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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시아 욕망코드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럭스플로전’

  • 김정원 ‘애비뉴엘’ 수석 피처 에디터 jwmail@avenue-L.co.kr

아시아 욕망코드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럭스플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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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패션 잡지에 몸담았고, 현재 소위 ‘럭셔리 쇼핑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긴 한숨부터 나온다. 저자들이 지적한 대로, ‘뿌리 깊은 신유교 사상에 의해 소비는 아름다울 수 없으며, 안빈낙도의 덕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한국인 특유의 심리기저’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적 명품 소비 패턴의 특징은 ‘유교적 가치의 국부론’에 의해 심화된 이중성이랄까? 패션이란, 아니 소비란 단순히 지갑을 여는 행위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욕망이 향하는 방향점’을 제대로 짚어내야 하는 것일진대, 우리 사회에선 아직 이 모든 것을 드러내 해체와 통합을 통한 발전된 이슈로 나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 때문이다. 기껏해야 경제 지표에 따른 스커트 길이 따위가 아직도 기삿거리가 되는 마당에, 명품 때문에 횡령까지 불사하며 악마에게 영혼을 판 어느 젊은 여자 얘기에 흥분부터 하고 보는 마당에, 과연 어느 누가 소비문화의 실체에 대해 침착하게 논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확신하는 바는, 다름 아닌 명품 열풍 이면에 숨겨진 무수한 욕망의 코드를 전면에 끌어냈다는 점이다. 그것도 100년 전에는 그 존재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아시아 사람의, 아시아 사람만을 위한 욕망을 말이다. 비록 한국 여성의 필수 명품 아이템 중 하나가 살바토레 페라가모 구두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도출했지만 말이다.

인간의 욕망에 현미경을 들이댄 책치고 아우성 같은 찬반논쟁을 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1948년 킨제이 박사가 ‘인간 남성의 성적 행위’를 출간했을 때도 종교박해 못지않은 비난이 따랐다. 그러나 이 책을 시작으로 사랑과 결혼, 연애를 유전적·심리적으로 ‘크로스 오버’하며 연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성 혁명의 이론적 지침서가 된 킨제이 보고서는 인간 성행위를 현상 그대로 수집한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동성애를 비롯해 수간, 소아성애, 네크로필리아(시체성교애호증) 등 듣기에도 끔찍한 인간의 어두운 리비도가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왔다.

100년 전 명품, 번영의 순환

‘럭스플로전’은 아시아 소비 문화의 신(新)동향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 객관적 태도를 일관되게 고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만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던져버리고 싶다거나, 유럽산 명품에 넋이 나간 아시아의 현재에 대해 자괴하고 있다면, 100년 전 세상을 매혹시킨 명품의 이동경로가 단연 아시아발(發)이었음을 생각해보기를.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된 번영의 순환을 떠올려보기를. 아시아의 현재에 주목하고 있다면, 아시아의 미래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법. 그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바로 아시아의 손에 달려 있다.

신동아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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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애비뉴엘’ 수석 피처 에디터 jwmail@avenu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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