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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욕심, 南의 조심… NLL은 불안하다

일촉즉발, 다시 찾아온 서해 꽃게잡이 철

北의 욕심, 南의 조심… NLL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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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크라인 폐지하고 NLL 만든 미국
  • 한국, 구월산 부대 강제 철수에 격분
  • 푸에블로함 나포 사건으로 본 NLL
  • 북한, 해양법협약 논의 계기로 표변
  • 北 군사경계수역 설정은 무리한 주장
  • 중간선 도입하면 北에 불리할 수도
  • 기본합의서 준수가 NLL 변경 첫걸음
北의 욕심, 南의 조심… NLL은 불안하다
날이 따뜻해졌다. 5월이 되면 연평도 서쪽 수역엔 꽃게잡이 철이 시작된다. 꽃게를 잡기 위해 남북한 어선은 물론이고 중국 어선까지 몰려온다. 여기에다 해주항, 남포항 등 북한 항구를 출입하는 3국 상선도 이 곳을 지나므로 이들을 단속·관리하기 위해 남북한 해군 함정도 몰리게 된다. 이 과정에 어느 한쪽 함정이 ‘우연히’ 혹은 ‘고의적으로’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을 넘으면 잔잔하던 바다엔 격랑이 인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이런 긴장은 포성(砲聲)으로 폭발했다. 그리하여 1999년에는 북한 함정이, 2002년에는 한국 함정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올해도 서해 NLL상에서는 긴장의 파고가 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2일 남북한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1년9개월여 만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었으나, 북측이 서해 NLL 재조정 문제를 제기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 무드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하는 서해 NLL은 도대체 어떤 선인가. NLL은 동해에도 있는데 왜 동해에서는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서해 NLL은 어떻게 정해졌으며, 과연 해상분계선으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인가. NLL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아이젠하워의 선거공약

1952년 5월12일 마크 클라크 미 육군 대장이 맥아더 원수와 리지웨이 대장에 이어 제3대 유엔군 사령관에 취임했다. 유엔군은 공산군측의 제의(소련의 라디오 방송)를 받아들여 리지웨이 사령관 시절인 1951년 7월1일부터 공산군과 정전협상에 들어갔다.



1952년 가을 미국에서는 제34대 대통령선거가 벌어졌다. 공화당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맡아 승리를 이끌고 육군참모총장· NATO 사령관·컬럼비아대 총장을 지낸 아이젠하워를 대통령후보로 밀었다. 당시 미국인들의 반공 열기는 대단했지만 수년 만에 다시 전쟁에 개입한 탓인지, 자신들의 아들이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피 흘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이크(Ike)’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아이젠하워는 ‘I like Ike’라는 구호를 내걸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그가 제시한 핵심 공약 중의 하나가 6·25전쟁을 종식시키고 하루빨리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것이었다. 아이크의 우세는 선거 초반부터 분명했으므로 클라크 사령관은 정전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공산군측은 협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루하게 협상을 끌고 나갔다. 공산군의 의도를 간파한 클라크 사령관은 1952년 9월27일 ‘한국방위수역’, 일명 ‘클라크라인’이라는 해상봉쇄선을 선포했다(‘지도 1’ 참조). 그리고 함정을 동원해 북한과 중국의 선박(군함 포함)은 물론, 제3국 선박도 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며 공산군을 압박했다.

미국은 이 라인의 적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유엔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엔은 6·25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1953년이 시작되자 정전협상이 진전돼 개략적인 정전 윤곽이 나왔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자 공산군측은 클라크라인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고 유엔군은 이를 수용했다. 즉 정전협정 15조에 ‘어떠한 종류의 (해상) 봉쇄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클라크라인 철폐를 약속한 것. 유엔군은 정전협정 체결 한 달 후인 8월27일 공식적으로 클라크라인을 해제했다.

클라크라인과 서해 5도

클라크라인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 것은 이것이 NLL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NLL은 클라크라인 폐지 3일 후인 8월30일 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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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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