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책머리에서 “나 또한 매일 작은 일로 상처받고 애간장이 타고 머리 뚜껑이 반쯤 열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털어놓는다. 10년 넘게 임상 경험을 쌓고, 매체에 기고도 해온 저자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각종 고민거리와 갈등 상황들을 여러 편의 짧은 이야기 형태로 풀어냈다. “집에서는 ‘너나 잘해’ 내지 ‘알면서 왜 못해’라는 핀잔을 들으며 살고 있다”더니 꽁트 같은 이야기 속에 예리한 분석과 명쾌한 힌트를 잘 담아냈다. ‘골드미스’가 결혼하기 힘든 까닭,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늘어가는 추세 등의 사회문화 현상을 짚어보고,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부부의 언어습관을 분석한다.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공감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마음산책/260쪽/1만1000원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올 1월부터 6월까지 신문 ‘한겨레’에 연재됐던 황석영의 소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시련을 겪었으나 병든 부모가 위독해지자 온갖 고생을 마다않고 생명수를 구해온 바리데기공주 설화를 현대적으로 가공했다. 북한 관료의 막내딸로 태어나 숲 속에 버려졌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 땐 신통력을 지닌 ‘바리’가 주인공이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 탈북해 연길의 마사지 업소에 취직했다가 인신매매단에 휘둘려 생지옥을 경험하고, 런던에서 무슬림을 만나 사랑을 키우고 있을 때 미국에서 9·11테러가 벌어진다. 한반도와 중국대륙을 거쳐 런던에 발을 내려놓는 한 여인의 지난한 삶은 남과 북을 넘어서 전세계에 뻗쳐 있는 폭력과 절망, 전쟁과 테러를 관통한다. 창비/304쪽/1만원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 김당·구영식·장윤선 지음
뉴라이트 깃발이 세워진 뒤로 보수 세력이 분열되는 듯한 모양새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어쨌든 최근 몇 년 사이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의 활동은 온·오프를 막론하고 활발하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우파는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보수’는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올해 대선에서 목표를 이뤄낼 것인가. 이 책은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을 필두로 한 뉴라이트 계열을 보수우파의 콘텐츠를 담당하는 ‘머리’로 규정하고, 재향군인회와 친북좌익척결국민행동본부 같은 군 전역자 모임을 ‘행동하는 보수’로 분류한다. 인터넷의 보수 세력화도 짚어보고, 보수 세력의 대선주자 선호 경향도 살펴본다. 미다스북스/432쪽/1만3000원
얼굴학자 조용진 교수의 미인 조용진 지음
“미인은 사람은 사람인데 별종의 사람이다. 이를테면 미인은 어떤 마력적인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감동시키는 아름다움을 지닌 호모 베누스타스(Homo Venustas)다. 이것이 바로 현대 한국인이 추구하는 미인형이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바람직하고 진정한 미래형 미인은 겉모습인 육체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아름다운 ‘참 미인’, 호모 풀크리투도(Homo Pulchritudo)여야 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의과대학에서 7년간 인체해부학을 연구한 저자가 내놓은 미인학(美人學)은 아름다운 얼굴형과 이목구비를 얘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미학적 기준은 물론 해부학, 인류학, 도상학, 사회학적 연구 성과를 동원해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미인의 실체를 비교적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시한다.
“미인이란 바꾸어 말하면 쾌감유발자다. 그런데 쾌감의 원인은 그 미인의 아름다운 눈동자나 붉은 입술, 오뚝한 콧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인을 대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다. 이미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는 관념에 잘 부합하면 그만큼 미적 평가, 즉 미모도가 높아진다. 요컨대 어떤 얼굴을 보았을 때, 쾌감이 증가하도록 뇌의 상태가 준비되어 있는지가 미의 판별 조건이다.”
결국 한국의 미인형이란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미의 보편성에 대한 답이다.
책에 따르면 미인과 보통사람의 얼굴은 2~5mm의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미인이 보통사람과 다른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분장’과 성형수술에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해냄출판사/432쪽/2만9000원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보고서 클라크 A 캠벨 지음, 안진환 옮김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간명하게 정리한 제안서야말로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음을 보여준 ‘The One Page Proposal’의 2탄 격. ‘The One Page Proposal’이 기획 및 제안을 위한 ‘한 장’의 힘을 강조했다면, 이번에 나온 ‘The One Page Project’는 프로젝트 관리 및 보고를 위한 ‘한 장’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프로젝트 진척도와 문제점, 책임 소재, 향후 전망 등을 기록하고 관리함으로써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마음속에 그려보게 하는 ‘The One Page Project Manager(OPPM)’를 소개한다. 보고서 작성 과정을 12단계로 나누어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내용을 압축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을유문화사/168쪽/1만원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정수복 지음
2002년부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초청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저자는 연고주의, 권위주의, 이중규범주의 등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다.
“한국 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터지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어 재발을 막는 근본적 방식을 취하지 않고 공적 자리에 있는 책임자를 찾아내어 그를 사퇴시키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일로 마무리한다. …나는 이 책에서 황우석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감상적 민족주의, 속도지상주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이중규범주의, 수단방법 중심주의 등 한국인의 마음에 뿌리내린 문화적 문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여전히 왜곡된 근대에 머무는 이유를 무교와 유교가 결합한 전근대적 문화 문법에서 찾는다. 한국의 종교적 전통에서 추출한 6개의 ‘근본적 문법’과 이 문법이 서구의 근대성과 만나 새로 형성된 6개의 ‘파생적 문법’으로 나눠 설명한다. 현세적 물질주의, 감정우선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권위주의, 갈등회피주의 등이 근본적 문법이며 감상적 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 속도지상주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수단방법 중심주의, 이중규범주의 등이 파생적 문법이다.
저자는 어떠한 소속과 기원으로도 환원되지 않고 독자성과 존엄성을 지니는 개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개인존중사상이 이 오래된 문화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뇌관이라고 주장한다. 생각의 나무/600쪽/1만8000원
마지막 선물 오진탁 지음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꿈꾼다. 1997년 한림대에 생사학연구소를 만들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철학적 주제로 다뤄온 오진탁 교수는 죽음이란 우리 삶을 성숙시키는 ‘마지막 선물’이자 ‘최후의 기회’라고 말한다. 끝이라고 여겨졌던 죽음을 성숙 단계이자 기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금세 와 닿지 않지만, 오 교수의 글을 읽으며 ‘죽음을 이해’하면 죽음이 결코 부정적이거나 완전한 소멸 혹은 공허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하게 된다. 더욱이 누구나 한 번은 죽고,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죽음은 ‘평등’하니 억울할 것도 없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어떤 선물을 받을지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기에 이 책이 존재한다.
세종서적/280쪽/1만원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 김정욱·이훈 옮김
미국의 역사를 바꾼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 25건을 골라 그 추악성과 역사적 의미를 따져보고 순위를 매겨 소개한 책. 1800년 토머스 제퍼슨과 존 애덤스가 경쟁한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지난 2004년의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 간 대결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통령·상원의원·주지사선거를 망라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50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선거에서 매카시 광풍을 악용하고,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전 미국을 기만해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1위는 1970년 앨라배마 주지사 민주당 예비선거가 뽑혔는데, 조지 월러스와 앨버트 브루어가 경쟁한 당시 선거만큼 인종 문제가 노골적으로 도마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플래닛미디어/440쪽/1만6500원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슬럼’ 하면 달동네 판자촌을 생각하기 쉽지만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거주자들 모두 슬럼 주민이다. 제2차 중동전쟁 후 카이로에 밀려든 100만명의 난민은 묘지의 무덤을 창조적으로 개량해 생활하고 있고, 프놈펜이나 알렉산드리아 같은 더운 도시에는 맨몸뚱이로 야영하는 사람이 많다. LA나 뭄바이에서는 노숙자들이 경찰이나 폭력조직에 월세를 낸다. 자연재해가 닥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슬럼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도시사회학자인 저자는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모델로 삼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서 찾는다. 도시는 슬럼화하는 동시에 중산층의 요새를 견고히 하므로 중상류층은 이러한 슬럼의 끔찍한 실상을 알 리 없다. 돌베개/344쪽/1만5000원
노근리 아리랑 이동희 지음
이동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자행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전말을 소설로 펴냈다. 충북 영동군 출신으로 노근리 사건 발생지와 이웃한 곳에 살았던 저자는 정년퇴직한 후 고향에 내려가 작품을 집필해왔다. 소설은 시인이며 전직 기자인 주인공이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 학살에 참여했던 생존 미군병사, 이 사건을 전세계에 알린 미국 언론인 등을 인터뷰하며 당시 학살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그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희생자 유가족들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을 받아내기까지 벌여야 했던 치열한 투쟁 과정을 상세히 조명한다. 올해 고희를 맞은 노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들인 시간은 취재기간만 5년, 집필하는 데 꼬박 2년이 더 걸렸다. 풀길/308쪽/9000원
신한국책략Ⅱ 동아시아 국제관계 김우상 지음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상 교수는 우리나라에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IMF 외환금융위기와 북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은 급성장하고, 일본과 러시아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 북한 정권마저 핵실험을 감행할 만큼 배짱이 두둑해졌다. 저자는 동맹이론, 게임이론, 전쟁억지 이론 등 일곱 가지 국제정치 이론을 소개한 뒤,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국제관계 현실을 분석한다.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관한 소견과 정책 대안도 제시한다. 저자는 주변국 움직임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나남/340쪽/1만6000원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 임덕용 지음
산악인 패션디자이너? 밀라노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임덕용씨는 우리 나이로 쉰둘이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백운대에 오른 뒤로 ‘오르는 인생’의 연속이었던 그는 스물다섯 살 때 ‘꿈속의 알프스’란 책을 펴낸 바 있다. 책의 절정은 1980년 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 원정.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 바인타브락 2봉을 세계 최초로 등반해 체육훈장을 받은 그가 그만큼의 삶을 더 살고 난 뒤에 낸 책은 새로 발견한 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산에 미쳐 있던 사나이가 디자인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와 이탈리아 진출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 산에서 만나고 산에서 헤어진 친구들 이야기, 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 등반 과정도 담았다. 정상/320쪽/1만2000원
29개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 김기봉 외 지음
앞으로는 문화콘텐츠가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할 거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고, 한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만 봐도 문화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 영화, 사진, 종교, 철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키워드 29개로 한국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 책이다. ‘비언어 퍼포먼스’ ‘미술품 쇼핑’ ‘마니아 문화’ ‘인터넷만화’ ‘드라마’ ‘미래의 문학’ ‘1인 미디어’ ‘UCC’ 등의 키워드만 읽어봐도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우리 문화 형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상품이나 트렌드로서의 문화뿐 아니라 점점 더 극단적인 것을 추구하는 식의 생활문화도 다룬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328쪽/1만6000원
강대국의 조건(전8권) CCTV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제작진, 양성희 옮김
중국 CCTV에서 제작하고, 국내에선 EBS를 통해 두 차례나 방영된 12부작 다큐멘터리 ‘대국굴기’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 ‘대국이 산처럼 솟구치며 일어서다’란 의미인 ‘대국굴기’는 15세기 중상(重商)주의 시대 이후 등장한 세계 강대국의 변화과정을 다루기 위해 역사적 현장을 취재한 것은 물론 세계적인 석학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
15세기 이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렸던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이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지 번영할 당시의 세계 정세, 국내 정세, 문화, 사상, 제도, 산업, 과학, 교육, 인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분석하고, 석학들의 의견을 다뤘다. TV로 방영된 다큐멘터리가 대국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이 책은 대국이 발동을 걸 때부터 어쩌다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몰락하는지도 주목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한 권으로 묶고, 독일·러시아·미국 역사를 각각 다룬 책이 먼저 나왔고, 8월 중순에 네덜란드·영국·프랑스·일본의 역사를 다룬 네권이 출간된다.
얼마 전 자크 아탈리가 펴낸 ‘미래의 물결’ 역시 세계를 주름잡은 강대국을 비추는 조명이 어디서부터 어떤 이유로 옮겨가는지를 추적함으로써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그는 2025년경, 국제사회에서 맹주의 지위를 유지하느라 극도로 지친 미국이 스스로 제국의 지위를 포기하는 대신 일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공, 멕시코 그리고 한국, 즉 11대 강국이 새로운 정치·경제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그라픽스/각 256~480쪽/각 1만4000원~1만8000원
한국 2030 전상인 엮음
또 2030이다. 이번엔 한국미래학회가 내놓은 2030년 한국 미래 예측 보고서다. 정부의 ‘비전2030’도 그렇고 사람들은 왜 2030년에 주목할까. 한국미래학회는, 25년 정도는 통상 한 세대에 해당하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21세기 초입에 태어난 이들이 대학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점이라는 사실도 고려됐다. 반대로 이른바 386세대가 사회에서 뒤로 물러나는 시기라는 점도 감안했다.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도 향후 25년 내외가 예측 가능한 최대 기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정치, 사회, 경제, 교육, 과학, 재난으로 영역을 나눠 2030년까지 ‘있음직한 미래’에 대해 전망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한다. 에코리브르/296쪽/1만3000원
중국인과의 대화 남재우 지음
한중 수교 전인 1988년 처음 중국을 방문한 이래 중국 내 한국 기업과 외국 정부기구에 근무하며 시장 개척과 수출입 및 합작사업을 두루 담당했던 저자가 쓴 중국인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지침서.
책에 나온 에피소드 하나. 국내 한 대형 패스트푸드체인점이 베이징 시내에 점포를 개장하며 대표 전화번호 끝 네 자리 숫자를 8814(八八一四)로 정했다. ‘빠빠이쓰’로 발음돼 상호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인은 ‘七(치)’와 혼동되기 쉬운 ‘一(이)’를 ‘야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빠빠이쓰’가 아닌 ‘빠빠야오쓰’로 발음돼 ‘아빠가 죽으려 한다’는 의미의 ‘??要死’와 발음이 같아져 불길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에피소드 둘, 저자가 한국 주재 중국 관리와 저녁식사를 할 때의 일이다. 중국인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저자에게 물었다. “남 선생, 한국에서 남의 딸을 주제로 얘기하는 것이 흔한 일이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에게는 대학에 다니는 고명딸이 있는데, 평소 왕래가 있는 한국인이 그에게 “당신이 내 장인이 되면 어떻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호감의 표시로 한 말일 터인데, 이 중국인은 저자에게 결연한 표정으로 “완스얼(完事兒·‘끝장이다’를 의미하는 속어)!”이라고 했다.
이 책은 이렇듯 중국어만 알아서는 통 대화가 안 되는 중국인의 생활문화를 속속들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 협상전략도 조언한다. 진원/275쪽/1만3000원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지음, 이재규 옮김
2005년 11월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마지막 메시지를 담은 책. 타계하기 16개월 전인 2004년 4월, 스타벅스, 에이븐 프로덕츠, 모토롤라 등의 컨설턴트였던 저자에게 피터 드러커가 직접 전화로 집필을 부탁해 만들어진 책이다. 현대 경영학의 틀을 마련한 피터 드러커가 마지막까지 몰두했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지식근로자’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그는,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기업과 고객의 관계, 조직 간 협력, CEO의 역할 등을 꼽았다. ‘기업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시각’이 기업 성공의 핵심이라며 기업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기업을 유지하는 것은 내부의 통제에 달린 일이 아니라, ‘외부’에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명진출판/404쪽/1만9800원
중국 주식 투자의 정석 박용석 지음
일본계 투자자문회사에 근무하며 ‘한국의 젊은 부자들’ ‘재테크의 99%는 실천이다’ ‘지금 중국에 돈을 묻어라’ 같은 재테크 서적을 잇따라 출간했던 박용석씨가 이번엔 중국 주식 투자에 관한 두꺼운 안내서를 펴냈다. 중국 주식 투자의 매력을 살펴보는 한편 독자 스스로 우수한 중국 주식을 찾아내고 분석한 뒤 향후 수익을 예상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저자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사회 전체에 시장경제가 뿌리내리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주식 투자는 호재가 많다고 전망하며, 한국인이 주목해야 할 중국 주식 35가지를 짚어준다. 위즈덤하우스/624쪽/2만5000원
마지막 한해 문숙 지음
1970년대를 풍미하다 돌연 미국으로 사라졌던 배우 문숙씨가 30여 년 전 타계한 이만희 감독과의 사랑을 털어놓은 산문집. 이 감독과 문씨는 1974년 ‘태양 닮은 소녀’ 오디션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심장이 멎을 듯하게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 마흔세 살의 이혼남과 스무 살의 여배우는 작은 절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사랑은 길지 않았다. 문씨는 이 감독과 함께 한 작품 ‘태양 닮은 소녀’를 통해 한국연극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삼포 가는 길’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았지만, 이 감독은 ‘삼포 가는 길’ 막바지 작업 중 세상을 떴다. 문씨는 현재 하와이에서 음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창비/259쪽/9800원
예수의 무덤 심차 자코보비치·찰스 펠리그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디스커버리 채널과 EBS를 통해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이 채 다루지 못한 증거와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한 책. 1980년 예루살렘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1세기경의 유대인 무덤으로 추정되는 가족묘가 발견됐다. 10개의 유골함에 새겨진 이름을 하나씩 확인해보니 마리아, 요셉, 마태, 그리고 예슈아 바르 요세프(요셉의 아들, 예수)가 차례로 확인됐다. 그 다음은 ‘예후다 바르 예수아(예수의 아들, 유다)’, 그리고 마리암네…. 저자들은 마리암네가 막달라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유골함에서 채취한 잔존물 검사를 통해 드러난 ‘유전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갖고 두 사람이 부부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위즈덤하우스/340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