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뇨장애는 우리 몸에서 소변을 생성하고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일어나는 요로계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요로계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정수기의 구조, 기능과 비슷하다. 정수기의 전원과 우리 몸의 호르몬, 정수 필터와 콩팥, 연결관과 요관, 수조와 방광, 배출관과 전립선, 조절마개와 요도가 서로 비교될 수 있다. 정수기가 고장나면 그 원인에 따라 수리 부위와 방법이 달라지듯, 배뇨장애도 원인에 따라 치료 부위와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이들 기관에 고장을 유발하는 원인은 야뇨증 당뇨병 같은 내분비 질환, 콩팥부전 콩팥암 같은 콩팥 질환, 요관협착 요관암 같은 요관 질환, 과민성방광 방광암 같은 방광 질환,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암 같은 전립샘 질환, 요도협착 요도암 같은 요도 질환이 있으며, 이뇨제와 같이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배뇨장애는 전립샘 질환뿐 아니라 다른 비뇨기 질환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배뇨장애를 비뇨기 질환의 전구 증상 또는 신호등으로 부른다. 따라서 배뇨장애는 몸이 우리에게 비뇨기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50대 남성이 병원을 찾았는데, 그는 “약물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전립샘 레이저 수술을 원했다. 하지만 환자를 설득해 다양한 원인검사를 해본 결과 그의 배뇨장애는 전립선의 이상이 아닌 방광암으로 진단됐다. 내시경수술로 암을 제거하자 배뇨장애는 해소됐으며 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로 생명까지 구하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다수 중년 남성이 배뇨장애를 꾹 참고 모른 척하거나, 병원을 찾더라도 전문의가 권유하는 체계적인 검사를 시간적, 경제적인 핑계를 대며 피한다. 이러한 오해와 잘못된 상식은 각종 비뇨기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기회를 놓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빨간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배뇨장애를 무시하거나 원인을 오판하면 인체 내부에 ‘대형 교통사고’가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