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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단의 ‘여자 마광수’ 김별아

“자기 몸에 솔직할 수 없다면 자유롭지 않다는 거죠”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문단의 ‘여자 마광수’ 김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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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의 여주인공은 너무나 모범적인 소녀였고, 작가 본인도 사회가 만들어놓은 성과 관련된 규범과 규격에서 확 벗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성이 자유로워야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에 솔직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자유롭지 않다는 걸 뜻하죠. 저 역시 100% 솔직하다고 할 수는 없고요. 저는 열등감이 있는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기에 성에 대해 많이 쓰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1차적으로는 그런 족쇄와 부채에서 벗어났어요. 사실 아이를 밴다는 건 여자로선 바닥까지 가는 거예요. 그저 새끼를 밴 암컷으로서 여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가장 낮고 힘든 허드렛일을 하는 거죠. 하지만 그러고 나니까 모든 것이 더 자유롭고 당당해졌어요.”

1994년 스물여섯 살에 그는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남편과 결혼했고 2년 후 아들 혜준(9)을 낳았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달라 자신과는 사소한 것부터 큰 문제까지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판 부부싸움을 벌인 것도 부지기수. 지난해에는 이혼 서류까지 준비했다가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김별아는 부부와 가족의 개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별거나 이혼이 많아지면서 언론에서 ‘가족의 해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전 그게 해체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형태가 나타나는 거라고 봐요. 이젠 무조건 이혼 방지책만 찾을 게 아니라 상처를 덜 받으며 이혼하는 법, 이혼 후 상처를 치유하는 법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또한 애정이 아닌 우정으로만 살아가는 부부들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죠. 이젠 가족 공동체를 위해 한 개인이 희생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봐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가족 공동체를 구성해야죠.”



콘돔을 가르치는 엄마

‘여자 마광수’라 불리지만 그 역시 아이에게는 그저 평범한 엄마다. 아이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고, 웬만하면 밤을 새우지도 않는다. “다음날 살림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과천에 사는 그는 동네 아줌마들과 편안하게 티타임을 가진 적도 없고, 서울 외출도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할 정도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책이며 자료를 보거나 글을 쓸 짬을 낼 수 없다. 인터뷰를 토요일로 잡은 것도 그가 “평일엔 아이 때문에 바쁘다”고 했기 때문이다.

-요즘 386 엄마들이 너무 똑똑해서 아이에게 오히려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엄마입니까.

“아이가 3학년이 되니까 슬슬 반항하기 시작해요. 요즘엔 성에 눈을 떠서 ‘콘돔’이니 ‘섹스’니 하는 얘기를 하죠. 전에 한번 콘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지하철에서 ‘저 사람들 다 콘돔 했어’라고 하더군요. 성과 관련된 여성지 기사를 읽다가 저한테 걸린 적도 많아요. 혼내지는 않고 그냥 ‘나중에 커서 읽어’라고 말해줬죠. ‘아이는 자유롭게 키우자’ 주의예요. 그래서 학원에 많이 안 보내려고 하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이상해서 남보다 뒤처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현명한 엄마가 되는 건 참 힘든 일 같아요.”

그는 올해 말쯤 아이와 함께 캐나다로 떠나 2∼3년쯤 살다가 올 예정이다. 아이의 어학연수를 핑계삼은 일종의 도피다. 일중독에 빠진 사람처럼 살림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써낸 자신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다. 여기엔 세계문학상 1억원 고료가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다며 웃었다.

김별아는 역사공부를 하면서 시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시간은 흘러가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같은 공간에 남아 잔류하는 것인가.’

“지금 이 공간에 다양한 시간대의 사람들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유령들과 부대끼며 사는 거죠. 간략하게 적힌 사서 내용을 보면서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그들의 숨막히게 치열한 일상을 상상해봐요. 권력다툼, 혁명, 전쟁, 사랑, 불륜, 치정 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와 닮은 그들의 진정한 삶. 그게 곧 소설인 거죠.”

신동아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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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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