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BDA 한국지사장 김한수 - 그림 그리기

  • 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07-09-05 2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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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하얀 도화지를 꺼내든다. 서걱서걱 사각사각…. 머릿속에서 눈 코 입 그리고 지우기를 수십 번. 보지 않고도 어느새 그와 한층 가까워졌다. 온 신경을 모은 연필 끝에서 마침내 그리운 이의 모습이 탄생한다.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연필 끝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BDA 한국지사장 김한수 - 그림 그리기
    글로벌 투자그룹 BDA (Business Development Asia)의 한국지사 김한수(金韓秀·44) 대표는 학창시절 ‘보이는 대로 그리는 소년’이었다.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소질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미대 진학을 꿈꾸기도 했다. 곡절 끝에 결국 미술이 아닌 기업 M·A의 세계에 몸담게 됐지만, 그는 요즘도 틈나는 대로 붓을 집어든다.

    “유화와 연필 스케치를 주로 합니다. 유화는 말렸다 덧칠하는 재미가 있고, 연필 스케치는 선이 살아나는 게 매력이죠. 소재는 사람, 특히 여성을 주로 그리지요. 보고픈 여인의 얼굴, 여체의 아름다움을 도화지에 담아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낍니다.”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려면 때론 강하고 거칠게, 때론 부드럽고 섬세하게 도화지를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눈빛이 살고 볼에 생기가 돌고 미소는 빛난다. 그는 “그림의 매력은 그리는 동안 그리는 나와 그려지는 대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데 있다”고 했다.

    BDA 한국지사장 김한수 - 그림 그리기

    그의 집 베란다에서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한강을 내다보며 흘리는 땀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책장에는 경영서적과 역사서, 미술 관련 책이 주로 꽂혀 있다. 그 가운데 러일전쟁을 다룬 역사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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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대표는 그림, 그 가운데서도 연필 스케치를 좋아한다. 인물과 여체를 주로 그린다. 그가 존경하는 박생광 화백을 그린 그림(아래 왼쪽)도 보인다.

    김 대표의 취미는 그림뿐 아니라 사진, 음악 감상, 스키, 스쿠버다이빙, 역사서 읽기 등 전방위로 펼쳐져 있다. 야외운동을 제외한 그의 취미활동 대부분은 집에서 이뤄진다. 오전 내내 퍼붓던 장맛비가 그친 한여름 오후, 서울 용산구 그의 자택을 찾았다.



    책, 그림, 운동기구, 음반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지만, 바닥은 반짝였고 공기는 쾌적했다. “집이 참 깨끗하다”고 했더니 “혼자 살아서 어지를 일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미혼이다. 워커홀릭이라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닌데, 외국에서 오래 지낸 탓에 결혼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한다.

    그의 일터 대부분은 외국계 회사다. 미국의 퍼스트내셔널뱅크오브보스턴에서 10년간 외환과 파생상품 업무를 맡았고, 런던 비즈니스 스쿨 유학을 거쳐 미국에서 벤처 사업을 하기도 했다. 30대 대부분을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외국에서 보냈다.

    책상 위에서 연필 스케치가 가득한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여인의 얼굴과 누드가 대부분이다. 여체를 즐겨 그리는 것은 “몸만큼 솔직한 소재가 없고, 누드를 통해 생명의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자신이 그린 유화 몇 점을 보여줬다. 그 가운데 잿빛 눈물을 흘리는 사내의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자화상’이라고 했다.

    “저때 제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았나 봐요. 어느 화가께서 저 그림을 칭찬하셨어요. 기법은 아마추어지만 마음속을 잘 표현했다고요, 하하.”

    그는 광화문의 사무실 근처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화실에도 가끔 들른다. 일 없이 캔 맥주를 사들고 가기도 하고, 그림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찾아가 몇 시간씩 앉아 있다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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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대교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야경은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김 대표는 종종 지인을 집으로 초청해 와인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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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와 음악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 토요일에는 건국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한다.

    ‘한수야, 운동 열심히 해라. 이게 젤로 중요하다.’

    냉장고 문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그 아래에는 ‘아령’ ‘벤치프레스’ 등의 항목이 적힌 체력관리표가 붙어 있다. 그날그날의 운동종목과 운동량을 꼬박꼬박 표에 기록한다. 운동 시간은 퇴근 후 샤워하기 전까지 하루 한 시간.

    강변에 위치한 그의 집은 멋들어진 야경을 선사한다. 베란다에 서니 창문 한가득 강물이 넘실댔다. 멀리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이 이어지며 불기둥처럼 한강을 가로지른다.

    “정면으로 원호대교가 바라보여요. 원효대교에서 정기적으로 불꽃놀이를 하는데, 거실에 앉아서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때맞춰 친구들을 불러 음악 틀어놓고 맥주 마시며 불꽃놀이를 즐기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죠.”

    음악은 재즈를 즐겨 듣는다. 대학시절에는 메탈에 푹 빠졌고 30대 중반 무렵 재즈로 돌아섰다. 40대 중반인 지금은 “클래식이 좋아지려는 것 같다”고 한다.

    주말에도 바쁘긴 마찬가지. 토요일에는 건국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일요일에는 교회를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생활리듬이라면 취미활동도 숙제하듯 하는 것 같다.

    “취미생활만큼 확실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요. 그림 그리고 사진 찍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동안 자연스레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껴요. 그러면 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취미생활을 전쟁하듯 즐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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