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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기정사실화’, 한국의 군사대응은?

핵추진 잠수함, ‘비대칭 보복 전략군’, ‘핵비상탐색팀’ 가동해야

  •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북핵 기정사실화’, 한국의 군사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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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기정사실화’, 한국의 군사대응은?

1999년 6월 연평해전 당시 해군 고속정(오른쪽)과 북한 경비정의 충돌 장면.[국방부]

동북아 차원에서도 일본의 군사 현대화를 부추기고 새로운 핵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미일동맹 체제하의 일본이 핵무장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 및 미사일을 구실로 정보능력 강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강화, 정찰위성 발사(2003), 미일 미사일방어 공동연구 착수(1998) 등의 조치를 취했다. 주변사태법(1999), 대테러 특별조치법(2001), 유사법제(2003) 등을 통해 자위대의 활동범위도 크게 확대했다.

북핵의 기정사실화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더욱 부추겨 중국과 러시아를 긴장시키고 대만의 비핵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 없는 한국은 전략적 왜소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측면인, 한반도 내에서의 군사적 대치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전력 측면에서 볼 때 북핵은 야포, 미사일, 화생무기 등 기존의 기습공격력을 증강하는 것이 되며, 남북간 군사균형의 변형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안보전략과 주요 전투교리는 북한 핵무장을 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북핵이 기정사실화하면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더욱 다양한 카드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저강도 도발의 기정사실화가 쉬워진다. 이와 같은 상황전개는 북한이 기습공격을 통해 백령도를 점령한 후 핵 위협으로 탈환을 저지할 경우를 가정해보면 분명해진다. 이 경우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혼란에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우려한 포기론과 탈환론이 맞서 결정과정이 표류할 가능성이 많으며, 결정과정이 길어질수록 도발의 기정사실화가 용이해진다. 반대로 한국의 대응수단은 제한적이므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더라도 확전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이 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상황에서 NLL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대응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마찬가지 원리에서 화생무기 테러도 용이해진다. 핵무기를 앞세워 대남 전략적 우세를 확고히 하면서 화생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자행하는 경우 한국은 마땅한 대응수단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2001년 미국의 탄저균 사건에서 보듯 화생무기가 테러에 사용될 경우 그 위력도 재래식 무기에 비해 막대하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일단 피해를 보게 되면 사회 전체가 극단적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군사적 균형이 붕괴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남한의 군사적 대응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북핵의 기정사실화는 대응방법과 관련해 한미 간의 이견을 심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민들이 핵을 가진 북한과의 전쟁을 기피하게 됨으로써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도 약화될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약화되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북핵이 기정사실화할수록 대미 안보의존이 심화되고 자주국방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 한국의 안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의 선례

물론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대의 당면과제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결정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은 북핵 문제의 독립변수라기보다는 종속변수인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회담 재개 및 평화적 핵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한국이 2, 3차 6자회담에서 효과적인 중재역할을 수행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으로서는 북핵 사태가 개선 또는 악화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양쪽 시나리오에 대비한 유인책과 압박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개선 시나리오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구체적인 유인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의 일방적인 고백과 자진 핵 해체를 의미하는 리비아식보다는 우크라이나 방식, 즉 ‘넌-루거(Nunn-Lugar)’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을 제안해볼 만하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우크라이나 양자간 및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삼자간의 복합적 합의구도에 의해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구체적으로 합의했으며, 1993년 이래 약 7억달러의 자금을 제공받으면서 2000여개의 핵탄두를 모두 폐기하거나 러시아에 반납했다. 이후 원자력 안전과 첨단화에 박차를 가해 현재 서방형 원전 도입을 추진중이며, NATO와 협력하여 서방세계 편입을 도모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훌륭한 모델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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