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 ‘명품 드라이버샷’
필자뿐 아니라 골퍼라면 누구나 첫 티샷의 성패에 따라 그날 게임의 성패를 예단하는 버릇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골프 역사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일화들은 필자의 추측이 틀림없음을 뒷받침해준다.
공포의 첫 티샷
골프의 발생지답게 영국에서는 성직자들이 골프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전영 아마추어나 전영 오픈의 역사를 뒤져보면 참가자들 가운데 성직자가 적지 않고, 우승권을 넘나드는 고수도 꽤 있다. 성직자들 가운데 마이클 그로우도리 주교에겐 독특한 골프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첫 티샷 볼이 페어웨이의 좋은 곳에 떨어질 경우에만 플레이를 계속했다. 첫 티샷이 ‘쪼로’가 나거나 휘면 골프를 포기하고 교회로 돌아가 업무에 전념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핸디 7의 열성 골퍼로 싱가포르 골프협회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그는 총리 시절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맨 처음 티샷을 했다. 그런데 난생 처음 출전한 큰 시합에서 1번 티잉그라운드 주변에 운집한 갤러리들에게 압도되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한 나머지 제1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들어가 뒤땅을 쳤다. 그 바람에 볼은 꿈쩍도 하지 않고 드라이버의 목 부분이 부러져 헤드만 멀리 날아갔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리 총리는 스푼(3번 우드)을 꺼내들고 다시 한번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비디오로 화면을 다시 보기라도 하듯 또 뒤땅을 쳤다. 이번에는 스푼의 목이 부러졌다. 졸지에 두 개의 클럽을 부러뜨린 리 총리는 한동안 멍청하게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날 리 총리는 온종일 1번 홀 티잉그라운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이 위대한 정치가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968년 전영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잭 네일란드는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두 번이나 헛스윙을 했다. 한 번은 클럽이 티업한 볼의 위쪽을 스쳐 지나가는 진짜 헛스윙을 했고, 또 한 번은 볼 뒤쪽 30cm 지점의 뒤땅을 쳤다.
어느 해인가 뉴욕 윙풋 골프코스에서 열린 US오픈 예선에 출전한 아치 숏이라는 선수는 자신감을 잃고 연속해서 7방의 OB를 냈다. 그는 곧바로 캐디백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보지 못하는 진기록이 공식대회에서 세워진 것이다.
1948년에 개장한 미국 일리노이 주 메디나의 남코스 개장식에서 열린 시구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드라이버를 들고 나온 시카고 상공회의소의 E. 홀드맨 회장은 500명이 넘는 내외빈의 시선에 주눅이 들었는지, 슬로 모션을 연거푸 보여주는 화면처럼 9번이나 스윙을 했지만 볼을 맞추지 못했다. 핸디 20이던 그는 결국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서 퍼터를 빌려 티샷을 했다고 한다.
7할의 힘으로 스윙하라
영국의 버나드 다윈은 골퍼에게 있어 첫 티샷할 때의 긴장은 ‘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끼치는 공포의 순간’이라고 했다. 그랜드 랜트라이스는 ‘우리 몸에 발생하는 공백의 혼란’이라고 표현했다.
첫 티샷에 대한 부담감은 골퍼들을 미치게 하거나 적어도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심지어 착란 끝에 실신한 사례조차 있다고 한다. 티샷 직후에 많은 골퍼가 자신의 발밑에 떨어지는 티에 시선을 멈추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을 찾는 것도 긴장한 나머지 뇌에 산소 결핍이 일어나 가벼운 실신상태에 빠지는 결과라고 한다.
그래서 첫 티샷의 긴장감에 대한 연구가마저 출현했다. 짐 닷슨은 그런 연구가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첫 티샷에 대한 긴장감을 극복하기 위한 네 가지 요령을 제안했다.
첫째, 첫 티샷은 (전체) 티샷의 18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신중하게 생각하지 말라. 둘째, 심호흡을 하고 나서 천천히 휘두른다. 미스 샷의 원인은 서두르는 데 있다. 셋째, 티를 낮게 꽂고 친다. 볼은 슬라이스가 나기 쉽지만, 미리 구질을 예측할 수 있기에 기분은 가벼워진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7할 정도의 힘으로 스윙하면 충분하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는 여러 선수를 인터뷰하면서 첫 티샷의 부담감을 덜기 위한 묘수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선수가 만약 드라이버에 핸디캡이 있는 경우라면 드라이버 이외의 클럽으로 본인이 가장 멀리 날릴 수 있는 클럽을 잡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골프를 하지 않거나 백안시하는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일부 골퍼조차 골프는 너무나 한가롭고 지루한 스포츠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평화로운 시대에 은근슬쩍 스릴과 서스펜스를 추구한다면 골프가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티샷을 할 때 느끼는 스릴을 능가할 만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아마도 이런 긴장감이 쌓여 골프경기 중계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손바닥에 땀이 배는 것 아닐까.
왜 ‘헤드업 금지’인가
오늘처럼 티샷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 경우 어김없이 떠오르는 골프 친구가 있다. K회장이다. 필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돼 최근까지 1년이면 서너 번 함께 라운딩을 즐긴다. 그분은 미스 샷만 나오면 언제나 그 원인을 헤드업으로 돌린다. K회장이 말하는 ‘헤드업’은 어떤 의미일까.
골프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매우 불분명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가령 ‘헤드업 했다’고 할 때, 볼에서 언제 눈을 떼는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 볼이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슬라이스가 났다’고 하거나 ‘페이드가 걸렸다’고 말한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경우에는 ‘훅이 났다’고 하거나 ‘드로우가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볼이 휘어질 때 슬라이스와 페이드, 훅과 드로우라 하는지 분명치 않다.
1911년 9월 어느 날.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영국 첼시에 있는 골프스쿨의 이사로 재직하던 가이 리빙스턴은 ‘데일리 메일’의 골프 레슨 기사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
그날 아침 리빙스턴을 붙잡고 있던 기사는 ‘데일리 메일’의 골프 담당기자 스콧 레빈이 연재하던 ‘Here´s How in Golf’의 한 대목이었다.
만약 당신이 싱글이 되고 싶다면 즉각 스코틀랜드의 속담을 반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골프의 모든 것을 내포한 명언은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이다. 이를 능가할 만한 진리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리빙스턴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단언할 수 있다고?”
당시 핸디캡 5이던 리빙스턴은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셀 수 없을 만큼 들어왔다. “고수라면 누구나 칠 때는 볼을 보고 있다”라든지 “골퍼는 죽을 때까지 헤드업과 싸우는 운명에 놓여 있다”라든지, 볼 응시의 중요성에 대해 지겹도록 들으면서 자랐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스쿨을 경영하게 됐고, 골퍼들이 매일처럼 고뇌하는 것을 지켜보던 중 지금껏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모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그시 볼을 응시한다. 클럽을 휘두른다. 볼이 날아간다. 볼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에 눈도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면 머리도 움직인다. 그런데도 헤드업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하는 것은 헤드업을 장려하는 셈이 된다. 단 한 사람도 ‘임팩트 직후 볼에서 눈을 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눈을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인가.”
지면에서 눈을 떼지 말라
그가 얻은 결론은 명쾌했다.
“못 박듯이 볼을 응시하라는 것은 잘못이다. 볼 밑의 지면이야말로 골퍼가 진짜로 노려보아야 할 곳이다. 볼을 친 뒤에도 지면에서 눈을 떼지 말라! 이것이 진리가 아닌가.”
리빙스턴은 때마침 방에 들어온 프로 알프 투구드에게 ‘데일리 메일’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품고 있던 의문을 깡그리 털어놓았다. 팔짱을 낀 채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투구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동조했다.
“당신이 말한 그대로다. 볼을 보고 있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헤드업을 하고 만다. 0.1초 이하의 재빠른 솜씨로 그때껏 보고 있던 볼에서부터 시선을 지면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애시 당초부터 지면을 보라고 썼어야 한다.”
프로의 격려를 받은 가이는 사기 충천해서 곧장 ‘데일리 메일’ 편집부로 편지를 보냈다. 1주일쯤 뒤에 리빙스턴의 기고문은 오른쪽 후미진 독자투고란에 게재됐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귀하가 쓰신 기사에 대해 저는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골퍼는 볼을 보지 않고 처음부터 지면을 응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스탠스가 정확하고 스윙도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설령 눈을 가린다고 하더라도 볼을 쳐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볼을 눈으로 좇지 않는 이점을 전문가는 훨씬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 조그마한 상자기사에 대해 예상 밖의 반향이 일었다. 산더미 같은 편지의 대부분은, 편집부의 분석에 따르면 거의 다 애버리지 골퍼들로부터 쇄도한 것이었다. 기사를 쓴 스콧 레빈 기자는 즉각 레슨에 정평이 있는 프로 조지 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골퍼는 설령 강아지가 발밑으로 파고들어온다 하더라도 오로지 볼만 보고 스윙을 하는 것이 옳다. 헤드업이라고 하는 것은 임팩트 전에 얼굴이 들리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지면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았다. 모든 골퍼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
“‘볼을 보라’, 이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언제 어느 정도로 얼굴을 들면 좋은지에 대해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라.”
“발밑 주변을 본다”
투서 중에는 골프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제임스 로 경(卿)의 직필도 있었다. 그는 프로로부터 “머리를 남겨두라”고 가르침을 받고 맹연습을 했지만, 자동차의 충돌이나 강한 충격으로 인해 목이 강하게 앞뒤로 흔들려 생기는 것과 같은 장애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을 할 때도 턱이 오른쪽을 향해 있는 자세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볼을 지나치게 응시한 희생자다. 어느 사이엔가 스윙마저 왜소해져버렸다. 모든 사람에게 충고하고 싶다. 볼을 지나치게 보지 않아야 여유로운 스윙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레빈 기자의 기사는 거짓이다.”
1910년대에는 ‘핸드퍼스트’ ‘업라이트’ ‘보디턴’이라고 하는 기술이 널리 유행했다. 그러나 문제의 ‘볼을 응시하는 것의 장단점’에 관한 지침은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레빈 기자는 당시 세계 골프계에 군림하던 ‘삼거두(三巨頭)’의 한 사람인 존 헨리 테일러를 찾아 이 시끄러운 논쟁에 확실한 결말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음, 어려운 문제로구만.”
전영 오픈에서 5차례나 우승한 위대한 사내는 팔짱을 낀 채 심사숙고하더니 이윽고 주위가 떠나갈 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발밑 주변을 어렴풋이 보고 있을 뿐이네. 너무 진지하게 볼을 보지 않는 성격이지.”
레빈 기자는 존 헨리 테일러라면 틀림없이 골프 철칙인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의견에 동조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대답이 나오자 낭패감에 빠졌다.
“그렇다면 볼을 보지 않는다는 것인가.”
“물론 보지. 그러나 죽어도, 벼락이 떨어지더라도, 부모가 갑자기 죽더라도 볼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네. 사람은 한 곳을 지나치게 응시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되네. 특히 골프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리듬감을 잡기 어렵지. 따라서 볼을 보기는 하지만, 결국 발밑 주변 전체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스윙의 이미지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대답일걸세.”
골프를 아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달인의 답변을 듣고 레빈 기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눈감고도 스윙을 한다?
레빈 기자는 골프 이론가로 알려진 아마추어 골프계의 최고봉 해럴드 힐튼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힐튼은 가이 리빙스턴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볼을 본다. 볼을 친 순간 보고 있던 것이 날아가기 때문에 눈이 움직이고 머리도 움직이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리빙스턴의 논지에 수긍하면서 천재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수준에 이른 골퍼라면 그렇게 볼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스윙에 변화를 느끼면 두 눈을 감고 수십회에 걸쳐 연습 스윙을 해본다. 이때 가장 의식하는 것이 머리의 스웨이다. 자신은 고정시키고 있다는 머리가, 눈을 감고 스윙을 해보면 10cm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스윙만 바르다면 눈을 감고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스윙 톱에 이르기까지는 볼을 보고 있더라도 다운스윙에 이르는 순간 눈을 감고 피니시까지 휘두르려 한다. 이런 연습에 의해 온몸의 바른 움직임을 파악함과 동시에 이상적인 리듬을 몸에 익힐 수 있다. 당신들도 한번 시도해보시라.”
시선과 헤드업의 관계에 대한 논쟁은 끝없이 계속됐다. 파문은 볼의 위치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보이지 않는 레슨서에 항의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투서로 골프계의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게 된 리빙스턴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해럴드 힐튼의 담화를 목격한 날 아침, 리빙스턴은 스쿨 소속 프로 알프 투구드의 집으로 달려갔다.
“이 기사를 보게. 힐튼은 눈을 감고 볼을 친다고 하네. 결국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격언은 거짓이네. 알프, 자네는 훌륭한 프로이네. 스윙만 완성되어 있다면 눈을 감은 채로도 골프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 않겠는가.”
알프 투구드의 답은 이러했다.
“조금만 연습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2주 정도 여유를 달라. 그 사이에 대전할 상대를 물색해두라. 상대가 강할수록 재미있을 것이다.”
리빙스턴이 투구드와 대전할 상대를 구하기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난 후 서닝데일GC의 회원으로 핸디캡 0인 틴텔 아트킨슨이 대전 상대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두 차례나 클럽 챔피언을 차지한 강호였다. 즉시 도박꾼들이 몰려들었다. 경기장이 아트킨슨의 홈코스인 서닝데일로 결정됐기 때문인지 1912년 1월 경기 당일의 승률은 8대 2로 아마추어인 아트킨슨에게 쏠렸다. 그날 아침 코스에 불쑥 얼굴을 내민 이가 버나드 다윈이었다. 이 거물의 등장으로 주위는 일대 소란이 일었지만 본인은 애매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경기다. 나는 오랫동안 볼을 너무 본 탓에, 아내의 관찰에 따르면 인상이 아주 나빠졌다고 했다. 그래서 만일 눈을 가린 골퍼가 이기게 된다면 이후로는 적당히 웃으면서 플레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윙 이미지’
드디어 티샷을 할 시간이 됐다. 투구드가 스탠스를 취하자 안내인을 맡은 리빙스턴이 소리쳤다.
“오케이!”
등 뒤로 돌아간 리빙스턴은 줄무늬 손수건으로 투구드의 눈을 가렸다. 프로는 멋진 스윙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볼을 멀리 날려 보냈다. 2타째. 클럽페이스를 맞춘 다음 스탠스를 취하자 다시 리빙스턴이 소리를 질렀다.
“오케이!”
눈이 손수건으로 가려지자 볼이 히트됐다. 그러나 장타의 경우 거의 완벽한 샷이 속출한 반면, 그린에 가까울수록 미스가 빈번하게 나왔다. 특히 눈을 가린 알프의 퍼팅은 3m나 짧거나 때로는 5m나 지나쳐버렸다. 결국 승패는 퍼팅에서 결정됐다. 아트킨슨이 승리하는 순간 버나드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그린 위에서 손수건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말할 나위도 없이 오늘 게임은 프로의 승리다. 볼은 지나치지 않을 만큼만 봐야 하고, 오히려 스윙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오늘 경기로 명백해졌다.”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헤드업 하지 말라’만큼 자주 듣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스웨이 하지 말라’이다. 이 말에 반발하는 취지에서 하비 페닉은 그의 책 ‘Little Red Book’에 이렇게 썼다.
“어드레스에서부터 피니시까지 머리를 전혀 움직이지 않는 챔피언이 있다면 내 앞에 데리고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당초 ‘머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말이다. 테이크백을 할 때에는 약간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 임팩트 순간 본래의 위치에 와 있다면 그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필자는 볼을 보는 것과 헤드업의 관계에 관해 앞서 본 일화와 스웨이에 관한 하비 페닉의 가르침을 읽고 나서부터는 레슨프로들의 말과 골프 레슨서에 있는 막연한 이야기를 쉽사리 믿지 않게 됐다.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극히 불확정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비 존스는 그립의 세기를 soft, firm, stiff 세 가지로 구분한다면 자신의 그립 세기는 firm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하비 페닉은 앞의 책에서 ‘As for the grip pressure, keep it light’(그립 세기는 가볍게) 라고 잘라 말했다. 필자는 페닉의 가르침은 흔히 달걀을 쥐듯이 가볍게 잡으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존스의 그립은 보다 힘들여 잡되 긴장되어 굳어지지 않도록 쥐라는 취지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이들이 말하는 그립 세기의 개념은 어느 쪽이든 명확하지 않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그립은 단단하게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왼손 그립은 단단히 잡아서 어떠한 경우에도 손바닥에서 클럽이 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립의 세기가 스윙하는 동안 언제나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판단이 옳다는 확신도 없다. 골프 스윙의 궁극적 목적은 볼을 정확히, 그리고 멀리 날려 보내는 데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