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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탄 체험

1년 만에 52kg 뺀 정찬민의 ‘사생결단 다이어트’

“생명보험도 못 들어 주겠다고? 오냐, 내가 빼고 만다!”

  • 글: 정찬민 AMC 프로덕션 PD jolpd@hanmail.net

1년 만에 52kg 뺀 정찬민의 ‘사생결단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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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한 사람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번지점프도 못하고, 기성복도 못 입고, 수영장 미끄럼틀을 타려면 각서를 써야 한다. 뚱뚱한 것도 죄인가. 생명보험 가입마저 거절당한 130kg짜리 청년이 분노의 다이어트에 돌입, 1년 만에 자그마치 52kg을 감량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와 게으름을 치유하는 일”이라 설파하는 정찬민의 ‘살 덜어내기’ 비법.
1년 만에 52kg 뺀 정찬민의 ‘사생결단 다이어트’
나는 지난 1년간 아주 천천히 52kg의 몸무게를 감량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1년 동안 ‘뚝딱’ 하고 52kg을 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직 처음과 마지막만 바라본다. 사람들이 나름대로 추측하는 나의 다이어트 시나리오는 이렇다.

‘130kg이라는 거구의 몸을 건사하며 살아가던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어느 날 무슨 일엔가 충격을 받고 살을 뺄 결심을 한다. 그리고 1년 후 52kg을 감량해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이 단순한 시나리오에 동의할 수 없다. 생략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30kg의 그 사내는 한순간에 충격을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갑자기 52kg을 감량해서 나타나지도 않았다. 어떤 복합적인 사연들이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하도록 만들었는지, 사람들이 짧게만 여기는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고백하려 한다.

번지점프장에서 뒤돌아서다

1년 만에 52kg 뺀 정찬민의 ‘사생결단 다이어트’

일러스트·정훈이

벌써 저만치 번지점프대가 보인다. 가슴이 점점 두근거린다. 지금 와서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동안 차는 이미 번지점프대 앞에 멈췄다. 가슴은 더 심하게 떨린다. 번지점프를 하자는 친구들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해버린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아예 못한다고 할 걸 그랬나. 솔직히 가능하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드디어 매표소에 이르렀다. 이제 돈을 내고 높은 계단을 올라가서 폴짝 뛰어내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지갑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적이던 중 갑자기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 허약자나 임산부 등은 번지점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임산부는 할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밑의 내용을 마저 읽었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몸무게 제한이 있었다! 몸무게의 하한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몸무게의 상한선이다. 숫자에 약한 내가 왜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확히 120kg이었다. 그 이상인 사람은 번지점프를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계단 입구에는 체중계까지 놓여 있었다. 그것도 정밀한 전자체중계였다. 나는 그만 기가 팍 죽어버렸다. 당시 내 몸무게는 130kg 정도였다. 한계 체중보다 무려 10kg이나 많이 나갔던 거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매표소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친구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들떠 있다. 결국 나는 머리가 아프다고, 아니 멀미가 난다는 핑계를 댔다(사실 난 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이다). 아무도 나에게 멀미를 참아가며 번지점프를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래, 어차피 하고 싶지 않았잖아, 안 그래? 그렇다. 분명 나는 조금 전까지 번지점프를 안 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왁자지껄 계단을 올라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미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난 그 순간 번지점프를 못하게 된 것을 분명 억울해하고 있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단지 살이 쪘다는 이유로 번지점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창피했다. 진행요원의 눈을 슬쩍 교란시키고 올라갈까 싶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찬민이가 번지점프 하다가 줄이 끊어져서 죽었대” 하며 떠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 옥주현이지…”

여자들은 우리에게 핑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라고 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배역을 정하는 시간. 남자 네 명 앞에 몰려온 여자들은 남자들의 얼굴과 몸을 찬찬히 뜯어보며 누구에게는 누구 역할이 어울린다는 식의 논쟁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내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무슨 배역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누구는 피부가 희니까 성유리를 하라든가, 누가 이효리 역할에 더 어울릴 것 같다며 마치 핑클의 공연 기획자라도 된 양 모두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입을 꾹 다문 채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있던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저는 누구 할까요?”

아주 짧은 정적이 흐른 후 선배 한 명이 뻔한 걸 물어본다는 어조로 답했다.

“넌 옥주현이지. 왜? 혹시… 딴…거 하고 싶어?”

이럴 수가! 언제나 그랬듯이 내 배역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뭐, 기분이 나쁘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내 사진을 본다면 옥주현씨가 기분이 나쁠 것이다. 내가 옥주현이라는 가수를 싫어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난 항상 친구들에게 핑클 멤버 중에서 실제로 보면 옥주현이 가장 예쁠 거라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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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찬민 AMC 프로덕션 PD jolp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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