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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얼굴마담’에 속고 ‘선불금 증발’에 울고 ‘사라진 아내’에 땅치고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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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분고분한 여성을 찾는 한국 남성과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중앙아시아 여성의 요구가 딱 맞아떨어진 것. 그러나 ‘어리고 예쁜 신부’만 찾다간 큰코다치기 일쑤다. 한국 남성의 외모지상주의를 간파한 결혼중개업체들이 갖은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전복열·장안나 부부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속옷 통신판매업을 하는 전복열(44)씨는 2년 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4세 장안나(27·여)씨를 아내로 맞아 현재 한 살 터울의 형제를 뒀다. 생후 45일째라는 둘째아들을 안고 취재에 응한 부부는 첫눈에도 무척 다정해 보였다.

전씨는 러시아 지역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현지를 드나들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의 맞선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본 뒤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결혼중개업체를 소개받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현지 업체가 추천하는 두 여성의 프로필을 봤어요. 둘 중에 지금 아내의 모습이 첫눈에 쏙 들어 제 프로필을 현지로 보내고는 바로 가서 만났지요. 첫 만남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사실 그는 장씨와 맞선을 보기 전, 프로필을 본 또 한 명의 여성을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해서 한국에 오면 공주가 될 것 같은 환상을 품고 있어 퇴짜를 놓았다. 반면 장씨는 집안도 좋고 대학교수인 데다 현명한 여성이었다. 전씨는 “‘땡잡은 기분’으로 산다”고 했다.

결혼 전 장씨는 대학원을 나와 우즈베키스탄 외국어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장씨도 결혼생활에 무척 만족해했다. 성격이 밝고 애교가 많아 부부 금실이 좋다.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틈나는 대로 문화강좌나 모임에도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은 대개 아내가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전씨는 다르다. 아내가 행복해야 자신과 가정이 행복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떨어진 환경에서 살아온 부부 사이에 문화충돌은 없을까. 전씨는 “가끔 부모님 앞에서 아내가 내 볼에 키스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아내가 자라온 문화에선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나로선 당황스럽다. 그래도 부모님이 눈총을 주지 않고 나름의 애정표현으로 이해해줘 다행”이라고 했다. 아내 장씨는 “남편이 나이가 많지만 생각이 젊어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마음씨도 좋다. 생각이 통하니까 나이차를 별로 못 느끼고 산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 국제결혼 가정이 많지만 장씨는 시부모와 관계가 좋은 편이다.

상품화한 결혼

이제 한국에도 국제결혼시대가 열렸다. 그 시작은 중국 조선족이다. 이후 동남아 산업연수생들이 국내로 몰려들고 국제결혼을 통한 ‘농촌 노총각 짝짓기’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5, 6년 전부터는 베트남 및 필리핀 여성들과의 국제결혼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의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국내 거주 국제결혼 커플이 급증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대의 국제결혼은 일면 자연스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대부분 ‘사랑의 결실’인 데 비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합은 좀 다른 양상을 띤다. 외국인 이주여성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이주여성인권센터 최진영 상담실장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은 ‘인신매매적 결혼’ 또는 ‘상품화한 결혼’이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수긍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전복열씨 부부처럼 국제결혼 커플이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낮은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신붓감을 구하는 한국 남성은 우선 ‘돈’으로 신부의 환심을 산다. 한국 남성을 신랑감으로 원하는 외국 여성 역시 경제적 도움을 원한다. 양자 사이에서 결혼을 알선하는 국내외 결혼중개업체 중 상당수가 허위·과장 광고로 남녀의 몸값을 부풀려 상품화하는 등 이익 좇기에 혈안이 돼 있다.

1960~7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감행한 수많은 한국 여성의 그늘진 삶이 오늘날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외국 여성의 삶에 그대로 겹쳐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본다지만 일부 한국 남성들의 국제결혼관은 외려 세계화나 글로벌 시대에 역행한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많은 남성이 ‘기가 세고 목소리가 큰’ 한국 여성을 피해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외국 여성을 아내로 맞길 원한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피해를 보는 한국 남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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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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