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비리 의혹의 경우 알기 쉽게 ‘도표’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동아제약 내부의 기안서, 영수증, 가족 문제와 관련된 공식문서 등 증거자료들도 빼곡히 별첨되어 있었다. 심지어 경영·회계 자료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익명의 도우미’의 휴대전화 연락처까지 수록돼 있었다.
강신호 회장은 재벌기업 모임인 전경련 회장을 거듭 맡으며 한국 재계의 도덕성을 상징해온 인물이다. 또한 동아제약은 국내 1위 제약회사이며 ‘박카스’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상품들을 보유한 회사.
이른바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은 이렇게 그 실체를 드러냈다. ‘X-파일’을 제공한 취재원은 자료 제공 이유에 대해 “강신호씨가 더 이상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은 한국을 도약시킬 ‘엔진’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비전과 도덕성을 갖추고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전경련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전경련은 변화가 필요하다. 회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갈 데까지 가보자”
그는 “여러 사람이 자료 제작에 참여했다. 강 회장과 동아제약의 내부 사정을 종합적으로 담은 이 자료는 언론사 중 ‘신동아’에만 건네는 것”이라면서 “1월 중 반드시 기사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강 회장에 대해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결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무렵 전경련은 1월말 회장단 회의, 2월9일 총회 등을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전경련 내에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강신호 현 회장을 만장일치 추대형식으로 연임(3연임)시키겠다는 분위기였다. ‘신동아’ 2월호 발행일은 1월17일. 취재원은 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시점에 신동아 2월호 보도를 계기로 ‘강 회장의 연임은 안 된다’는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X-파일을 만들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 단지 ‘전경련 개혁’이라는 공익적 목적 때문만이었을까. 1월 당시 강 회장과 동아제약은 세 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첫째, 강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연임 여부다. 당시 강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었다.
둘째,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 회장과 차남 문석(文錫·46)씨 간의 경영권 분쟁이다. 문석씨는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04년 12월 강 회장에 의해 쫓겨나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로 물러난 상태. 강 회장은 2006년 2월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자질 없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느니…”라며 문석씨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