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막판 대통합 노림수, 조순형의 폭탄선언

“노무현-정몽준식 여론조사로 민주당-민주신당 후보 단일화하자”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7-09-13 10: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한나라당 집권 막기 위한 단일화 가능”
    • “민주신당 후보 이겨 범여권 단일후보 되겠다”
    • “호남 민심, 기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
    • “이해찬 정동영은 국정 실패 책임져야”
    • “사생결단 李-朴 경선, 한나라당에 결국 손해”
    막판 대통합 노림수, 조순형의 폭탄선언
    몇해 전 TV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호탕한 인물로 그려진 유석(維石) 조병옥의 아들,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주역, ‘미스터 쓴소리’….

    중도통합민주당(약칭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순형(趙舜衡·72) 의원에 대한 상상 속 이미지는 외향적이고, 거칠고, 투쟁적일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그는 내성적이고, 조용조용하게 말하며, 합리적이다. 그러면서 조금은 독특한 데가 있다.

    조 의원은 서울 성북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 1주년이 되는 지난 7월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선언식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국회도서관은 조 의원이 의원회관보다 더 자주 모습을 보이는 곳이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도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도서관 의원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자료를 챙기고 글을 쓴다고 한다.

    조 의원과의 인터뷰도 8월11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 선언을 한 다음날이었다.

    ‘반노(反盧)’ 성향인 민주당이 빠진 상황에서 ‘비노(非盧)’ ‘친노(親盧)’ 계열의 양당이 합침으로써 범여권의 대선 구도는 메이저리그(민주신당)와 마이너리그(민주당)로 나눠 치러지게 됐다. 여론조사 지지율로 볼 때 조 의원은 민주당에서 선두일 뿐만 아니라 범여권의 20여 명에 이르는 예비후보 가운데 신당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이어 이해찬 전 총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2,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간은 민주당 편”

    조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 전부터 ‘국정 실패 세력’인 열린우리당 출신과의 무조건적인 대통합에 반대한다고 밝혀왔다. 범여권 후보 경선이 나눠 치러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도 현재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인터뷰에서는 전날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으로 합당한 데 따른 범여권 대선 구도 변화가 우선적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 의원의 ‘반노(反盧)’ ‘반(反)열린우리당’ 행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대선 본선에서는 결국 민주신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독자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일단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따로 후보를 뽑아 대선 본선에 나섰다가 막판에 후보를 단일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8월9일 목포에서 당 지도부에 ‘통합논의 종결선언’을 촉구하면서 신당을 만드는 것은 ‘위장폐업’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예, 그렇죠, 국정 실패 세력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은 박상천 대표도 같은 생각입니다. 더구나 국정 실패 세력이 모여 신당을 만들기로 했으니 지금은 따로 가는 방법뿐입니다.”

    ▼ 대선 막판에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나 연합후보를 낼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박상천 대표는 ‘시간은 민주당 편’이라며 ‘11월께 후보 단일화’를 언급했는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박 대표의 구상은 일단 따로 후보를 선출하되, 11월 하순에 민주당 후보와 신당 후보가 맞붙어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는 것 아닙니까. 그것에 동의합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서로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텐데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했던 여론조사 방법에 준해서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당이 다른 두 후보가 경선을 할 수도 없는 거고…. 국민지지도를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 당시에도 여론조사 방법으로 단일후보를 가려내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전문가들이 잘못 가고 있는 추세라고 판단하는 것은 알고 있어요. 오차 문제도 있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국민지지도를 기준으로 단일화해서 선거연합을 하는 수순이 되겠지요. 물론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의 정책이나 노선은 어떻게 갈 것이냐 하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되겠죠.”

    ‘국정 파탄 세력’과 손잡는다?

    막판 대통합 노림수, 조순형의 폭탄선언
    ▼ 방법이야 어떻든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는 민주당이 그토록 반대했던 ‘국정 파탄 세력’과 다시 손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요.

    “이미 (민주당의) 일부는 그쪽으로 합류했습니다(이낙연·김효석·신중식·채일병·김홍업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민주당을 떠나 민주신당으로 갔다-편집자). 본선이 본격화한 뒤 ‘반(反)한나라당’이란 큰 틀에서의 공통된 생각이 단일화의 근거가 될 겁니다. 그런 논리대로 하면 ‘한나라당 집권 반대’를 위한 단일화가 성립될 수 있지요.”

    ▼ 지금까지의 범여권 통합논의 과정에선 왜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하나의 정당이 창당하려면 기본 이념과 정치노선을 같이하는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은 100년 간다고 해놓고 불과 4년도 채 안 되어 해체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야 한국 정치의 발전 가능성은 없어지는 것이죠. 10년, 20년을 넘어 50년까지 가는 정당을 그려야 됩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반 한나라당’이 다 모여서 정당을 만들면 이는 정당정치에 어긋납니다. 선거전략 차원에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그런 인식이 낙인찍히면 선거는 필패(必敗)입니다. 또 정치 도의상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한 뒤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당 대 당 통합은 안 됩니다.”

    그러나 ‘대선 본선에선 가능한 일이 예선 과정에선 왜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조 의원도 그렇게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생각해볼 것은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양당제 복원’이라는 겁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열린우리당 붕괴는 사실상 양당제의 붕괴를 의미하죠. 한나라당이 독주하면서 정당 지지율 50%, 두 주자를 합쳐서 70% 지지율을 보인 것은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양당제 복원을 위해 한나라당을 상대하는 정당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막판 범여권 후보 단일화 합류’가 지금까지 민주당이 주장해온 ‘국정실패 책임론’과 어떻게 양립하는지, ‘양당제’ 명분이 ‘반 한나라당 연대’의 포장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쉽사리 풀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한나라당은 범여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조순형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긍정적인 논평을 내보낸 바 있다. 그런데 조 의원은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의 후보단일화 대열에 동참할 뜻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향후 조 의원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조 의원은 “장기적으로 보수정당 대 중도개혁 정당이 양립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공화당 대 민주당, 일본의 자민당 대 민주당 구도처럼 가야 정치가 안정된다는 논리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4년처럼 첨예한 이념대결이 펼쳐지고 상생은 구호로 그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1대 1 구도로는 여권 必敗”

    ▼ 양당정치 복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지론인데요. DJ는 양당제 복원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1대 1’ 대결 구도로 가야 한다는 생각 아닙니까.

    “원론적으로는 옳은 지적이지요.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런 구도(1대 1 구도)는 ‘필패 전략’입니다. 대선에 대비해 일회용으로 급조한 정당은 결국 실패하고, 오래지 않아서 소멸할 게 뻔합니다. 만일 그 쪽에서 나온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집권자의 (독단적) 의지와 구상에 따라서 국정이 운영될 게 분명한 만큼, (그 정당이) 한 임기 동안이라도 지속될까요?”

    민주당 대선후보는 독자 경선을 거쳐 9월 말이나 10월 중순께 뽑게 된다. 현재 조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신국환 의원, 김영환·김민석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추미애 전 의원은 ‘독자생존론’에 반대하고 있어 다른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 조 의원께서 민주당 후보가 되어 본선에 나가더라도 현실적으로 민주당으로선 외연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신당 후보에 밀릴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렇게 되면 후보단일화 협상에서도 신당 후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습니까.

    “당세(黨勢)를 말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차이가 있지만 본선에 가면 누가 전국적인 후보인지,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로 귀결될 겁니다. 후보 개인의 지지도가 올라가면 의원 수나 당세가 절대 기준은 안 되지요. 열성당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고 전국적인 조직이 있느냐, 그런 것이 중요해집니다. 민주당은 50만명의 열성당원을 확보했고, 비교적 조직이 잘 갖춰진 정당 아닙니까.”

    ▼ 조 의원께선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 나아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자신이 있는 건가요.

    “그렇죠. 자신 있습니다.”

    막판 대통합 노림수, 조순형의 폭탄선언

    8월5일 서울 올림픽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대통합 민주신당 창당식.

    ▼ 또 하나 지적되는 것은 2004년 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도한 점인데요, 그 해 총선에서 역풍을 맞지 않았습니까.

    “대선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시비가 있겠죠. 하지만 크게 쟁점은 안 될 거예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탄핵소추 이후에도 현 정권이 워낙 잘못했기 때문에 국민의 생각은 당시와 완전히 다른 것 같습디다. (서울 성북을) 보선에서도 거의 쟁점이 되지 않았어요. 그때 열린우리당이 막판에 불리하다고 느꼈을 때도 쟁점화하지 못했고, TV 토론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더군요.”

    ▼ 8월9일 목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합 국면에서 현실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는데요, 호남에서 그런 지적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민주당 대선주자로서 앞으로 호남 민심의 지지가 절대 필요할 텐데요.

    “(잠시 생각하다가) 사실 좀 갈등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제 소신껏 했지요. (DJ의 ‘훈수정치’가)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에 호남의 열성 당원들도 그 자리에서 박수치고 격려를 보낸 것 아니겠습니까. 당 동지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통합국면에서 DJ의 뜻대로 따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 박상천 대표가 DJ의 권고에 일종의 ‘반기’를 든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호남이 ‘탈DJ’ 하는 과정에 있다고 파악하는지요.

    “박 대표의 말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민주당이 (DJ에 대한) 의존 자세를 버리고 두 발로 서서 독립함으로써 전국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지요. (당원이나 호남주민을 상대로) 소신껏 설득하면 모두가 공감합니다. 호남 민심은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고 DJ에 대한 지지도 여전한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민주당이 수권정당, 전국정당을 지향하려면 어렵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호남이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합치면 30%에 이른다. 한나라당 지지도 또한 15%선을 기록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서 얻은 3.3%, 4.9% 득표율에 비하면 큰 변화다. 그러나 실제 대선 투표 때 호남 민심이 어떤 성향을 보일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탄핵 역풍이 몰아치자 새천년민주당의 호남권 중진들이 모두 수도권 출마를 꺼리고 호남에만 나가려 하자 당 대표인 그가 총대를 메고 연고도 없는 대구에 나섰다가 실패를 맛본 것이다. 그는 “대구 출마를 후회한 적은 없다”며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가는 발전과정이자 진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출마 후회한 적 없다”

    이처럼 조 의원은 민주당 대선주자이면서도 DJ에 대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고, 민주당이 지역당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 제2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개최가 발표됐을 때 범여권 주자들은 서로 회담 성사에 일조했다면서 공(功) 다툼을 벌이고 이슈 선점에 나섰지만, 그는 회담 성사의 형식과 절차상의 하자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부정적 시선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인제 의원은 “조순형 의원이 뜬 것은 ‘반DJ’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이는 순전히 한나라당 집권전략에 동조하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조 의원에게 이 의원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런 말에 일일이)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안 하겠어요. 안 하겠는데, 다만 무슨 띄워주기 이런 것이 아니고 그동안 (대선주자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제 행적이 평가되고 이미지가 반영돼 활동을 시작한 뒤에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요? ‘반DJ 발언’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출마 선언 전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해온 말입니다.”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 상대가 될지도 모르는 신당의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도 들어봤다.

    ▼ 신당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조 의원에 대해 ‘대통령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나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줄곧 현 정부를 비판하고 반대해왔습니다. 대선후보로서 대선공약을 제대로 제시하지는 않고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노선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논평이라고 봅니다. 정 전 의장이나 김근태 전 의장은 내가 일전에 손학규 전 지사에게 말한 것처럼 이번엔 한 번 쉬는 게 좋습니다.”

    ▼ 김 전 의장은 이미 출마를 포기했지만 정 전 의장이 한 번 쉬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나보고 ‘자기는 출마하면서 남한테 쉬라고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국정 실패 책임을 공유하는 위치이고 분당(分黨)의 주역입니다. 정·김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하고 나름대로 자질이 있는 훌륭한 정치지도자임이 분명하지만 그럴수록 대의명분에 따라 한 번 쉬는 것이 어떤가 생각합니다.”

    ▼ 정·김 전 의장은 그렇다 치고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색을 탈색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쉬라는 것인가요?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윤리로 볼 때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치 도의를 후퇴시키고 타락시키는 행위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정치윤리를 과감하게 확립해야 합니다.”

    ▼ 이해찬 전 총리는 대통합에 합류해서 출마하는 게 좋다고 ‘훈수’했는데요.

    “이해찬 전 총리는 당이 아니라 총리로서 국정 실패 책임을 공유해야 합니다. 왜 그들과 같이 가야 명분이 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행위는 첫째가 명분이고 다음이 현실 아닙니까. 최소한의 명분은 갖춰야지요. 특히 대통령 출마는 최고의 정치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출마하려면 필연적으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 유시민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유 의원이 참여정부를 승계한다고 나온다면 오히려 떳떳합니다. 나름대로 명분이 있지요. (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려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같이 지켰어야지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그동안 실패했던 것을 바로잡고 그런대로 민심이 돌아오도록 노력했어야 다음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생각도 없이 배가 난파될 지경이 되자 선장만 남기고 모두가 구명정에 올라타버렸으니….”

    “한나라 경선, 편 가르기만 열중”

    조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에 나선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 대신 이번에 처음 선보인 한나라당 경선 방식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검증 과정을 보면서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도는 좋은데, 경선 단계부터 동지끼리 타당한 경쟁이 아니라 사생결단을 내려는 것은 대단한 잘못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처 입고 본선에 나가면 결국 한나라당이 손해 아닌가요? 두 후보에게서 상대방에 대한 포용력 부족이 느껴지더군요. 양 캠프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중진·원로들까지 분산되어 가담하지 않았습니까. 상대방에 대한 관용도 없고 포용도 없으면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습니까. 말로는 국민통합을 한다면서 편 가르기에만 열중하면 어렵습니다.”

    조 의원의 선친인 조병옥 박사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광복 후 송진우·장덕수 등과 함께 한국민주당을 창당했으며, 미 군정청의 경무부장, 내무장관 등을 지냈다. 이후 3, 4대 민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했다. 1960년에는 민주당 공천으로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했으나 선거를 1개월 앞두고 미국의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서 가료 중 병사했다. 충남 천안생인 조 의원은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6선 의원(11, 12, 14, 15, 16, 17대)이며 민주당 최고위원,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 근 반세기 만에 선친과 같은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데 대해 특별한 감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47년 만이죠. 자부심과 긍지가 남다릅니다. 이왕 출마 결심을 했으니 ‘유업’을 잇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당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금부터는 당을 돕고 난국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당과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니 약속을 지키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범여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 3위권으로 올라섰는데.

    “저로선 특별히 시간을 가진 것도 아니고 과분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5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쌓아온 행적, 신뢰감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겸연쩍은지 수줍게 웃었다.

    ▼ 대선 캠프는 언제쯤 꾸릴 예정입니까.

    “아직도 대선 출마에 필요한 인적, 물적 준비가 사실상 아무것도 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고 적응할지…. 행보도 늦어졌고 걱정입니다. ‘대선주자’란 직업이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씩 해오는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려면 멀었고, 정당 경선을 시작할 때가 멀었는데 준비를 하더군요. 지방순회야 혼자 가도 되지만, 제대로 하려면 소규모 캠프나마 차려야 될 것 같습니다. 경선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히면 시작하려고 합니다.”

    “대선 출마해도 국회는 출석해야”

    그는 자신의 별명인 ‘미스터 쓴소리’에 대해 “언론에서 지어준 건데, 그렇게 나쁜 말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엔 이런 비판도 나온다. ‘평론은 잘해서 좋은데 평론만 한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쓴소리를 한다고 그렇게 인식하니 솔직히 당혹스럽더라”고 말했다.

    ▼ 너무 정치적이지 않다,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 그런 지적도 있는데요.

    “할 말을 할 때는 하는 거고…. 제 방식이 있으니까 갑자기 변하긴 어렵지 않겠어요? 제 방식대로 할 겁니다. 필요할 때 말하고. 그동안 선거를 8번 치렀는데 선거가 닥치면 (정치적으로도) 잘합니다(웃음).”

    ▼ 국회 출석률이 100%이고 국회도서관과 의원열람실 이용률도 항상 1위였는데, 이번 정기국회와 당 경선이 겹치게 되면 어느 쪽에 주력하겠습니까.

    “아무리 대선주자라도 정기국회가 열리면 출석도 해야지요. 도리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일정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세만 다니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다할 생각입니다.”

    조 의원의 부인인 연극배우 김금지 교수(서일대 연극영화과)는 선거 때마다 남편을 헌신적으로 돕는 ‘1급 참모’이기도 하다.

    ▼ 대선에 출마한다니까 부인이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로 어려울 텐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하더군요. 한나라당처럼 이전투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미스터 클린’ ‘프라이드 맨’

    그에게는 요즘 인터넷 팬클럽이 생겼다. ‘미스터 클린’과 ‘프라이드 맨’이다. 미스터 클린은 대선 출마 선언 후 결성됐고, 프라이드 맨은 지난해 성북을 보선 때 만들어진 팬 카페다. 배석주 보좌관은 “팬클럽의 회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조 의원의 동아일보 인터뷰 모습을 찍은 UCC는 정치 동영상으로는 드물게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인기영상물로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