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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혜자 안희정 ‘집단 힐링’ 주도할까?

‘이완구 충격’ 대전·충남 민심

최대 수혜자 안희정 ‘집단 힐링’ 주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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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완구 낙마에 상실감, 허탈감
  • ● 국비 확보 난망? “비빌 언덕 사라졌다”
  • ● ‘충청 트로이카’ 붕괴…안희정만 웃는다?
  • ● “안희정 道政 평가 ‘글쎄요’ 수준”
최대 수혜자 안희정 ‘집단 힐링’ 주도할까?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난해 5월 28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정진석 새누리당 충남도지사 후보 지원 유세.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선거 지원에 나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대망론’을 앞세워 표심(票心)을 자극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후보를 겨냥해 한마디 날렸다.

“안 후보가 대권 후보라는 덕담 몇 마디에 붕 떠 있는 것 같다. 중앙의 정치 무대에는 대단히 엄격하고 엄중한 검증 과정이 있다.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게 대권 후보다.”

한마디로 ‘안희정이 대권 후보라는 게 가당하느냐’는 말이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이 말이 1년도 되지 않아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2012년 10월 병상을 걷어차고 나온 지 2년 4개월 만에 총리에까지 올랐다가 70일 만에 낙마함으로써 중앙 정치 무대의 높고 단단한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증으로 2012년 1월 입원해 투병생활을 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이 전 총리가 4월 21일 급기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충청권은 안타까움과 허탈감, 배신감, 실망감 등 복잡한 반응을 드러냈다.

“충청도 말투가 핑계라니…”



총리 인준 청문회에서 이 전 총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충청도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 총리를 지키자’는 반응이었다. 당시 충청권에는 ‘이완구 낙마하면 다음 총선, 대선 두고 보자!’는 현수막이 여럿 내걸렸다. 일부 단체가 이런 현수막을 조직적으로 내건 것 같았지만 충청도민의 당시 정서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보는 게 옳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당시 충청지역 여론조사를 했더니 ‘총리로 적합하다’는 응답 비율이 65.2%로 나타나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았다.

하지만 총리 취임 뒤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언론 인터뷰에 이 전 총리가 등장하자 충청도민들의 정서는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대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2) 씨는 “이거, 이 총리는 안 걸리는 데가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전 총리의 고향인 충남 청양의 이모(52) 씨는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줬다는 돈은 금액이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돈의 성격도 후원금 명목인데 가혹하리만치 공격이 집중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총리의 지역구(부여-청양)인 충남 부여의 한 노인정에서 만난 한모(70) 씨는 “그래도 이 전 총리만한 인물이 충청도에 어디 있느냐”고 감쌌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가 지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게 사실이다. 충청도 말투를 핑계로 대자 비판적인 여론은 더욱 비등해졌다. 부여군의 공무원은 “이 전 총리가 위기에 몰리자 충청도 말투 운운하면서 고향 사람들을 마치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처럼 치부한 것은 비겁했다”고 불쾌해했다.

무너진 대망론

최대 수혜자 안희정 ‘집단 힐링’ 주도할까?

이완구 전 총리가 4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이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검찰은 이 전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은 물론, 해명 과정의 거짓말과 증거인멸 시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총리가 인준 과정에서 여러 의혹을 드러냈는데도 충청도민들이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지켜내려고 너무 집착했던 것 같다. 이제 지역 출신이 아닌 대한민국 총리로서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발전의 호기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있다. 김용찬 충남도 기획조정실장은 4월 30일 추경예산안 브리핑에서 “비빌 언덕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총리 사퇴로 국비 확보가 다소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치행정학)는 “충청권이 상대적으로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받고 역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해왔다. 이 전 총리가 이런 불균형을 많이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인데 아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충청도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다른 어떤 정서보다 강하다. 이 전 총리의 퇴진이 단순히 지역 출신 총리의 낙마가 아니라 ‘충청권 대망론의 붕괴’를 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는 “의혹 공방의 주체인 성완종 전 회장이나 이 전 총리 모두 충청도 사람이라 지역민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우선 충청권 원로들이 나서 민심을 추스르고 화합을 다져야 한다”며 ‘집단 힐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집단 힐링은 충청권 대망론 붕괴로 인한 충격을 치유하는 데에도 필요해 보인다. 인물 부재의 충청권에서 그나마 대권에 근접한 정치적 리더가 어렵게 나타나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이 일거에 무너지는 데서 오는 충격이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는 과연 충청도민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최연소(31세) 경찰서장(홍성경찰서)과 최연소 충북경찰청장, 2선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 원내대표 등을 거친 그는 호기 넘치는 인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2년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과정에서 2억 원의 ‘이적료’ 파문(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지원금 명목으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에 휩싸이자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런 그가 충청도민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2006년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다. 이후 이 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충청도민의 관심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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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부여·청양=지명훈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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