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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박정희가 이후락과 中情 국장 불러 ‘계획’ 칭찬, JP 정보비서관이 오사카에서 ‘교차확인’”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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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전 NHK 서울주재기자 천학범씨.

“사전계획은 따로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1970년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김대중씨는 이후 해외에서 유신을 비판하는 활동을 강력하게 전개했고, 이는 박 대통령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 문제는 박정희 정부에서 누가 ‘납치’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구체화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중정 국내파트의 K국장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후락 부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맞지만, 자기가 그 실현 가능성을 타진했고 이를 이 부장과 함께 박 대통령에게 보고해 OK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보고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납치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 박 대통령이 이 부장과 자신을 불러 식사를 하면서 칭찬한 적이 있다는 게 본인의 말이었다. 이후의 구체적인 실행은 훗날 알려진 것처럼 중정 해외파트에서 담당했다고 했다.”

▼ 사실이라면 박정희 대통령이 납치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자체는 중정에서 올라갔다 해도 최종적인 승인은 박 대통령 본인이 내렸다고 본다. 이철희 당시 차장보를 중심으로 중정 해외파트만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대중 납치라는 사건 자체가 국내 정치상황에서 파생된 것 아닌가. 다만 박 대통령이 이 부장과 K국장만을 불렀다는 말로 미루어 국내파트 담당 차장을 비롯한 다른 인사들은 배제돼 있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도 당시 국내담당이었던 김치열 차장은 검찰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중정 내의 위상이 약했다.”



김대중 납치사건의 기획과정에 이제까지 알려진 해외파트 이외에 국내파트 인사가 관여했다는 이러한 증언에 대해, 당시 중정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소한 사건이 불러올 파장이나 파급효과에 대해 국내파트의 판단이 궁금하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런 류의 공작은 보안이 생명인데, 꼭 필요한 실행조 이외의 사람이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했을 리 없다”는 견해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주로 해외파트 출신 인사들이 국내파트의 관여 가능성을 주장하고, 국내파트 인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모양새라는 점. 30여 년이 지난 사건의 정치적 의미가 여전히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천씨가 지목한 K국장은 “내가 사전에 납치계획 수립에 관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취지의 얘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고, 김대중씨가 동교동 자택에 도착한 날이 되어서야 상부로부터 ‘대비하라’는 지시를 처음 받았다”며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이후락 부장과 자신을 불러 식사를 하며 칭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혹 안가에 가서 대통령의 식사자리나 술자리에 참석한 일이 있고 잘된 일에 대해서는 칭찬도 받았지만, 김대중 납치와 관련해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직접지시와 관련해서도 “당시의 분위기로 미루어 ‘김대중 좀 어떻게 해보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한 말을 이후락 부장이 ‘과잉 해석’했을 수는 있으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정과 총리실의 견제관계

다시 천학범씨에게 물었다.

▼ 중정 국내차장도 몰랐다면, 다른 권력핵심인사들은 납치계획을 사전에 몰랐다고 보는가.

“내가 들어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당시 총리실 정보비서관 김홍래가 납치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점에 문제의 오사카 안가에 있었다는 것이다. 납치사건이 불거진 직후 김홍래는 나에게 자신이 특명을 받고 일본에 출장을 갔으며, 임무는 중정 실행조의 작전수행을 확인해 보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당시 총리는 김종필씨였다(김종필씨는 1971년 6월부터 1975년 12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총리 정보비서관이던 김홍래가 사건에 관여했다면, 김 총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것인가.

“김홍래는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당시 나는 총리실 정보비서관이 일본에 출장을 갔다면 당연히 총리를 통해 지시가 내려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김홍래 비서관도 박정희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으므로 박 대통령이 직접 김홍래에게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다. 총리가 최소한 일본에서 무언가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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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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