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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의 ‘애마 예찬’

“할리 타고 세상 달리면 눈물이 솟는다”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의 ‘애마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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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걸한 음성, 듬직한 체구, 강렬한 블랙 컬러…남성의 상징
  • 헬멧, 선글라스 쓰면 알아보기 어려워 유명인들 선호
  • 국내 할리 마니아 3500명…40대 전문직이 주류
  • “우리는 ‘경계’ 지키는 자유인”
  • 아산방조제 - 선운사, 치악산, 한계령 코스 인기
  • 2000만원대 넘는 바이크, 가죽옷, 액세서리…만만찮은 초기 투자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의 ‘애마 예찬’
‘아무나 해병대가 될 수 없기에 해병대가 되었다’는 자부심처럼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까다로운 2종 소형면허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통장에 고이 모셔둔 몇천만원을 눈 한번 질끈 감고 인출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아내를 설득해야 하고, 무엇보다 달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자연과 사람을 사귈 준비는 기본.

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마침내 자신의 ‘애마’를 보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세상을 얻는다. 그들은 돌아오는 주말에도 그들만의 세상을 향해 칼바람 맞으며 길 위로 나설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남성적이다. 걸걸한 음성(엔진소리)부터 육중한 몸체와 강렬한 블랙 컬러까지, 어느 하나 섬세한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조차 정교한 바이크는 아니라고 인정할 만큼 그 작동 메커니즘도 투박하다. 그렇다고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수많은 디자이너가 연구대상으로 벤치마킹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니 말이다. 다만 253.6∼370kg에 달하는 무게와 몸체가 너무 커 그 자체로 거대한 남근(男根)을 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할리데이비슨은 그렇다 치고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의 모습은 어떤가. 기다란 부츠, 이런저런 엠블렘 장식을 꿰매붙인 가죽 재킷과 가죽 팬츠, 짙은색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패션은 터프하다 못해 불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잘 봐줘야 ‘양아치 사촌’쯤이다. 그런데 귀밑머리가 허옇거나 반질거리는 앞이마 평수가 넓은 중년남자들의 표정은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상기돼 있다.

이런 표정은 대개 열정적인 연애에 빠진 남자에게서 발견되는 것이다. 도대체 할리데이비슨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메마른 고목 껍질 같은 중년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뒤흔들고 애달게 할까.

‘마흔 즈음의 꿈’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같은 불후의 명곡을 남기고 서른셋에 요절한 천재가수 김광석에게 할리데이비슨은 ‘꿈’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듯 세상을 떠난 해에 가진 콘서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 꿈 중 하나는요, 마흔 살쯤 됐을 때 오토바이 한 대 사서 세계일주하는 거예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요. 다리가 닿겠냐고 주위에선 걱정들을 하세요. 불안해서 충무로 매장에 가서 앉아봤어요. 그랬더니 다리는 닿아요. 팔도 닿고요. 근데 진짜 문제는 몸무게더군요. 몸무게가 오토바이를 이겨야 한다는 거예요.”

김광석은 하고많은 모터사이클 중에 왜 굳이 할리데이비슨을 지목했을까. 그의 방백처럼 가냘픈 체구의 김광석이 감당하기에 할리데이비슨은 너무 육중한데 말이다. 누군가가 타는 것을 보고 매료됐든지, 음악인이라 거칠 것 없는 엔진 굉음을 사랑했든지, 그도 아니면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가 열연한 영화 ‘이지라이더’(1969년)를 보고 젊음과 자유분방함에 동경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추측건대 마지막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약을 팔며 미 대륙을 횡단하던 두 젊은 히피의 목적 없는 방황,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구를 보며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았는지도 모른다. 영화 ‘이지라이더’의 히트는 주인공들이 탄 할리데이비슨을 자유, 일탈, 젊음의 방황을 풀어줄 통로로 치환했다.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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