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 개미를 대신해 먹이활동을 하는 불개미(위)와 상대방 군체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싸움을 하는 여왕개미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연구 결과는 개미 사회를 인간 사회의 모형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한다. 개미들은 인간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든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개미뿐 아니라 벌, 말벌, 흰개미 등 사회성 곤충들에게서 인간 사회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행동양식을 찾아내고 있다. 아마존 밀림을 뒤지면 인간의 또 다른 행동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개미 종(種)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더 나아가서 인류학자들이 인간 사회의 특징이라고 열거하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윤리적 요소들이 사실은 고도의 지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좁쌀만한 뇌를 지닌 개미에게서 인간과 유사한 것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자랑할 것이라고는 심심찮게 자기 파괴 성향을 드러내는 ‘고도 지능’과 애매한 의사 전달로 불화를 일으키곤 하는 ‘언어’만 남은 꼴이 아닌가.
그러나 인간과 개미의 유사성은 겉으로만 닮은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의 사려 깊은 행동과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개미의 행동이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노예 제도다.
처절한 노예 쟁탈전
개미는 인간의 그것에 못지않은 노예 제도를 발전시켰다. 1975년에 윌슨이 노예제를 택한 개미가 적어도 35종은 될 것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그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다. 노예가 없으면 굶어죽을 정도로 노예제가 필수불가결한 개미 종류가 있는 반면, 노예가 없을 때는 열심히 일하다가 노예를 잡아오면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는 부류도 있다.
노예를 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남의 개미집을 습격해 애벌레를 강탈해온 뒤 노예로 삼는 종도 있고, 아예 남의 개미집에 들어가서 여왕을 죽이고 대신 여왕 행세를 하는 종도 있다.
미국의 개미학자 하워드 토포프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개미의 노예획득 과정을 살펴본 바 있다. 사실 개미 실험은 야외에서 관찰하면서 몇 마리 잡아다가 투명한 통에 넣은 뒤 이렇게저렇게 간섭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유전물질이나 페로몬 같은 미량 화학물질들을 분석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토포프가 살펴본 개미는 아마존개미류와 불개미류다. 아마존개미는 스스로 생계를 꾸릴 능력을 완전히 잃고 노예 노동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노예들이 돌보지 않으면 굶어죽을 것이다. 노예들은 꿀과 죽은 곤충 같은 먹이를 구해오고, 여왕과 새끼를 돌보며, 집을 청소하고 수선하는 등 생명유지를 위한 모든 활동을 도맡는다. 그래서 아마존개미는 정기적으로 근처의 불개미 집을 습격해 여왕과 일개미들을 내쫓고 번데기들을 강탈해온다.
번데기에서 깨어난 불개미 일꾼들은 주인인 아마존개미를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마존개미의 수가 늘어나서 분가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곳에 집을 만들고 아마존개미의 여왕과 알, 애벌레, 번데기 등을 정성껏 옮겨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