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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방부 교수의 ‘햄버거를 위한 변명’

“주식(主食)으로 먹으면 영양 균형 OK, 비만 걱정 NO!”

  • 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가정의학 family@yumc.yonsei.ac.kr

윤방부 교수의 ‘햄버거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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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부턴가 햄버거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매스컴은 햄버거를 ‘비만의 원흉’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햄버거는 과연 유해식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누명’이다. 햄버거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좋은 음식이며, 제대로만 먹으면 비만을 걱정할 까닭도 없다.
윤방부 교수의 ‘햄버거를 위한 변명’
한국인들 이음식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식문화에 대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잘못된 상식에 대해 먼저 얘기해볼까 한다.

우리나라엔 건강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건강비법, 의료관행, 갖가지 속설이 범람한다. 심지어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되기까지 해 일년 내내 음식타령, 건강타령이 이어진다. 요즘엔 ‘웰빙 바람’을 타고 음식을 가려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어떤 음식은 불로장생의 만병통치약으로, 어떤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유해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흔하다. 음식에 대한 편견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채식, 비타민 효능 과장하는 TV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채식이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인 것처럼 소개됐다. 필자의 고교 동창생들은 “마누라가 풀만 먹으라고 야단인데, 내가 토끼냐? 우리집에 와서 정확한 의학지식 좀 들려줘” 하고 부탁했다. ‘채식지상주의’라는 허무맹랑한 이론은 미국에서도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스튜어트 버거라는 한 의사가 TV에 나와 “채식을 하고 비타민을 먹으면 암과 성인병, 각종 난치병이 예방된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유명한 배우, 권력가, 재력가들이 그를 신봉했고 버거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더욱이 스스로 ‘사우스샘톤 다이어트(Southsampton Diet)’라는 면역증강 식품도 만들어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는 1994년 3월, 40세의 젊은 나이에 급사했다.



로데일씨는 ‘영원한 젊음(Forever Young)’이라는 잡지의 발행인이었다. 그 역시 음식과 관련된 주제로 TV에 단골 출연해 유명해졌다. 그는 특히 “내가 일흔 노인네지만 뼈 성분으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복용해 웬만해서는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등 시청자들을 현혹했다. 그러던 그도 경미한 충돌사고로 뼈가 산산조각났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정통의학’ 연구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가장 적절한 영양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50%, 지방 30%, 단백질 20%다. 사람들은 TV가 부추기는 채식, 자연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양인들은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채식이 주식이다. 동양의 경우 고기를 많이 먹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육식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육식이나 채식 중 어느 한 가지만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굳이 둘 중 한 가지를 권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훨씬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씬 더 스태미너가 좋으며 건강하게 오래 살지 않는가.

한국인은 육식 더 해야

술을 자주 마셔 급성췌장염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 치료가 계속돼도 효과가 별로 없길래 사정을 알아보니 ‘몸에 좋다’는 음식을 몰래 먹고 있었다. “굶으라고 했는데 왜 자꾸 먹냐”면서 언짢은 표정을 짓자 간호하던 보호자가 “선생님, 굶으면 허기져서 어떻게 병을 고치나요. 밥이 제일이잖아요. 그래서 잣죽을 쑤어다 먹였어요”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귀국한 후 설사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애를 먹었던 것도 ‘굶기는 일’이었다. 미국에선 대수롭지 않은 원인으로 설사하는 환자에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하루 정도 굶고 코카콜라나 세븐업을 계속 마시라”고 처방한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하루 더 금식을 연장하라고 한다. 미국 환자들은 의사들의 지시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설사 환자들은 “보리차나 마시라고 하면 허기져서 어떻게 일을 합니까. 지사제를 주세요” “영양주사를 놔주세요” “죽이라도 먹게 해주세요” 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한국인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은 언제든 복용해도 반드시 건강에 좋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처럼 잘못된 상식이 때로는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엔 또 다른 역설적 편견이 있다. TV에서 ‘어떤 음식이 어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그 순간부터 그 음식은 ‘유해식품’이 되고 만다. 그래서 만병의 원인이 모두 그 음식에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멀쩡한 식품이 갑자기 배척당하게 된다.

햄버거는 이런 편견에 희생된 대표적인 음식이다. 햄버거는 나이프나 포크 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편리성이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영양소의 함유 상태다. 대체로 햄버거엔 스테이크가 들어간다. 스테이크는 다진 쇠고기에 달걀, 빵가루, 볶은 양파 등을 넣어 둥글넓적하게 빚은 뒤 프라이팬에서 구운 다음 고기 속까지 익히는 방식으로 요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테이크를 밀가루로 만든 빵 속에 끼우고 양상추, 양파, 토마토, 후추, 소금, 케첩 등을 첨가하면 햄버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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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가정의학 family@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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