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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한국 TV 종횡무진…‘포리테이너(외국인+연예인)’ 떴다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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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출연자가 흔하게 목격된다.
  • 이들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광고에도 곧잘 얼굴을 내비친다.
  • 이국적 외모로 눈길을 끄는 ‘포리테이너’(foreigner와 entertainer의 합성어)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들.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방송 출연자의 면모가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종편 4사에선 말주변이 출중한 의사, 변호사, 시사평론가가 자주 나온다.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선 미모의 탈북여성들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최근 이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집단이 부각되고 있다. 바로 외국인 출연자다. 과거에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면 외국인들이 TV에 나와 어설픈 한국어로 장기자랑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회성 출연에 그쳤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엔터테이너(연예인)형 외국인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동대문 광고 보고 울었다”

그 무렵 활동한 미국인 로버트 할리와 프랑스인 이다도시는 ‘외국인 방송인의 비조(鼻祖)’로 꼽힌다. 할리의 “안녕하셔예? 할린데예”라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한 뚝배기 하실라예?”라는 광고 카피로도 명성을 얻었다. 이다도시의 수다스러운 말투는 한국 여느 아줌마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의 단골 감탄사 “울랄라”는 금세 유행어가 됐다. 사람들은 할리와 이다도시를 통해 ‘외국인도 개성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외국인들은 방송에서 다시 도약했다. KBS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들이 감초 역할에서 탈피해 프로그램 주인공으로 나선 최초 사례다. ‘미수다’에서 여러 국적의 젊은 외국인 여성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한국 문화와 다른 나라 문화를 비교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집단 토크쇼의 모태’가 됐다.

출연자들 중 일본의 후지타 사유리, 중국의 손요, 우즈베키스탄의 자밀라 압둘레바, 이탈리아의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핀란드의 따루 살미넨, 영국의 에바 포피엘은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유리, 에바, 크리스티나(경기적십자 홍보대사) 같은 이들은 지금도 방송계에서 활동한다.

호주인 샘 해밍턴은 2014년을 그의 해로 만들었다. 병영 문화를 그린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친근한 입담과 외모로 스타덤에 올랐다.

올해엔 상황이 또 달라지고 있다. 다수의 외국인이 대중적 인기를 끌고 CF에도 자주 나온다. 포리테이너(foreigner와 entertainer의 합성어)가 고착화했다. 외국인 방송인 인기몰이의 한가운데에는 JTBC ‘비정상회담’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젊은 남자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미수다’류의 집단 토크쇼다. 프로그램 포맷은 중국과 터키에도 수출됐다.

이 프로그램의 외국인 출연자들은 타 프로그램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고 출연이 줄을 잇는 점은 이들의 대중적 인기를 입증한다. 샘 오취리(가나), 줄리안 퀸타르트(벨기에),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는 제일모직의 모델이 됐다. 로빈 데이아나(프랑스)는 붕어빵 아자부 카페 광고를 찍었다. 미스터피자, 요플레, 퍼스트룩, 크리니크, 두타 등 여러 브랜드가 비정상회담 멤버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샘 오취리는 “동대문을 (흑인) 친구와 지나가는데 친구가 제가 출연한 (두타) 광고를 보고 막 울었다. 한국에서 흑인 사진이 내걸리는 걸 예상 못했는데 감동을 받아 울었다”고 했다.

‘한국어 파괴자’

이들 외에도 중국계 캐나다인 헨리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 등 몇몇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훈남’ 프랑스인 파비앙은 MBC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하면서 연예 프로그램의 ‘대세남’으로 떠올랐다. 일본인 모델 야노 시호는 남편 추성훈, 딸 사랑과 함께 TV에 자주 나오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 됐다. 프랑스 출신 줄리엔 강과 일본인 후지이 미나는 tvN 드라마 ‘감자별’에 커플로 나왔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아이돌 가수 강남은 유쾌한 성격으로 어필한다. 강남은 SNS에 ‘빱삔수’(팥빙수), ‘갇치 눈디지보’(같이 눈 뒤집어), ‘아침부토 마신눈고 모곳수’(아침부터 맛있는 거 먹었어) 같은 글을 올렸다가 ‘한국어 파괴자’라는 애칭을 얻었다.

EXO의 레이, 크로스진의 타쿠야, 유키스의 캐빈, GOT7의 잭슨, ZE·A의 케빈처럼 몇몇 외국인은 한국 아이돌그룹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O는 2010년대 최고 한류 뮤지션 중 하나이다보니 중국인 레이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다.

최근 뜨는 외국인 연예인들은 대체로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인 선교사의 후손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일본에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어를 잘 하지만 방송과 거리를 둔 채 본업에 열중한다. 이와 대비되게, 외국인 연예인들은 방송으로 인한 유명세를 즐기면서 기꺼이 풀타임 직업으로 방송활동을 하려 한다.

포리테이너의 이러한 득세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긍정적 특성을 반영한다. 첫 번째 특성은 한국이 급속도로 국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57만 명으로, 대전광역시 전체 인구보다 많다. 201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국제화 추세에 따라 방송에 출연하는 외국인도 늘어났다.

두 번째 특성은 ‘연예인(celebrity)’과 ‘일반인(ordinary person)’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가에선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활성화, 채널의 다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NS에선 평범한 인물을 전국적 인물로 띄우는 일이 다반사다. 이에 따라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공인(公人)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외국인에게까지 확산되는 셈이다.

‘비정상회담’ 멤버 대다수도 우연히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익힌 평범한 외국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출연을 거듭하면서 어느새 연예인이 된 것이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텔레비전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호감을 얻는다’는 ‘단순노출효과이론’은 포리테이너에게 어김없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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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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