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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박정희가 이후락과 中情 국장 불러 ‘계획’ 칭찬, JP 정보비서관이 오사카에서 ‘교차확인’”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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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HK 서울주재기자가 34년 만에 털어놓은 ‘김대중 납치사건 중대 증언’

납치사건의 현장인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그랜드팔레스호텔.

1925년생으로 육사 10기인 김홍래는 5·16 당시 야전군사령부 중령 신분으로 쿠데타에 참여한다. 군 정보계통에서 오랫동안 일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대선을 앞두고 있던 1971년 3월 김종필 당시 공화당 부총재의 보좌역으로 임명됐고, 김종필 총리 취임 후에는 정보비서관으로 일했다. 황인성 총리실 비서실장 임명 당시 김 비서관이 정부 1급 공무원 모두의 인사카드를 검토해 김 총리에게 단수 후보자를 추천했고 총리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JP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필씨가 총리 퇴임 한 달 후인 1976년 1월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칩거하다가 1995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 박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소속도 아닌 김홍래 비서관을 통해 이를 교차 확인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겠나.

“지금은 비밀도 아니지만, 당시 이후락 부장과 김종필 총리는 정적(政敵)에 가까운 관계였고 중정과 총리실도 견제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정이 일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별개의 루트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 총리실이었고, 가장 적합한 인물이 정보를 담당했던 김홍래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역시 처음으로 공개하는 일이지만,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김종필을 총리로 임명한 1971년 무렵 김종필의 측근들은 중앙정보부가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을 경계해 독자적인 정보보직을 만들기도 했다. 차기 대권 승계를 기대하려면 독자적인 정치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그 실무 책임자가 김홍래 비서관이었고, 내게도 도움을 청했다. 이후 김홍래는 중정 요원 일부와 경찰 정보요원을 끌어들여 구체적인 설립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박 대통령은 유신을 통한 장기집권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그 추진작업의 중심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후락 부장이 있었다. 김홍래의 정보조직에 참여했던 중정 요원 하나가 김종필의 대권 승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정보조직의 실체를 중정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중정측은 강력하게 항의했고, 문제의 조직은 1972년 10월 유신 선포 직전에 해산됐다.



1970년대 초반 이후락과 김종필의 관계, 특히 중정과 총리실의 관계에는 그러한 대립구도가 있었다.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중정의 김대중 납치를 이중으로 감독하기 위해 오사카에 다녀왔다는 김홍래의 이야기에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JP,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고 공개될 경우 김홍래 비서관으로서는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이를 천 선생에게 이야기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무엇보다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을 것이다. 김홍래와 나는 아내들이 고등학교 동창이어서 이전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특히 총리실 정보비서관이 된 후에는 내게 이러저러한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았다. NHK 기자로서 국내외 정치인들을 제약 없이 접촉할 수 있는 내 신분이 그에게도 요긴했을 것이다. 앞서 정보조직의 경우도 있었지만, 당시 김홍래와 나의 관계는 단순한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만은 아니었다. 나 역시 김종필의 대권승계가 박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는 한 방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열심히 조력했다.

그러한 이유로 김홍래와 나는 수집한 정보의 상당부분을 공유했고, 또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김홍래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가 죽은 후에도 약속을 지켰고, 이제 내가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털어놓는 것이다.”

이 같은 증언은 두 가지 의미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정 소속이 아닌 다른 사람, 특히 이후락 부장과는 견제구도에 있었던 총리실 소속인사가 사건에 일부 관여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중정부장보다 윗선인 청와대의 지시와 사전인지가 있었음을 입증한다. 또한 당시 총리였던 김종필씨가 과연 자신의 측근이던 정보비서관의 움직임을 알았다면, 그 역시 김대중 납치계획을 사전에 알았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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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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