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가 맑을 때 어제 정면 대결을 벌이다 물러선 수학 문제를 다시 풀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문제로 나올 만한 모든 유형을 다루었다는 책. 이 책만 마스터하면 되겠지 하는 도전의식으로 집요하게 문제를 풀어댔다. 풀리는 문제에서는 지적 희열을 맛보며, 어떻게 공략해도 해결의 단서가 보이지 않는 문제에서는 좌절을 느끼며 마음속에는 희비 쌍곡선이 그려졌다. 그래도 ‘풀고 또 풀고’를 반복했다.
새벽 수학공부가 체질이 된 덕인지, 그해 학력고사 문제가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인지, 어쨌든 대입 수학시험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만점을 받았다.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조금 더 ‘잘’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조건 장고(長考)’가 미덕?
어느 수학 참고서에나 적혀 있는 수학공부와 관련된 첫 번째 조언은 ‘문제를 풀 때 가능하면 답과 풀이를 보지 말고 혼자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이다. 물론 지당한 이야기다. 필자 역시 얼마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문제를 우직하게 푸는 습관을 가지려 했다.
그런데 공부에서는 늘 시간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하므로 이런 태도는 상황에 따라 비효과적일 수도 있다. 대학교 수학을 공부한다든지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경우는 한 문제에 매달려 푸는 동안 거쳐간 다양한 사고(思考)의 궤적을 통해 궁극적으로 수학문제를 푸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어느 정도 정해진 유형과 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수능이나 내신을 대비할 때는 풀다가 적당한 순간에 힌트와 해답을 찾아보는 실리를 추구할 필요도 있다. 필자가 고지식하게 한 문제를 오래 잡고 있으면서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고의 우회로를 경험했던 것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은 되었겠지만, 투자한 시간과 실력의 상승이라는 두 변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때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문제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답과 풀이를 보며 익히면 문제 유형이 달라질 경우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문제에 대해 장고(長考)하는 것과 사고를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효소 차원에서 힌트와 답을 민첩하게 활용하는 것 사이의 조화는 본인이 판단해 익혀가야 한다.
부모가 수학에 ‘호의’ 베풀어야
아이를 키우면서 반가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사소한 것까지 부모를 닮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부모가 먼저 수학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생각과 관심은 신기하게도 아이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수학에 대한 부모의 식견은 부지불식간에 자녀에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