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한반도 경제론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7-03-12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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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경제론 외
    한반도 경제론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지음

    진보진영에서 내놓은 한국의 발전모델. 19명의 소장학자로 구성된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는 현실에 부합하는 국가전략 비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6년 상반기부터 토론과 심포지엄을 거듭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시장주의로 요약되는 미국식 모델과 사회민주주의로 단순화할 수 있는 유럽식 모델, 그리고 민족론과 계급론을 뛰어넘는 점진적, 진화론적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연대, 혁신, 개방을 핵심 가치로 하는 한반도경제론이다. 연대와 혁신은 상충될 수 있기에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개방이며, 한반도경제권의 외연은 남북한과 중국 산둥성, 동북3성, 러시아 극동, 일본 환동해지역 등을 포괄한다. 민족만을 주체로 삼지 않는 개방형인 것이다. 창비/443쪽/2만원

    로마제국을 가다 최정동 지음

    1996년 가을, 사진기자이던 저자는 취재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포로로마노에서 시오노 나나미를 만난다. 그를 계기로 로마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매료된다. 이후 로마제국과 관련된 국내외 서적 수십권을 섭렵하고, 2002년 가을 마침내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제국의 영토를 직접 밟아 나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현장에 섰을 때 6년여 동안 활자로 축적한 지식은 1500년 전 해체된 로마제국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이 책을 이탈리아 관광명소 위주의 여행기쯤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 오래전 역사서에 언급됐으나 금세 잊힌, 그러나 로마의 군사작전을 바꿔놓은 중요한 전투 이야기로 시작해 진짜 로마제국을 보여주려 애썼다. 한길사/544쪽/1만8000원

    갈등조정, 그 소통의 미학 박진·채종헌 편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폭발하거나 극한으로 대립하다 폭발 직전 극적인 합의에 이르곤 했다. 이 책은 1988년 의약분업부터 2005년 비정규직 관련 법안 입법까지 김대중 정부 이후 대표적인 갈등 사례 7건을 선정해 갈등의 원인과 정부의 해결 과정을 분석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의 자문위원들이 매년 주요 갈등사례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펴낸 첫 갈등사례집이다. 갈등은 언뜻 소모적으로 보이지만 잘 극복하면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발판이 되기에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조정’해야 하는 과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유사 갈등을 반복해 겪으며 매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어 갈등 관리 역량이 ‘보통 이하’ 수준으로 평가됐다. 굿인포메이션/376쪽/1만6000원

    컬처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김상철·김정수 옮김

    컬처코드란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를 가리킨다. 이성적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각인되는 것으로 대개 7세 이전의 강렬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 시절 어떤 문화 속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컬처코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정도 얘기는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에겐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이 책은 단순히 컬처코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유용한 병기(兵器)가 되는 과정,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지난 30년간 ‘포춘 100대 기업’을 비롯한 여러 세계적인 기업을 위해 코드 분석 작업을 수행해왔다.

    스위스 브랜드 네슬레가 일본에 인스턴트커피를 팔기 시작했을 무렵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가 내린 처방은 컬처코드를 활용한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준다. 네슬레는 일본인이 전통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를 바랐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라파이유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일본인에게 커피가 어떻게 각인됐는지를 조사했다. 대부분의 일본인에게 커피가 전혀 각인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네슬레는 인스턴트커피를 파는 대신 카페인 없는 커피향을 첨가한 어린이용 과자류를 만들었다. 일본인에게 커피를 각인시키는 작업부터 한 것이다. 그 결과 1970년대만 해도 거의 전무했던 일본에서의 커피 판매량이 현재 연간 5억파운드에 이르고 있다. 웅진 리더스북/296쪽/1만3000원

    자녀들아, 돈은 이렇게 벌고 이렇게 써라 현용수 지음

    로스차일드, 스필버그, 그린스펀, 소로스…. 사회,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유대인의 경제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이 미국 전체 국민소득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30대 기업 중 12개를 유대인이 설립했거나 경영하고 있다. ‘자녀들아, 돈은 이렇게 벌고 이렇게 써라’는 유대인이 자손 대대로 전수하는 경제교육의 핵심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 현용수 박사는 20년 가까이 유대인 자녀교육법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한 ‘유대인 아버지의 4차원 영재교육’에 이어지는 ‘유대인 아버지 교육’ 제2권에 해당한다. 랍비 마빈 하이어는 추천사에서 ‘비유대인으로서 유대인의 생존 비밀을 정확히 지적했다’고 평했다. 동아일보사/480쪽/1만6000원

    한반도 경제론 외
    2차세계대전사 존 키건 지음, 류한수 옮김

    기억·제3제국의 중심에서 알베르토 슈페어 지음, 김기영 옮김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두 권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소개됐다. 영국 출신의 전쟁사학자 존 키건이 쓴 ‘2차세계대전사’가 제2차 세계대전의 숲과 나무를 모두 그려냈다면 알베르토 슈페어의 ‘기억’은 나치 독일에 대한 ‘내부자 고발’이다.

    존 키건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전쟁을 유럽 서부전선, 동부전선, 태평양전쟁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시기별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효과적인 서술을 꾀했다. 또한 크레타 공중전, 미드웨이 해전, 팔레즈 전차전, 베를린 시가전, 오키나와 상륙전 등 5개 주요 전투에 초점을 맞춰 현대전의 독특한 방식과 동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히틀러, 도조,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 등 각국의 지도자들이 당면했던 전략적 딜레마와 그들이 내린 결정이 개별 군인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기억’은 37세에 군수물자를 책임지는 군수장관 자리에 올랐으며 제3제국 각료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알베르토 슈페어의 자서전이다. 군수장관으로서 작성한 업무일지, 편지, 전보 등을 바탕으로 히틀러와 나치제국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준다. 슈페어의 기록은, 자기변호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따르지만 지식인이 비판적으로 사유할 책무를 잊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일깨워주기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청어람미디어/912쪽/4만원, 마티/960쪽/3만7000원

    행복공장 레이 도드 지음, 강주헌 옮김

    원할 때마다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공장’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고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기적에 가까운 기록을 남긴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의 전성기를 가져온 에너지는 분노였다. 어릴 적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그를 철인으로 만들었다. 포기하는 법이 없었지만 늘 불만의 응어리로 가득 찬 시한폭탄이었던 그는 결국 암에 걸리고 만다. 저자는 분노가 의욕을 유발하는 자극제로 매우 효과적이지만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방해하고 결국 지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랜스는 암을 극복해 더 유명해졌다. 분노와 두려움을 자기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바꿨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삶의 엔진에 사랑-옳다는 느낌-이라는 연료를 주입하면 내가 변하고, 꿈이 변하고, 세상도 바뀐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사/256쪽/1만1000원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 이미도 지음, 헌즈 그림

    외화번역가 이미도씨가 대표이자 사원인 1인 출판사 물고기도서관이 처음으로 펴낸 책. 오랫동안 외화를 번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한 이미도씨는 할리우드 영화를 활용해 영어를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픈 생각에 ‘영어상영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인 창업을 했다고 한다. 창업기념으로 펴낸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은 100개의 영어 키워드와 그걸 대표하는 할리우드 영화 100편을 묶어 장르별로 정리한 책. 영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와 그 키워드가 들어간 표현 중 활용빈도가 높은 것, 그리고 명문장과 명대사들을 영화 이야기와 곁들여놓아 은연중에 습득하게끔 구성했다. 물고기도서관/476쪽/1만5000원

    이채원의 가치투자: 가슴 뛰는 기업을 찾아서 이채원·이상건 지음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하다. 투자를 할 때도 버는 것보다는 잃지 않으려 애쓴다. 돈을 잃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가치투자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솔직히 이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가치투자를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손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풀어놓았다. 증권사에 입문해 가치투자에 눈떠가는 과정,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은 성공적인 가치투자를 위한 마음가짐, 가치투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했다. 저자가 어떤 생각과 어떤 방법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될 듯하다. 이콘출판/288쪽/1만2800원

    호모 엑세쿠탄스(전 3권) 이문열 지음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출간 전부터 논란을 빚은 이문열씨의 신작. 연인이자 운동권 후배인 ‘안정화’와 헤어진 ‘85학번’ 주인공 ‘신성민’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2003년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마리’와 하룻밤을 보낸 뒤 기이한 일들을 경험한다. 그러다 친여(親與) 시민단체 ‘새여모’의 간부가 되어 돌아온 ‘안정화’와 다시 동거하고, 재개발지역에 나타난 마리는 ‘새여모’와 대립, 서로에게 처형을 단행한다. ‘새여모’와 마리 일행이 사라진 뒤 신성민은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신을 처형하는 인간, 호모 엑세쿠탄스를 찾아 이라크와 르완다 등을 헤맨다. 민음사/각 290쪽 내외/각 9500원

    한반도 경제론 외
    겐지 이야기(전 10권) 세토우치 자쿠초 지음, 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11세기 초 궁녀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장편소설로 일본 고유의 정서와 미의식이 함축된 일본 문학의 고전이다. 이 책의 완역본이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세토우치 자쿠초의 현대어역판을 김난주씨가 5년에 걸쳐 번역하고, 상명대 김유천 교수가 감수했다. 내용은 헤이안 시대의 귀족사회를 무대로 펼쳐지는 매력적인 주인공 히카루 겐지의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 70여 년의 세월을 따라 400여 명이 등장하는 방대한 작품이다. 악기, 복식, 탈것 등의 참고도판과 계보도, 연표, 옛 노래 등을 정리한 부록이 당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길사/각 316∼396쪽/각 1만2000원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이택광 지음

    아트북스가 총 3권으로 기획한 ‘그림으로 읽는 세상’ 그 첫 번째로 ‘근대편’이다. 영문학자이자 대중문화비평가인 저자는 19세기 후반, 동시대를 풍미한 두 화풍, 인상파와 라파엘전파의 그림에서 정치·사회적 성향을 읽어내고, 그럼으로써 당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모네의 ‘인상-해돋이’,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에서 변화하는 현실을 긍정하거나 도피하려 했던 인상파의 성향을 유추한다. 밀레이의 ‘오필리어’와 그 밖의 라파엘전파를 옹호한 존 러스킨의 ‘예술론’을 분석해 러스킨과 라파엘전파가 근대 산업사회와 시장 자본주의를 뿌리부터 거부한 급진적 성향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100여 점의 컬러 도판과 용어 설명이 눈길을 끈다. 아트북스/296쪽/1만7000원

    과학으로 생각한다 이상욱 외 지음

    이상욱, 홍성욱, 장대익, 이중원 네 명의 필진은 모두 ‘글발’이 뛰어난 과학 전공자다. 자연과학을 철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인문학과 연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이제 이른바 환원주의로 대변되는 분할된 전문지식의 시대가 저물고, 자연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을 아우르는 교양인 학자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세계사에 이미 이런 전례가 있었으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등은 자연과학자이자 철학자요, 예술가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당대의 세계관과 사유체계를 바꾸었는지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과학철학사의 논쟁들을 정리함으로써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 가능성과 그 필요성을 보여준다. 동아시아/336쪽/1만4000원

    80일간의 세계여행 카를라 세라·실비아 봄벨리 지음, 강미경 옮김

    1873년 쥘 베른이 쓴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책. 이탈리아의 여행전문기자 두 명이 5대륙을 종횡무진하며 담아낸 세계 80곳의 문화유산과 장엄한 자연의 모습이 떠나고 싶어 안달난 독자를 꼼짝못하게 잡아끈다.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웬만한 책 두 권보다 큰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이 방향 저 방향에서 구석구석 찍어낸 사진들을 보는 것도 멋진 여행이 될 듯하다.

    이 책의 여정은 영국 런던의 웨스터민스터사원에서 출발한다. 시가지와 함께 멀리서 본 사원의 모습, 높이 솟아오른 쌍둥이 종탑, 클로즈업한 종탑의 대형 시계와 조각상 그리고 외벽 장식,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부속 예배당에 안치된 왕의 무덤, 사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본당과 성가대석을 가르는 벽 등을 친절한 가이드처럼 사진으로 펼쳐 보인다.

    이 여행은 노르망디의 몽생미셸로 이어지고 로마의 콜로세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을 거쳐 아프리카로 건너간다. 사하라 사막의 물과 바람이 만들어놓은 첨탑, 성채, 기괴한 형상으로 미로를 이룬 바위들…. 자연의 놀라운 풍광은 아시아의 에베레스트와 K2로 이어지고 불멸의 건축물들도 만난다. 오세아니아의 아름다운 섬들, 미국 옐로스톤의 간헐천 등을 거친 여정은 여름 내내 해가 지지 않는 북극에 달하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알함브라 궁전에서 긴 여행을 마친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경이로운 80곳’을 자세히 설명하는 데 있지 않고, 독자의 감수성과 호기심을 자극해 독자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찾아 나서게 하는 데 있다고 밝힌다. 좋은생각/304쪽/4만9000원

    대한민국헌법 정종섭 지음, 김중만 사진

    곱디고운 주홍빛 꽃잎이 올라앉은 고급스러운 표지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헌법’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제목을 붙인 화보집인 줄 알았다. 정말 대한민국헌법 130조가 고스란히 담겼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저자 이름을 확인하니 그럴 만하다 싶다. ‘전국민 헌법 읽기’ 운동을 벌이는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작품’이다. 사진은 대중적으로 이름 높은 김중만씨가 찍었다. 우리 일상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에도 딱딱하고 어려워 다가가기 힘든 헌법을 누구라도 알 만한 사진작가의 꽃 사진을 곁들여 제시함으로써 헌법에 대한 벽을 낮추려고 애썼다.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되도록 쉬운 표현으로 풀어쓰기 했으며, 영문과 같이 배치해 헌법의 영문 표현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금붕어/158쪽/1만8000원

    한반도 경제론 외
    앗 뜨거워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세계적인 맛이 한데 모여 있다는 미국 뉴욕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레스토랑의 주방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느새 40대 중반을 넘어섰는데 지금까지 해온 일과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 것 같다. 새로운 세계에서 자리매김하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이 책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며 곁들여 갖가지 요리와 음식문화까지 일러준다.

    2002년 1월, 미국 ‘뉴요커’ 문학담당 기자로 일하던 빌 버포드는 마흔일곱의 나이에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타임스’ 맛집담당 기자가 별 세 개를 준 이탈리아 식당 ‘밥보(Babbo)’로 향한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날로 ‘밥보’의 성질 사나운 주방장이자 자신의 친구인 마리오의 ‘무급 보조’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요리처럼 달콤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고난의 행군에 가깝다. 오이 대신 손가락을 썰고, 두 시간 동안 깍뚝썰기한 당근이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뜨거운 올리브기름에 손을 넣어 튀기고…. 철저히 서열화된 좁은 주방에서 우왕좌왕하던 빌은 마침내 런던과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다. 그의 친구 마리오가 걸어온 길을 뒤늦게 따르는 것이다.

    이 책은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뒤늦게 새 길로 들어선 저자와 대학시절 마약거래 혐의로 기숙사에서 쫓겨났으나 요리의 매력에 빠져 스타급 요리사로 발돋움한 마리오의 성공기가 교차한다. 3년간의 요리 수련과 취재를 토대로 쓴 책은 노련한 기자의 글답게 현장 묘사가 박진감 넘치고, 요리를 매개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특징이 살아 있다. 해냄/424쪽/1만5000원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복거일 지음

    소설, 시, 사회평론, 경제평론 등 장르를 망라한 글쓰기를 해 온 작가 복거일씨의 산문집. 윤리와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적재적소에 꺼내놓는다. 산문 한 편에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구, 당나라 고승의 말씀, 조선 문장가의 시 등이 고루 인용된다. 논쟁이 될 만한 이슈에 대한 작가의 명쾌한 주장도 눈길을 끌지만 브리태니커나 조선어사전 같은 참고서를 가까이 두면 ‘스스로 좋은 물음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구체적인 삶의 지침도 유익하다. 제목은 영국 시인 프랜시스 퀄스의 경구 “현명하게 세속적이어라, 세속적으로 현명하지 말고(Be wisely worldly, be not worldly wise)”에서 따왔다. 경덕출판사/224쪽/1만원

    나비야 청산 가자(전 2권) 김진명 지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가 북한 핵 문제와 이를 둘러싼 강대국의 음모를 그린 장편소설. 고폭장치 전문가인 재미 과학자 윤문선 박사는 핵 개발을 위해 북한으로 들어가나 북한 주민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핵 개발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다. 저자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무궁화…’가 실패로 끝난 남한의 핵 개발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담고 있는 반면, 이번 책은 북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실명(實名)으로 등장해 출간 직후 선거법위반 논란에 휩싸이는 등 화제를 모았다. 대교베텔스만/각 256쪽, 264쪽/각 8900원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뒤 40년 남짓 ‘증언’을 자신의 책무로 삼아 글을 쓰다 20년 전 돌연 자살한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의 대표작 두 편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1947년에 나온 레비의 첫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는 파르티잔 부대에 가담해 반(反)파시스트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임시수용소로 이송된 1943년 12월부터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소련군 진주로 풀려난 1945년 1월까지의 일들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고 있다. 1975년작 ‘주기율표’는 작가이기 전에 박사학위를 지닌 화학자인 레비가 주기율표 상의 21개 원소 하나 하나를 표제로 삼아 그로부터 연상되는 자전적 체험을 시간 순서에 관계없이 회고하는 내용이다. 돌베개/각 340쪽, 384쪽/각 1만2000원, 1만4000원

    역사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고대 DNA 이야기 애너 마이어 지음, 이한음 옮김

    영화 ‘쥐라기 공원’에선 호박에 갇힌 곤충의 뱃속에서 공룡의 피를 추출해 6500만 년 전에 사라진 공룡을 복제한다는 가상현실을 만들어냈다. DNA 연구가 활발한 21세기 과학은 공룡의 부활에 얼마나 다가서 있을까? 이 책은 과거에 살던 생물의 잔해에 남아 있는 DNA를 조사하는 고대 DNA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7가지 역사적 미스터리를 탐구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 루이 17세는 1795년 감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1883년 난돌프라는 사람이 파리에 나타나 자신이 루이 17세라고 주장하는데, 그가 정말 감옥에서 빼돌려진 루이 17세일까? 고대 DNA 연구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어 전문 용어가 섞여 있음에도 전혀 어렵지 않다. 좋은생각/288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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