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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교수의 수학 득도기(得道記)

‘공백 메우기’로 기초 다지고 ‘문제 만들기’로 도약하라

박경미 교수의 수학 득도기(得道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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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용어 어원 알면 이해도 높아져
  • ‘수학에 대한 태도’는 부모를 닮는다
  • 반복 계산 연습이 여전히 중요한 까닭
  • 문제의 해법은 문제에서 나온다
  • 출제자 의도 간파하려면 출제자가 돼라
  • 일상적 수학토론의 매력
  • 선행학습보다 ‘펑크’난 곳부터 찾아야
박경미 교수의 수학 득도기(得道記)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인 1982년 겨울방학으로 기억된다. 나는 매일같이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집을 나서 83번 버스를 타고 남산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수험생이 새벽 별빛 아래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6시가 되면 도서관이 개장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내 지정석이랄 수 있는 구석 자리에 가방을 풀었다.

머리가 맑을 때 어제 정면 대결을 벌이다 물러선 수학 문제를 다시 풀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문제로 나올 만한 모든 유형을 다루었다는 책. 이 책만 마스터하면 되겠지 하는 도전의식으로 집요하게 문제를 풀어댔다. 풀리는 문제에서는 지적 희열을 맛보며, 어떻게 공략해도 해결의 단서가 보이지 않는 문제에서는 좌절을 느끼며 마음속에는 희비 쌍곡선이 그려졌다. 그래도 ‘풀고 또 풀고’를 반복했다.

새벽 수학공부가 체질이 된 덕인지, 그해 학력고사 문제가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인지, 어쨌든 대입 수학시험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만점을 받았다.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조금 더 ‘잘’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조건 장고(長考)’가 미덕?

어느 수학 참고서에나 적혀 있는 수학공부와 관련된 첫 번째 조언은 ‘문제를 풀 때 가능하면 답과 풀이를 보지 말고 혼자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이다. 물론 지당한 이야기다. 필자 역시 얼마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문제를 우직하게 푸는 습관을 가지려 했다.



그런데 공부에서는 늘 시간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하므로 이런 태도는 상황에 따라 비효과적일 수도 있다. 대학교 수학을 공부한다든지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경우는 한 문제에 매달려 푸는 동안 거쳐간 다양한 사고(思考)의 궤적을 통해 궁극적으로 수학문제를 푸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어느 정도 정해진 유형과 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수능이나 내신을 대비할 때는 풀다가 적당한 순간에 힌트와 해답을 찾아보는 실리를 추구할 필요도 있다. 필자가 고지식하게 한 문제를 오래 잡고 있으면서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고의 우회로를 경험했던 것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은 되었겠지만, 투자한 시간과 실력의 상승이라는 두 변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때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문제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답과 풀이를 보며 익히면 문제 유형이 달라질 경우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문제에 대해 장고(長考)하는 것과 사고를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효소 차원에서 힌트와 답을 민첩하게 활용하는 것 사이의 조화는 본인이 판단해 익혀가야 한다.

부모가 수학에 ‘호의’ 베풀어야

아이를 키우면서 반가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사소한 것까지 부모를 닮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부모가 먼저 수학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생각과 관심은 신기하게도 아이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수학에 대한 부모의 식견은 부지불식간에 자녀에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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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 kparkmath@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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