 청소년 문제까지 파고든다”고 전했다. 그는 “김 대표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대장’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술책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김 대표가 취임 초기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상하이 발언처럼 언론 대응도 미숙했다. 말실수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김무성 체제가 안정됐다. 언론 대응도 조직적으로 잘한다”고 말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김 대표 특유의 뚝심도 돋보인다. 친박계 반발로 무산된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최근 당직자회의에서 4·29 재보선 승리 원인으로 ‘상향식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한 점’을 꼽았다. 지역구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무성 대세론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요인으론 김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신 가능성이 꼽힌다. 박 대통령이 근원적으로 김 대표를 믿지 못하며 현직 대통령이 마뜩지 않게 보는 2인자가 대통령이 된 적은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정치를 시작한 뒤 두 사람은 애증의 관계를 이어왔다. 김 대표 측에선 “박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김 대표를 찾았으나 위기를 넘기면 외면하는 일을 되풀이했다”고 말한다. 반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측에선 정반대로 본다. 이명박 정권 시절 김 대표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종시 문제 같은 결정적인 순간 박근혜에게 등을 돌리곤 했다고 말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번 재·보선 때 박 대통령이 ‘와병 메시지’로 함포 사격을 날려준 게 큰 도움이 됐다. 당내에서 ‘김무성 브랜드로 완승을 거뒀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데 그건 지나친 아전인수”라고 주장했다.

“경제 · 행정 식견 부족”

武心은 朴心에 깨지면서 진화한다?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친박계를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김 대표가 국정을 맡을 만한 자질을 가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대표를 비판하는 쪽은 김 대표가 언론에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경제나 행정의 실질적 문제에 관해선 내공이 달리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이번에도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합의안에 덜렁 서명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한다. “이러한 일은 식견과 내공의 부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벼락치기 공부로 메울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김무성 대세론엔 허점이 적지 않다. 야당엔 박원순·안철수·안희정 같은 ‘문재인의 대안’이 있지만 여당엔 뚜렷이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이런 이유로 김무성 대세론이 지속되지만,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의원의 말이다.

“특히 야당에선 문재인 외에 여러 사람이 다투다가 ‘토니 블레어’ 같은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체제에서 새해 예산안을 12년 만에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켰다. 국민이 감동받았다. 우리도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는 새 인물을 내야 한다. 지금은 가려져 있지만 당 안팎에 그런 잠재력을 가진 인물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김 대표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론 개인기를 발휘하면서도 또 다른 면에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는 양면 전술을 구사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가 지금처럼 박 대통령과의 직접적 충돌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아웃복싱’으로 올 연말까지 새누리당을 운영할 걸로 본다. 그러면 김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존도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눈치 빠른 정치인은 물론이고 권력의 향배를 귀신같이 잘 아는 재계와 관가도 김 대표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정적 분수령은 내년 초 있을 선거구 획정과 총선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다. 이때쯤이면 ‘무심(武心)’이 ‘박심(朴心)’을 압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김 대표 주변에선 예측한다. 최상의 김무성 집권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권 때 박 대통령은 상대편인 친이계에 바짝 달라붙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인파이터’였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 미디어법 개정 논란 때 이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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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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