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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의학의 만남, ‘예술치료’의 세계

억압된 창조성 살려내 심리·정서적 갈등 치유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예술과 의학의 만남, ‘예술치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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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문 심리치료사 이정호 부회장(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불안, 공포, 심한 공격성, 과잉행동, 위축, 언어장애 등의 심리적 원인은 대개 영유아기 때까지의 단계적인 퇴행을 통해 밝혀지기 때문에 비언어적 매개체를 사용하는 예술치료가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인격과 심리는 주로 태어난 지 3∼5년 사이에 형성되는데, 이 시기의 경험은 언어 이전의 차원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오감에 의해 받아들인 리듬, 색상, 이미지 등이기 때문에 언어를 이용한 심리치료엔 한계가 있다고 한다. 또한 언어는 증언이 될 수 있는 분명한 기호이기 때문에 자기 내면에 억압된 부정적인 것들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에는 상당한 저항이 뒤따른다. 특히 언어발달이 충분치 않은 유아, 언어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자유로운 사춘기 이전의 아동들,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와 언어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 놀이나 미술, 음악 등 감각적 매체를 사용해 치료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술치료는 노이로제, 우울증, 불안, 강박증은 물론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임종을 앞둔 불치병 환자의 심리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건강한 가치관의 결여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특별한 이유 없이 무력증을 앓는 사람, 부모의 불화나 이혼으로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아동 등을 치료하는 데도 좋다.

그리고 칠하고 찢고 오리고

미술치료에는 색종이, 한지, 모조지, 골판지, 잡지 등 여러 종류의 종이와 크레파스, 물감, 색연필, 매직, 지점토, 찰흙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살펴보자.



‘놀이’ 과정에서는 환자가 자신과 가깝게 느껴지는 세 개의 장난감(인형 1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1개, 무생물 모양 장난감 1개)을 가지고 옆집으로 놀러 가게 하는 등 다양한 ‘놀이’를 한다. 그러다 마무리 단계에서 자기 집으로 돌아와 세 개의 장난감 중 하나가 되어 자신을 소개하게 하는 것. 인간관계 속에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이 원하는 것을 깨달으며 남을 이해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지점토와 그림’ 과정은 20분 정도 지점토를 만지며 놀게 한 뒤 자기를 대변하는 물건 등을 떠올리며 형상화해 색칠하도록 한다. 지점토라는 편한 재료를 통해 자기 내면의 모습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과정은 종이에 크레파스나 파스텔로 자기 이름을 쓰거나 이름을 상징하는 그림과 배경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이름을 대하는 태도나 상징화를 통해 자아 개념을 엿볼 수 있다.

‘현재와 미래’ 과정은 종이를 반으로 접거나 줄을 그어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그린 후 제목을 붙이는 방법. 현재의 자기 모습과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콜라주’ 과정은 다양한 종이와 잡지 등을 찢어서 원하는 대로 붙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구체화해 찢고 오리는 과정에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고 해방감을 느끼며 스스로 새로운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는 효과가 있다.

‘신체 본뜨기’ 과정은 두 명씩 짝지어 편한 자세로 종이 위에 누워 서로 본을 떠주고 원하는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신체 각 부분의 느낌을 색이나 특정한 이미지 또는 기호를 사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내면과 겉모습이 어떤지 깨닫고, 구성원 각자의 에너지를 느껴보게 해 자아의식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술치료는 개인뿐 아니라 집단을 대상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이정호씨는 동티모르 파병 후 귀환한 장병들에게 행해졌던 미술치료를 예로 들었다.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병됐다가 귀환한 장병들은 현지에서 피습, 사고, 홍수 등으로 동료를 잃는 등 충격적인 경험을 한 직후라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시급했죠. 처음 부대를 방문했을 때 장병들은 ‘귀찮게 무슨 교육을 한다는 거냐’는 식으로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미술치료를 받으며 평소 드러내지 않았던 깊은 속내를 차츰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군인들은 계급 대신 별칭을 부르고, 어린아이처럼 색색의 크레파스로 미술작업을 하다 보니 편안한 미소를 짓게 됐다. 특히 ‘현재와 미래’ 과정에서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훨씬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유치원을 운영해보겠다’ ‘작은 구멍가게를 열겠다’ ‘고향 밭을 일구며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 ‘넓은 마당에 동물농장을 만들어보겠다’ ‘호프집을 차리겠다’는 등 다양한 미래가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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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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