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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업인들의 토로 ‘우리의 모험심을 짓밟는 것들’

“양아치 같은 금융기관, 기업인 불신, 불공정 시장에 운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젊은 기업인들의 토로 ‘우리의 모험심을 짓밟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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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같은 헤지펀드

“그래도 그 금융회사는 양반이에요. 저는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의 임원을 맡고 있는데, 미국 월가엔 양아치 같은 헤지펀드도 많아요. 그들은 이상한 정보를 갖고 우리를 괴롭혀요. ‘너희 회사 대주주와 관계있는 기업과 내부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냐’ ‘왜 시장에서 3위 하는 기업과 거래하느냐, 특정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따집니다. 그러면서 은밀히 사업적인 제의를 해요. 이런 펀드들 때문에 영업할 때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일본 업체 중에 우리와 뜻이 맞는 기업과 영업 관계를 맺었어요. 예전엔 사업상 옳다고 판단하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는데, 이젠 펀드들이 일일이 간섭하니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해야 해요. 이들과 계약하기 전에 왜 이 회사와 거래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느라 고생만 하죠. 사장이 사업엔 신경 쓰지 못하고 주주들이나 금융회사 눈치를 보게 돼요.”

▼ 금융기관의 브레이크가 때로는 이득이 될 때도 있지 않습니까.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주기도 하고요.

“그런 점보다는 단기적 경영성과를 내도록 종용하는 게 더 큰 문제죠. 투자를 받아본 경영자라면 공감할 겁니다. 분기에 한 번씩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때, 장기적인 계획을 발표하면 듣지도 않아요.”



“심지어 인사권에도 관여합니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저렴한 인건비 구조였어요. 이 때문에 재벌그룹의 계열사와 싸워도 단가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금융기관이 직원의 인건비를 높이라고 해요. 그렇게 낮은 임금으로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어요. 돈을 빌린 처지에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연봉을 30% 올려줬어요. 임금이란 게 올리기는 쉬워도 일단 올린 뒤에는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불합리한 게 그것뿐인가요? 은행에서 ‘꺾기’ 관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물론 꺾기 했냐고 물어보면 안 했다고 하죠. 서약서에도 그렇게 써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에요.”

▼ 펀드를 운용하는 경영자께선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기적인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는 펀드도 있고, 그렇지 않은 펀드도 있어요. 물론 모든 투자자가 이익을 내려고 하는 마음만은 똑같죠. 그런데 펀드를 조성한지 얼마 안 된 곳은 실적 때문에 경영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펀드는 피해야죠.”

가족이라도 살리려면…

▼ 소액주주운동이나 ‘장하성 펀드’ 같은 것이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봅니까.

“제 경험으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기업인의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기업주의 부실경영을 감시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일조합니다. 그러나 소액주주 관련법이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과 관계없는 소모적인 송사(訟事)에 악용된다면 문제가 될 겁니다. 직접 목격한 바로는 주주총회에 출석하는 소액주주들이 ‘총회꾼’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외국에서 경영학 공부를 해서 해외 사례에 대해서는 좀 압니다. 대표이사와 대주주가 금융기관 대출 입보를 서야 한다는 것은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도예요. 얻는 수익과 비교해 오너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예를 들면 회사 지분의 일부를 소유한 대주주 또는 지분을 소유하지 않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부채 상환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납득이 가질 않아요.”

▼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서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말씀인가요.

“전문경영인은 대부분 연대보증을 서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너는 무조건 보증을 서야 합니다. 사업을 하다 망하면 나는 물론이고 가족과 처가까지 고통을 받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요. 만일 회사 주주들에게도 연대보증을 서라고 하면 어떨까요? 당연히 안 설 겁니다. 오너는 책임은 다 지면서도 권리는 여타 주주와 똑같아요. 책임을 많이 지는 대주주 오너에겐 의결권 행사를 많이 할 수 있는 황금주를 줘야 합니다.”

“저는 사업을 10년 넘게 했는데, 요즘엔 좀 불안합니다. 2∼3년 전부터 투자도 줄이고 있어요. 망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죠.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프로그램’이 없거든요.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인맥과 자본, 그리고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실패한다면 도저히 다시 올라오지 못할 것 같아요. 외환위기 전엔 사업의 위험을 기업가와 은행, 정부가 나눴는데, 지금은 온전히 기업가의 책임으로만 남아요. 중소기업주들이 사업에 실패하면 목숨을 끊지 않습니까. 재기할 길이 막혀 있어서 그래요. 가족이라도 살리자면 자신이 죽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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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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