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정은경 질병청장 TV 노출 확 줄어든 이유

“방역책임자로서 좀 더 강력한 목소리 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2-15 1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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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날마다 하던 대국민 소통, 최근엔 1주에 한 번 꼴

    • 12월 초 부상 후 약 2주 만에 공식석상 등장

    • 질병관리청 승격 후 내부 체제 정비 효과 분석

    • “질병청장은 브리핑보다 방역총괄에 집중해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2월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정 청장은 12월 초 어깨 부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약 2주 만에 브리핑을 재개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2월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정 청장은 12월 초 어깨 부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약 2주 만에 브리핑을 재개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2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을 진행했다. 11월 30일 이후 2주 만이다. 브리핑 현장을 생중계하는 KTV 유튜브 채널에는 “청장님 오랜만입니다” “청장님 브리핑 자주 해주세요. 사람이 자꾸 바뀌니 누구 말을 듣고 믿어야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등 정 청장 등장을 반가워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청장님 팔은 괜찮으세요? 제가 다 미안합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청장님”처럼 정 청장 안부를 묻고 건강을 당부하는 댓글도 많았다.

    부상 회복 후 2주 만의 브리핑 복귀

    12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상으로 열린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오른쪽 어깨 깁스를 한 모습이다. [뉴스1]

    12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상으로 열린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오른쪽 어깨 깁스를 한 모습이다. [뉴스1]

    정은경 청장은 12월 1일 오전 자택 침대에서 내려오던 중 넘어져 어깨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병가를 내고 충북 청주시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느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상 일주일 만인 8일, 서울시청에서 영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수도권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점검회의’에 오른팔에 깁스를 한 채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되긴 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현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단, 정 청장이 대중에게 직접 목소리를 들려준 건 2주 만이다. 이날 정 청장은 특유의 차분하고 신뢰감 가는 어조로 코로나19 환자 급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백신 확보 협상 과정과 최근 시작한 신속항원검사법의 장단점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은경 청장은 한때 거의 매일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국민에게 직접 전했다.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부터 시작해 2월 말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이자 방대본 본부장으로서 수시로 마이크 앞에 섰다. 코로나19에 국민 관심이 집중되던 시절, 정 청장 발언이 TV 뉴스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그는 ‘방역 야전 사령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질병청 승격 후 내부 체제 정비 효과 분석

    12월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12월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3월부터는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 정 청장과 번갈아 브리핑장에 나왔다. 9월 12일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질병관리청(질병청)으로 승격한 뒤부터는 브리핑 담당자가 더욱 다양해졌다. 현재는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 등이 정은경 청장, 권준욱 부본부장과 함께 대국민 소통을 담당한다. 주 4회 브리핑을 이 네 명이 돌아가며 하는 게 보통이다.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정은경 청장은 11월 16일, 11월 23일, 11월 30일, 12월 14일 직접 브리핑을 했다. 어깨 부상 직후인 12월 7일을 제외하면 한 주에 한 번 꼴이다. 질병청 사정에 밝은 한 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은 현황 자료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나오는 질의응답까지 소화해야 해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방역업무를 총괄하는 정은경 청장이 매일 브리핑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횟수를 줄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도준 전 국립보건연구원장(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3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감염병 위기 전체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본부장(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 하루 몇 시간씩 정례 브리핑 준비를 하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원래 브리핑은 긴급상황센터장이나 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이 하는 게 맞는데 그분들이 감염병에 문외한이나 다름없어 브리핑을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정 본부장이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질본이 질병청으로 재편되고 관련 직제가 정비되면서 비로소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방대본 브리핑을 담당하는 4명을 보면 정은경 청장과 권준욱 부본부장은 각각 의사다. 임숙영 단장은 간호사, 이상원 단장은 역학조사관 출신이다.

    국민 소통 넘어 방역전문가 역할 다해야

    12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2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이제 정은경 청장이 ‘대국민 소통 전문가’를 넘어 ‘방역 야전사령관’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총괄 대응 기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중대본이다. 정 청장은 방역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방대본 책임자를 맡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두 기구가 엇박자를 내면서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있다. 방대본은 일관되게 이동 및 모임 자제를 강조했지만, 중대본은 코로나19 환자 감소세가 나타날 때마다 숙박·공연·외식 등 소비 쿠폰 지급을 모색했다. 이른바 ‘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한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한쪽에선 제발 집안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하는데 다른 쪽에선 소비쿠폰을 나눠준다. 이래서 코로나19가 잡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중대본에서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환자 급증세가 나타나는 걸 모두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니, 정 청장이 방역책임자로서 정부 안에서 좀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치료병상은 12월 13일 기준으로 전국에 48개뿐이다.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서울 5개, 인천 3개 등 총 8개 병상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1월 29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기준이 충족됐음에도 ‘2단계+α’ 결정을 내리는 등 방역 강화를 주저한 것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월 29일 정부 결정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 하부기관이 아니다. 독립성을 인정하고 (다른 부처와) 대등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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