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나 조폭영화, 누아르로 굳이 분류하지 말고 그저 한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봐달라”는 한재림 감독의 말처럼 영화 ‘우아한 세계’는 우아하게 살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대한민국 아버지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풍자하고 있다.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인 강인구(송강호 분)는 이름만 조폭일 뿐 샐러리맨의 고달픈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조직 내 상사와 부하의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새 집 장만과 아들의 캐나다 유학 뒷바라지 등 경제적 문제로 걱정하며, 사춘기 딸의 반항과 부인의 냉대로 집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대박을 꿈꾸며 사 모은 로또 다발과 딸의 사진이 든 그의 지갑은 아버지의 애환을 상징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국민배우 송강호에 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영화를 통해 개성을 다듬어온 송강호는 가족 부양과 생존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40대 아버지의 실존을 특유의 열연으로 표현한다. 탤런트 박지영의 첫 영화 출연, 조연 오달수의 감초 연기도 영화의 맛을 잘 살려낸다.
2.35대 1의 와이드 화면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DVD 본편은 최신 영화답게 또렷한 화질과 사운드를 자랑한다. 특히 ‘카우보이비밥’ ‘공각기동대’ 음악으로 유명한 일본의 간노 요코가 작업한 영화음악이 인상적이다.
디스크 2장의 스페셜피처(부가영상)에는 삭제장면 모음, 뮤직비디오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들어 있다. KD미디어 제작. 2만5300원.
‘굿 셰퍼드’
| ‘스릴러 영화의 대부’ 로버트 드 니로가 두 번째로 연출한 영화다. 미국 정부가 CIA 내부첩자로 인해 1961년 4월 쿠바 침공 작전에 실패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실화를 그리고 있다. 베테랑 CIA요원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에게 익명의 녹음 테이프와 흑백 사진이 전달되면서 첩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CIA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윌슨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영화는 장장 8년간에 걸쳐 탄탄하게 기획됐다. 여기에다 맷 데이먼, 그의 아내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 알렉 볼드윈, 윌리엄 허트, 조 페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대부’ 시리즈로 드 니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총 제작을 맡았다. 화질과 음향도 뛰어나지만, 부가영상이 16분 분량의 삭제장면밖에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2.35대 1 와이드 화면, 돌비디지털 5.1채널 지원. 1만7600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