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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이스라엘은 ‘한미연합’ 족쇄 깰 수 있나

카운트다운! 공중급유기 선정

유럽과 이스라엘은 ‘한미연합’ 족쇄 깰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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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리턴매치 들어간 보잉과 에어버스
  • ● IAI의 역발상 “중고기를 재활용한다”
  • ● ‘한미연합’은 덫인가 날개인가
급유기 4대를 도입하는 공군의 KC-X(공중급유기)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5000여억 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는 미국 보잉의 KC-46, 유럽 에어버스의 MRTT, 이스라엘 IAI의 MMTT가 도전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6월 말 도입 기종을 선정한다.

3사가 제안한 기종은 장단점이 복잡하게 얽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성능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니, 성능이 우수한 기종을 골랐다고 해서 무조건 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지갑이 얇으면 가격에, 두툼하다면 성능에 가중치를 둬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종합 판단은 예산 장벽에도 직면해 있는 방사청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럼에도 살펴볼 점이 있다. 3사는 각각 자사 기종이 방사청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족시키는 것에도 경중(輕重)이 있으니, 이는 ‘립 서비스’에 가깝다. KC-X 사업에는 방사청 관점에서는 걸러낼 수 없는 다른 요소도 얽혀 있다.

이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기종의 충돌이다. 보잉과 IAI는 보잉이 제작하는 여객기 ‘B-767’, 에어버스는 자사 여객기인 ‘A-330’을 토대로 한 급유기를 제시했다. 각기 두 회사 제작 여객기 가운데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종에 해당한다. 2대 1의 비율로 B-767이 많은데, 이는 2011년 결정된 미 공군의 KC-X 사업을 떠오르게 한다.

미 공군(주방위군과 예비군 포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급유기(600여 대)를 운용한다. 따라서 ‘급유기의 세계 트렌드’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미 공군이 보유한 급유기 중에는 B-707 여객기를 토대로 제작된 KC-135이 가장 많고(417대), 다음이 맥도넬 더글러스의 여객기 DC-10을 기반으로 한 KC-10(59대)이다. KC-135는 총 732대가 제작돼 미국과 여타 국가에 공급됐다.





유럽과 이스라엘은 ‘한미연합’ 족쇄 깰 수 있나

1 중고기 개조의 최고봉인 이스라엘의 IAI는 중고 B-767을 토대로 MMTT 급유기를 만든다. 이 때문에 가격은 다른 급유기의 3분의 2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아니라 실질을 추구하는 것이 IAI의 모토다. 2 붐 방식 급유장치는 무거워서 중앙 동체에만 장착한다. 따라서 이 방식을 채택한 보잉의 KC-46 급유기는 한 번에 한 대에만 급유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은 한미연합을 중시하기에 보잉은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 프로브 앤드 드로그 방식으로 급유하는 에어버스의 MRTT 급유기. 이 방식은 양쪽 날개에서 호스를 내려 급유해 이론상으로는 두 대 동시 급유가 가능하다(실제로는 공중 충돌 위험성 때문에 한 대에만 급유). 수유기들은 조종석 옆에 툭 튀어나온 수유구를 갖고 있다(작은 사진). 에어버스는 붐 방식 MRTT로 한국 랠리에 도전했다.

2대 1 비율로 B-767이 많아

B-707은 항공 여행이 본격화한 1958년 출시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다른 여객기가 나오고 여행자들의 비행거리도 늘어나면서 수요가 ‘확’ 줄었기에, 1979년 생산이 중지됐다. DC-10도 1989년 단종됐다. 그 때문에 부속품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종도 노후했기에, 미국은 차기 급유기 179대를 도입하게 됐다.

이 사업 직전인 2005년 보잉은 B-767을 토대로 한 급유기 KC-767을 만들어 이탈리아와 일본에 4대씩 수출했다. KC-46은 이를 개량한 것이다. 에어버스는 미국의 노스롭그루먼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A-330을 기본으로 한 KC-45를 내놓았다(타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어야 미국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

그런데 보잉은 바로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면서 경쟁에서 배제됐다. 에어버스가 ‘자동으로’ 승자가 된 것. 그러자 보잉 공장이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서 “우리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보잉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다시 경쟁이 이뤄져, 결국 보잉이 최종 승자가 됐다. ‘한국 랠리’는 양사의 리턴매치다.

보잉은 승자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려는 듯 KC-46을 그대로 내놓았다. KC-45와 46은 미 공군이 부여한 명칭이다. 에어버스는 ‘미국 악몽’을 잊으려는 듯 본래 이름인 MRTT(Multi Role Tanker Transport · ‘급유-수송기’라는 뜻)를 들고 나왔다.

정치적인 이유로 분루(憤漏)를 삼켜야 했던 에어버스는 급유기 세계에 트렌드를 만든 공로가 있다. 급유기는 시장이 작아 별도로 제작하지 않는다. 많이 팔려 단가가 싸진 여객기 가운데 적당한 것을 골라 개조해서 만든다. 여객기가 모든 공간을 채우지 않는 것처럼 급유기도 내부를 연료로 가득 채우지 못한다. 꽉 채우면 무거워져 뜰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버스는 이 공간을 활용했다. A-310 여객기를 토대로 급유기를 만들고, 남는 공간을 화물이나 환자 수송 공간으로 편성한 것. 2003년 실험작으로 내놓은 A-310 MRTT는 캐나다(2대)와 독일(4대)에 판매됐다. 이어서 보다 큰 A-330을 토대로 한 MRTT를 내놓아 영국(14대)과 프랑스(12대) 호주(5대) 사우디아라비아(6대) 등 6개국에 46대를 수출했다. 보잉은 그 뒤를 따랐다. KC-767과 KC-46도 급유-수송 겸용기로 제작한 것이다. IAI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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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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