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15일 방사된 러시아산 반달곰. 천연기념물인 지리산 야생 토종 반달곰과 다른 아종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인 엘러만이 1951년 작성한 ‘유라시아와 인도의 포유동물 목록’과 영국박물관이 1978년 작성한 ‘유라시아 지역 포유동물’이라는 두 권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반달곰의 아종은 ‘wulsini’ ‘ussuricus’ ‘japonicus’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지리산과 만주, 베이징 반달곰은 ‘wulsini’ 아종에 속해 러시아 반달곰(ussuricus)이나 일본의 반달곰(japonicus)과는 서로 다른 아종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국-러시아 간 반달곰 도입 양해각서를 체결해 2004년 7월부터 5년간 매년 6마리씩 총 30마리의 반달곰 새끼를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도입해 지리산에 방목할 계획을 세웠다. 이어 지난해 10월 여섯 마리를 수입해 지리산에 방사했다.
이렇다 보니 반달곰 복원사업의 계획과 시행과정에는 여러 가지 분류학·생태학적 문제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환경부는 국내 야생 반달곰 복원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는가.
지리산에는 현재 5∼10마리의 야생곰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1981∼83년에는 설악산에 10∼11마리, 지리산에 32∼36마리, 조령산에 2∼4마리, 오대산에 4마리, 태백산에 4마리 등 전체적으로 54∼56마리가 서식한다고 조사됐다(산림청, 1983). 지리산의 경우 36마리에서 현재 5∼10마리로 줄어들었는데, 지난 20년 동안 지리산국립공원은 야생 반달곰 보전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또 지리산 외 4개의 고립 지역에 반달곰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백두대간 곳곳을 연결해주면 환경부에서 지리산으로 끌어들이려는 50마리의 개체수를 확보할 수 있다. 지리산 반달곰의 서식지역을 양호하게 해주고, 백두대간을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하는 사업이 필요한데도 왜 시행하지 않았을까.
■러시아 반달곰의 도입, 방사가 천연기념물인 토종 반달곰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지리산에 야생하는 토종 반달곰은 천연기념물 329호지만 지리산에 방사되는 러시아 반달곰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천연기념물은 자연물 중 학술적 가치가 높아 그 보호와 보존을 법률로 지정한 동식물 등을 말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천연기념물 지정기준에 의하면 동물의 경우 한국 특유의 저명한 동물로 서식지 및 생장지가 한국이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반달곰이 지리산국립공원이라는 자연서식지에서 살게 하고 교배를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천연기념물인 지리산 토종 반달곰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환경부의 계획처럼 지리산뿐 아니라 설악산, 속리산 등지로 확대해 200마리 정도 복원한다면 이제 국내에는 천연기념물인 야생 반달곰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반달곰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일까.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지리산 야생 반달곰 종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부터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인도차이나에서 서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된 13개의 아종 중 한국의 반달곰은 만주 등 중국 북부의 반달곰과 같은 아종이다. 즉 북한이나 중국 북부의 반달곰 도입이 최선책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환경부의 계획대로라면 지리산에 러시아 반달곰, 일본 반달곰, 지리산 야생 토종 반달곰이 혼합된 상태로 복원될 것이다. 일본 반달곰은 크기와 몸무게가 한반도 반달곰과 확연히 다르고 분류학적으로도 다른 아종이다. 2004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 반달곰은 한반도, 연해주, 중국 동북부의 반달곰과 보전단위가 다르다고 한다. 즉 일본 반달곰은 지리산 토종 반달곰은 물론 러시아 반달곰과도 교배를 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