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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1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비밀

“태조 이성계 금척(金尺) 조형물인 마이산 석탑군 상징”

  • 최 홍 작가 deksuri-ch@hanmail.net

새 1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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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림의 산들은 긴 삼각형 형태로 나란히 솟아오른 다섯 개의 봉우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일월오악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인 오악(五嶽, 백두산·지리산·금강산·묘향산·삼각산)을 상징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긴 매한가지다. 이렇듯 명칭부터 잘못되다보니 그림의 진정한 의미나 기원 등을 탐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

전라북도 진안의 노인들은 일월오봉도를 진안의 마이산(馬耳山)을 형상화한 그림으로 알고 있다. 이 그림이 어떻게 마이산을 나타내고 있는지, 왜 마이산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토록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전해오는 설에 따라 그렇게 알고 있다.

먼저 그림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에 들어가보자. 해석을 위한 그림은 덕수궁 중화전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을 택했다. 일월오봉도는 모두 규격과 형식이 통일되어 있다지만 조금씩 다르다. 중화전에 있는 그림은 조선 말 고종이 덕수궁에 거처했기 때문에 가장 원형에 가까운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고종은 기우는 국운을 바로잡기 위한 방편으로 왕실의 뿌리와 전통을 찾고 이를 되살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월오봉도에서 중요한 위상을 점하는 것은 5개의 산봉우리다. 봉우리들은 화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 산들을 유심히 보면 전통 회화에서 보던 산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리가 익히 봐온 산들은 능선이 섬세한 필치로 윤곽만 묘사되어 있다. 그나마도 봉우리 부분만 묘사되고 아랫부분은 안개나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산은 대부분 대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민화의 산들도 마찬가지다.

왕권의 표상



그런데 이 그림의 산들은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체 모습이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첩첩이 쌓인 바위들까지 묘사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의 형태를 띠면서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우리 전통 회화에서 바위가 등장하는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위는 산의 봉우리 부근에서 마치 산의 위용을 드러내는 듯한 관(冠)의 형태로 그려져 있는 게 보통이다. 이 그림처럼 전체가 바윗돌로만 묘사된 산은 어느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봉우리들이 산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림의 양쪽 가장자리에서 대칭을 이루는 소나무로도 알 수 있다. 이 소나무들은 전체적인 면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해, 달, 산봉우리, 대지 등을 소재로 한 그림에 걸맞게 소나무를 그리려면 아주 작고 가냘프게, 그야말로 눈에 띄기 힘들 정도로 작게 그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격에 맞지 않게 커다랗게 그려진 데다 양쪽에서 봉우리 하나씩을 가리고 있다. 이 그림은 왕실의 최고 상징물인 만큼 당대 최고의 화가가 그렸을 텐데 왜 이처럼 이치에 맞지 않게 그려졌을까.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일월오봉도의 5개 봉우리는 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산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처럼 봉우리들을 바윗돌이 첩첩이 쌓인 형태로 묘사했을까.

일월오봉도를 다시 정의해보자. 임금이 거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동반했고, 사후 봉안된 어진의 뒤에도 펼쳐졌던 왕권의 표상이자 가장 중요한 정치 상징물이었다. 왜 조선시대 임금들은 이 그림을 그처럼 소중하게 여겼을까. 소재가 특이한 것도 아니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그림도 아닌데 왕실에서 그처럼 외경시했던 건 왜일까. 바로 그림의 상징성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음양오행을 나타내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늘에 떠 있는 선명한 해와 달, 그리고 5개의 봉우리가 그러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여서 음양오행설이 사상과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마이산 석탑군

그러나 음양오행설만으로는 그림의 다른 부분, 즉 물결무늬나 소나무 등을 풀이하지 못한다. 또한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왜 조선의 임금들이 이 그림을 그처럼 소중하게 여겼는지에 대한 답이 되기에도 부족하다. 앞에서 그림 속의 5개 봉우리는 산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산봉우리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산봉우리 기본 요건도 갖추고 있지 않다. 이 봉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이 진안의 마이산에 있는 듯하다.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만 쌓인 5기의 원추형 석탑과 수십기의 외줄탑으로 이루어진 석탑군(群). 그림의 산봉우리들은 바로 마이산 석탑군 중 5기의 원추형 석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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