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백화점式 이재명 검찰 수사

3大 의혹은 모두 성남시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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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2-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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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동과 꼭 닮은 위례신도시 재개발

    • 토지용도변경으로 민간에 3200억 안긴 백현동

    • 초호화 변호사 군단, 1명당 변호사비 830만 원?

    • 두산건설, 성남FC에 56억 내고 1629억 이익



    검찰은 성남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 때문이다. 의혹의 줄기는 크게 세 갈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을 비롯한 재개발 특혜, 성남FC 대가성 후원금, 마지막으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다. 의혹의 발단은 항상 성남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민관합동 방식의 재개발은 특혜 의혹을 낳았다. 성남시장 재선 직후 인수한 성남FC의 기업 후원금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형에게 한 일을 부인하며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비를 특정 기업이 대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측근으로 인정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도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1월 31일 검찰 조사에서 “(다양한 의혹과 관련한)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에는 이 대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을 비롯한 성남시 의혹 관련 사업의 실행을 담당한 인물이다. 검찰은 2월 16일 위례 신도시,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위례신도시 = 대장동 모의고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성남시 관련 재개발 의혹 중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2015년 시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시장 재임 기간 벌어진 재개발 사업 중 민간에 흘러간 이익의 규모가 가장 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는 7886억 원 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성남시가 챙긴 이익은 1822억 원에 불과했다.

    화천대유가 이렇게 많은 이득을 챙긴 이유는 성남시의 민관합동개발 구조에 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지분은 크게 배당 우선주와 보통주로 구분할 수 있다. 배당 우선주는 이름처럼 수익이 나면 가장 먼저 배당을 받는다. 개발 이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이미 배당을 다 받았으니 손실이 적다.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초과 이익이 생겨도 추가 배당은 받을 수 없다. 화천대유는 우선주 대신 보통주로 지분을 모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조를 설계한 사람은 화천대유의 이사를 맡았던 남욱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소개한 정민용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 구조를 설계하고 대장동 개발에 도입하기 전에 이른바 모의고사를 치렀다. 바로 위례신도시 사업이다. 2013년 말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A2-8 블록(6만4713㎡)에 아파트 1137가구를 공급·분양한 사업으로 대장동 재개발과 구조가 흡사하다.

    성남시의원을 지낸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위례 사업도 보통주(10만 주)에 301억5000만 원, 우선주(90만 주)에 4억5000만 원을 배당했는데, 보통주의 경우 5만 주를 가진 성남도공에 배당된 150억7500만 원 외에 나머지 5만 주 150억7500만 원이 어디에 배당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전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2013년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사업자 선정 공고가 나가기 전 남 씨(남욱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정해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일반주거지역도 안 된다던 백현동

    백현동 개발사업은 위 두 사업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는 민관합동 방식의 개발이었지만, 백현동은 성남시가 민간에 완전히 사업권을 넘겼다. 원래 이곳은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구원) 부지(11만2861㎡)였다. 식품연구원이 전북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2015년 2월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했다. 백현동 부지를 사들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알앤디PFV’는 분양으로만 32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매각 직전 성남시가 해당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4단계 상향한 ‘준주거지’로 변경해서다. 성남시는 식품연구원이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도시관리계획변경 검토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2014년 4월 식품연구원은 “부지 매각이 잘될 수 있도록 토지의 용도를 녹지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올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성남시에 보냈다. 같은 해 8월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맞지 않는다”고 반려했다.

    그런데 2015년 1월 성남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작성, 같은 해 9월까지 해당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에 정 전 실장, 이 대표가 차례로 서명하며 백현동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해당 업체와 이 대표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성남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며 이 대표와 친형 고(故) 이재선 씨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 씨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등 재개발업자들을 중용하는 일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6월 이 씨는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씨와 통화하면서 “유동규 뭐 하는 사람이냐. 분당에서 재개발만 하다 왔다”며 “이재명 주변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4월에는 이 대표가 이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이 씨 강제 입원 사건이 화두에 올랐다.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였던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 발언이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선거법 위반 혐의의 단초가 됐다.

    李 “친구라 저가 수임 가능했다”

    재판은 2018년 10월~2020년 9월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며 이 대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거짓말한 것일 뿐 의도적 허위사실유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재판이 끝나자 변호사 비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전관 출신 변호사 포함 30여 명이 이 대표를 지키려 나섰다. 이 대표가 밝힌 변호사비는 총 2억5000만 원. 단순 계산하면 변호사 1명당 830만 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임한 변호사들이) 대부분 사법연수원 동기거나 대학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친분이 있어 저가 수임이 가능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싶었지만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이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쌍방울그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 자금 500만 달러를 대납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일부에서 편법 발행·유통, 횡령·배임,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전환사채 관련 이익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마지막 축은 성남FC다. 성남시는 기업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3년 10월 성남일화 축구단을 인수, 시민구단 성남FC로 재탄생시켰다. K-리그 정상급 구단이던 성남FC는 인수 이후 성적이 계속 떨어졌지만 기업 후원금은 끊이지 않았다. 2014~2016년에는 두산건설이 약 56억 원을 후원했다. 2015~2016년에는 네이버가 40억 원을 냈다. 이외에도 NH농협, 분당차병원 등이 약 178억 원을 성남FC에 내놓았다.

    성남FC에 돈 내면 금싸라기 땅 생긴다?

    이유 없는 후원은 없었다. 두산건설은 후원 이후인 2014년 10월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에 성공했다. 이곳은 병원시설용지라 잘 팔리지 않는 땅이었다. 성남시는 이 땅을 업무시설용지로 변경해 주고 용적률도 250%에서 960%로 대폭 상향했다. 용도가 달라지자 땅값은 폭등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3년 11월경 126억 원에 사들인 이 땅을 2016년 6월 1775억 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소해 주는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한 것으로 본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의 스포츠 구단 후원금도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면 뇌물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는 당시 성남FC 구단주였고, 구단 운영이 잘되면 자신의 공적으로 평가되는 등 차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자동 땅을 둘러싸고 호텔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015년 1월 성남시가 베지츠종합개발이라는 업체에 레지던스 호텔 개발 사업권을 내줬다. 베지츠종합개발은 원래 ‘용정식품’이라는 식품 도매 업체였다. 2014년 말 호텔 운영·건설업체로 사업 목적을 바꾼 뒤, 정자동 호텔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인 H씨가 정 전 실장과 막역한 사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베지츠종합개발 관계자들을 불러 이 대표와의 관련성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베지츠종합개발 측은 “특혜 주장은 국가행정에 대한 거짓된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식품 도매업을 하다 호텔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용정식품은 부동산개발법인이 필요해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신동아 3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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