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부속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진단방사선과) 정태섭(鄭台燮·53) 교수는 자신을 ‘괴짜’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괴짜임을 즐기고, 괴짜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면 청소년 시절 품었던 과학자의 꿈을 우회적으로나마 보상받고,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의하러 갈 땐 돼지코를 빼닮은 척추뼈 CT(컴퓨터단층촬영)사진을 챙겨들고, 음악회에 갈 땐 오선지 넥타이를 매며, 학회 세미나에서 만나는 외국 학자들과는 과학자 얼굴이 그려진 화폐며 1700∼1800년대 현미경 등을 화제로 장시간 대화한다.

X선 기기로 장미를 촬영하는 정태섭 교수. X선 촬영한 장미는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